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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형 면죄부' 내민 법원, 화답한 이재용…흔들리는 法공정성



법조

    '감형 면죄부' 내민 법원, 화답한 이재용…흔들리는 法공정성

    법원 형사 피고인에 사상 초유의 감형 가이드 제시하자 이재용 부회장 그대로 따라. 법원 가이드 따른 이 부회장 형량 줄여줄 경우 공정성 논란 불가피. "'적극적 뇌물'이 중요…'반성'은 양형순위서 밀려" 시각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 등과 관련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부정한 경영권 승계와 노동조합 탄압 문제에 대해 처음으로 사과했다. 지난해 법원이 이례적으로 피고인에게 '양형에 참작할 사유'를 일러준 후 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든 데 이어 위원회가 권고한 대국민 사과까지 이행한 것이다.

    이 부회장이 법원의 '감형 가이드라인'을 밟아나가면서 해당 파기환송심 재판부를 둘러싼 편향성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 파기 환송심 재판부 제시 '가이드 라인'대로 따라간 이재용 부회장

    이 부회장은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영권 승계 문제로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게 하겠다"며 "법을 어기는 일은 결코 하지 않을 것이고 편법에 기대거나 윤리적으로 질타 받는 일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이뤄졌다. 준법감시위는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농단 뇌물공여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직접 양형 참작사유로 언급해 삼성이 설치한 기구다.

    대법원은 지난해 8월 이 부회장이 최서원(최순실) 측에 건넨 뇌물 액수를 상향해야 한다는 취지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뇌물로 인정된 액수가 50억원가량 늘어나면서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던 이 부회장이 파기환송심에서 다시 실형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은 유·무죄가 아닌 양형만을 다투기 때문에 이번 재판에서 형이 정해지면 더이상 변경되기 어렵다. 일반적인 경우 대법원에서는 양형부당에 대해 심리하지 않기 때문에, 대법원에 재상고되더라도 형량이 변동될 여지가 없어서다.

    이에 이 부회장과 특검 양측이 모두 사활을 걸고 파기환송심에 임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 재판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지난해 10월 첫 공판에서 "실효적이고 실질적인 기업 내부 준법감시제도가 필요하다"며 "미국 연방양형기준 제8장과 그에 따라 미국 대기업들이 시행하는 실효적인 감시제도를 참고하라"고 피고인 측에 당부했다.

    대법원이 직접 가중처벌 요소까지 언급해 파기환송한 사건임에도 재판 시작부터 감형에 고려할 사유를 재판부가 직접 언급했다. 재판부가 제시한 조건을 피고인이 따른다면 형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특히 미국 연방양형기준 제8장은 개인(자연인)이 아닌 조직(법인)을 대상으로 한 규정으로 이 부회장 사례에 적용할 수도 없다는 점에서, 법원이 이미 '집행유예'를 예단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으로 번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 등과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 法 "'진지한 반성'을 양형 요소로 규정"vs"일반 피고인에게 가당키나 했을까"

    특검은 정 부장판사의 소송지휘에 반발해 재판부 기피를 신청했지만 지난달 17일 기각됐다. 기피신청 사건을 심리한 서울고법 형사3부(배준현 부장판사)는 "뇌물·횡령범죄의 양형기준에서 '진지한 반성'을 양형 요소로 규정하고 있다"며 "준법감시제도를 마련해 다시는 같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면 양형 사유 중 하나로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굳이 미국 연방양형기준을 참고하지 않더라도 '진지한 반성'이라는 통상적 양형사유의 하나로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이 이번 기자회견에서 본인의 잘못을 사과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녀들에게 삼성그룹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이같은 감형사유를 고려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원이 계속 이 부회장의 퇴로를 열어줄 힌트를 주고 있는 느낌"이라며 "일반 피고인이라면 가당키나 했을 일인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특검은 기피신청 기각 결정에 불복해 대법원에 재항고한 상황이다. 최서원과 이 부회장 간 뇌물 사건에서 '삼성'이라는 회사는 피해자인데, 피해 회사의 '외양간'(준법감시시스템)을 고쳤다고 감형사유로 삼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다.

    (사진=자료사진)

     

    ◇ 이 부회장 반성보다 '적극적 뇌물' 가중처벌 사유가 우선 해석도

    또 대법원이 기피 신청을 받아들여 재판부를 변경하거나, 또다시 기각해 정 부장판사가 재판을 맡게 되더라도 이 부회장의 '반성'은 양형인자 중 후순위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대법원에서 이 부회장의 '부정한 청탁'과 '적극적 뇌물'을 확실히 인정했다"며 "이처럼 범죄행위 자체와 관련된 '행위인자'를 피고인의 자수나 공탁·반성 등과 같은 '행위자 인자'보다 우월하게 고려하는 것이 양형기준의 대원칙"이라고 말했다.

    즉, 이번 대국민 사과를 포함한 준법감시위원회 활동이 법원에서 감형사유로 인정되더라도 이보다 앞서 대법원이 지적한 '적극적 뇌물' 등의 가중처벌 사유가 우선한다는 것이다.

    특검 관계자는 "현재 기피신청 사건이 대법원에서 진행 중"이라며 "준법감시위 권고에 따른 이 부회장의 이번 기자회견에 대해서는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윗선을 향해 가고 있는 검찰의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분식회계) 수사와 관련해서는 이 부회장이 에둘러 사과를 하면서도 핵심은 빠져나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승계 문제에 대해 이 부회장은 "많은 질책·비난을 받아왔다. 재판도 진행 중이다. 저와 삼성을 둘러싼 많은 논란이 이 문제에서 비롯된 게 사실이다"라고 표현했지만 구체적인 범죄혐의를 거론하거나 시인하진 않았다.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이영호 삼성물산 사장과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 등 계열사 임원들을 불러 조사하며 이 부회장 소환을 위한 단계를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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