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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복지원 원장실에 고문도구, 핏물도 흥건…피해자 진술

부산

    형제복지원 원장실에 고문도구, 핏물도 흥건…피해자 진술

    부산시 용역으로 첫 실태 연구, 39명 심층 면접·149명 설문
    박인근 원장이 살인 가담, 원장실에 고문도구 비치 진술나와

    형제복지원 피해자 지원센터 뚜벅뚜벅 개소식 모습 (사진=부산시청 제공)

     

    한국판 '홀로코스트'로 불리는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자의 절반은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원장이 직접 살인을 저질렀고 피해자를 생매장하라는 지시를 했다는 진술이 나와 국가 차원의 조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부산시의 '형제복지원 피해자 실태조사 연구용역'을 맡은 동아대 산학협력단은 지난 24일 부산시의회 중회의실에서 최종보고회를 갖고 이와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조사는 동아대 남찬섭(사회복지학)교수가 연구 책임을 맡는 등 18명의 공동·보조연구원이 참여했다.

    부산시는 지난해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과 피해 생존자 지원을 위한 조례를 제정하고 지난해 7월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이번 조사는 1987년 형제복지원의 참상이 세상에 알려진 뒤 행정기관 차원의 사실상 첫 공식 조사이다.

    연구팀은 1975년부터 1987년 사이 형제복지원에 수용 경험이 있는 피해자 14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피해자 30명, 피해자 유가족 10명은 심층면접 조사도 했다.

    149명 설문조사에서 피해자들은 수용 당시 대부분 15세 이하(74.5%)였고, 절반 이상(52.4%)이 부모와 함께 살고 있었다고 답했다.

    실제로 열 명 중 여덟 명꼴(79.7%)로 납치 또는 강제연행으로 수용됐다고 답했다.

    끌려간 경위는 경찰(56.4%)이나 공무원(3.4%)에 의한 수용이 과반을 차지해 수용 과정에 위법이 엄연히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성학대도 빈번해 성추행(38.3%), 강간(24.8%) 등을 당했다는 응답이 과반을 넘었다.

    또, 이들은 강제 노역으로 자상(67.2%)을 비롯해 평균 4.7개 신체부위를 다쳤다고 답했다.

    수용 기간 동안 시설 내에서 사망자를 보거나 직접 들은 경험은 83.2%에 달했고, 3.4%는 사망자 처리 과정에 직접 참여했다고 답했다.

    퇴소 후에도 절반(51.7%)이 1회 이상 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극심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었다.

    우리나라 국민의 평생 자살 시도 비율이 2.4%인 것과 비교하면 스무 배가 넘는 수치다.

    장애가 있다는 비율은 32.9%, 수급자 비율은 45%로 각각 전체 인구 비율의 6배, 13배를 웃돌았다.

    연구팀은 설문에 참여한 피해자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유병률이 북부 우간다 내전을 경험한 지역사회 유병률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박인근 원장이 원생 폭행이나 살인에 가담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1980년 사업차 부산에 갔다가 싸움에 휘말려 수용된 전기기술자인 A(74)씨는 각종 시설을 점검한다는 명목으로 원장실을 자유롭게 드나들었다.

    A씨는 "원장실은 사무실 옥상 위에 따로 지어 놨는데 그 안에 야구방망이처럼 깎은 몽둥이 열댓 개, 대장간에서 만든 수갑 30개가 걸려 있었다"며 "하루는 원장이 불러서 가 보니까 피가 바닥에 흥건했다"고 진술했다.

    남 교수는 "생존한 피해자를 대규모로 설문조사해 객관적 수치로 피해 정도를 증명할 수 있게 됐다. 추가적인 국가 차원의 진상규명 조사가 필요하다"면서 "조사 권한이 없어 형제복지원에 관계됐던 사람을 명쾌하게 드러내지 못해 아쉽다. 앞으로 조사에서 이런 부분도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형제복지원 진상규명을 위한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과거사법)'은 지난해 연말 국회 통과가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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