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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뉴스]'여성 비하' 눈감고 n번방 해결한다는 국회



국회/정당

    [딥뉴스]'여성 비하' 눈감고 n번방 해결한다는 국회

    n번방 '가담자 처벌' 공약해놓고
    갑질 희화화·외모품평 방송 참여
    눈감은 민주당…통합당도 고심중
    소극 대응으로 괴물 키운 정치권
    여성폭력법 4년 더 기다려야 하나

    (사진=윤창원 기자/연합뉴스)

     

    "와, 이런 거 자랑하려고 그랬구나" "저 정도면 한 달 뒤에 바로 결혼 결심할 수 있습니다"

    4·15 총선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경기 안산단원을 후보가 지난해 2월 한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에서 했던 말이다. 그리 감탄하며 '이런 거'라고 지칭한 건 무엇이었을까.

    시청자가 보낸 사진 속 여성의 외모. 그것도 특정 신체부위였다. 다른 출연자들이 해당 여성 나이가 24세라며 "귀염상이다" "가슴이 머리만 하다"라며 품평하는 동안 거들었던 것이다.

    이 방송은 매회 초반에 "X드립(성적 농담)과 욕설이 난무하는 코미디 연애상담 방송이오니 프로불편러 여러분이나 공자왈맹자왈 찾으시는 분들은 청취를 삼가시기 바란다"라는 취지 설명이 나온다.

    그러나 출연자들은 상담과 조롱을 넘나들다 연애에서의 이른바 '갑질' 관계를 희화하거나 남녀의 신체를 비하하는 표현을 이것저것 바꿔가며 거듭 언급한다. 또 여기에 맞장구치며 껄껄껄 웃기를 반복한다.

    한 남성 출연자가 "연애에서도 무조건 갑을관계가 있어요. 좋잖아. 갑을 즐겨. 갑질이 얼마나 재미있는데"라고 하면, 다른 출연자가 성적 접촉을 강요하는 원색적 표현을 크게 소리치는 식이었다.

    경기 안산 단원을 선거구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후보(사진=더불어민주당 김남국 후보 페이스북 캡처)

     

    ◇김남국 "제가 직접 말한 건 아니었다"

    논란이 제기된 뒤 김 후보는 "일부 불편함을 느끼신 분들께 유감을 표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지만 그 이상의 사과나 책임 표명은 없었다. 외려 성인용 유료 콘텐츠였기 때문에 솔직한 말이 오갔을 뿐이고 부적절 발언을 직접 하지는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녹취를 공개한 지역구 상대 미래통합당 박순자 후보 측에 "악의적 정치공세를 중단하라"고 강조했다. '텔레그램 n번방'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자신에게 엮었다며 억울해 했다.

    민주당은 별도 조치 없이 감싸고 있다. 당초 김 후보 해명이 적절하지 못했다며 당 차원의 추가 대응 가능성까지 시사했었지만 그냥 이 수준에서 넘어가는 분위기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1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해당 방송의 내용에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다면 그 출연진 중에서 그 발언을 한 사람이 사과하는 것이 옳다"며 "전형적인 상대 후보의 네거티브 또 마타도어라는 이런 측면에서도 청취자 여러분이 생각해 주시기 바란다"고 잘라 말했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윤호중 사무총장도 "본인이 한 발언들에 다소 부적절한 대목이 없는 것은 아닌데 정도가 그렇게 심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당에서 무슨 조치를 취할 수준은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통합당은 어떨까. 먼저 박 후보 측은 n번방 사건과 결부 지어 단순 가담자라는 이유로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김 후보가 '조국 백서' 필진으로 참여해 유명세를 얻었다는 점을 꼬집어 공세에 나섰다.

    이어 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여성의원·후보·당직자 명의 성명을 통해 김 후보 즉각 사퇴나 당 차원의 제명을 요구했다. 다만 이밖에 추가 대응 움직임은 아직 세우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논란이 '막말'로 여론의 도마에 오를 경우 최근까지 통합당 후보였던 차명진 전 의원이 TV방송에서 대놓고 세월호 유가족에게 뱉었던 성적 표현도 재차 회자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게 될 경우 '막말 프레임'에서 득실이 분명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경기 안산 단원을 선거구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후보(사진=더불어민주당 김남국 후보 페이스북 캡처)

     

    ◇그에게 n번방 '가담자 처벌' 맡길 수 있나

    김 후보는 현재 총선 여론조사에서 승기를 잡고 있다.

    한국리서치가 KBS 의뢰로 지난달 29~30일 이 지역 거주 만18세 이상 남녀 500명에게 조사한 결과, 과반에 가까운 49%가 김 후보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2위인 박 후보(35.8%)보다 오차범위(±4.4%p)보다 큰 13%p 정도 앞섰다.

    실제 투표함을 열어봤을 때도 이런 결과가 나온다면 김 후보는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해 국회로 들어가 법을 만드는 데 참여하게 된다.

    이 가운데는 지난 몇 년 동안 개정 요구가 커져온 디지털 성범죄 관련 법안, 특히 미성년자 등을 강요해 제작한 성착취 불법 영상물을 돌려본 것으로 전해져 공분을 산 n번방 관련법도 포함될 것이다.

    김 후보 본인도 지난달 'n번방 방지법'을 다시 만들어 채팅방에 참여했던 가담자까지 처벌할 규정을 도입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면서 "성범죄와 타협하지 않는 사법체계구축을 위해 입법과 관련 제도 개선 등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그 약속, 지켜질 수 있을까. "팟캐스트에서 부적절 발언을 직접 하진 않았고, 단순히 참여하기만 했으니 괜찮다"던 그가 "n번방에서 관련 영상을 직접 제작하진 않았고, 단순히 낄낄거리기만 했다"는 가담자들을 쉬이 문제 삼을 수 있을까.

    총선 직전이라 쉽게 내치기 어렵다는 민주당의 고심도 이해 못할 일은 아니지만, 정치권의 이런 소극적인 대응이 그동안 n번방이란 괴물을 키워왔다는 지적은 이번에도 적용되는 모습이다.

    (그래픽=연합뉴스)

     

    지인 능욕을 위한 얼굴·신체 합성음란물 처벌을 논의하다 "일기장에 그림 그리는 것(민주당 송기헌)" "나 혼자 즐기는 것까지 처벌할 거냐(통합당 정점식)" "청원한다고 법 다 만드냐(통합당 김도읍)"라고 말했던 의원들이 겹쳐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

    아니나 다를까 총선 하루 전날에도 정치권에서는 "긴급재난지원금이 룸살롱 골든벨이냐(민생당 선대위 문정선 대변인)"라는 등의 부적절한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차명진 후보의 끊이지 않는 성적 막말은 활자로 옮기기도 어렵다.

    "국회가 여성폭력 관련 입법을 처리할 능력이 있는지 의문(한국여성의전화 송란희 사무처장)"이라는 지적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유다.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어쩌면 4년 뒤 22대 국회까지 더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겠다.

    한편 "마음 맞는 사람끼리 모여서 농담한 건데 예능을 꼭 다큐로 받을 필요 있냐"는 항변도 지지자 사이에서 나온다. 그러나 해당 방송은 TV 틀면 금세 나오는 시사평론가, 변호사 등 오피니언 리더들이 진행했다. 회당 500원만 내면 미성년자도 들을 수 있었고 구독자만 1만5천명에 달하는 영향력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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