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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에게' 시작도 끝도 김희애 덕분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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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페셜 노컷 인터뷰

    '윤희에게' 시작도 끝도 김희애 덕분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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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컷 인터뷰] 영화 '윤희에게' 임대형 감독 ②

    지난 18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윤희에게' 임대형 감독을 만났다. (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
    "올해가 한국영화 100주년이라고 하는데요. 대부분의 영화에 남자 배우분들이 많이 나오세요. ('윤희에게'에는) 이렇게 예쁜 우리 소혜, 새봄 역할을 한 소혜 양이 있지만, (출연진) 대부분 여자고 나이 많고 (해서) 조금 사실 걱정도 되고 또는 더 잘됐으면 하는 그런 한 관객으로서의 바람도 가져봅니다. 이렇게 와 주셔서 감사하고요. 저희 영화 재밌게 보시고, 재밌게 보셨다면 많은 좋은 얘기 부탁드리겠습니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사흘째였던 지난달 5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 전당 야외 무대인사에 나선 '윤희에게' 김희애의 마지막 인사는 정중한 부탁에 가까웠다. 남성 배우들이 많이 나오는 다른 영화와 달리 여성 배우가 대다수라는 게 약점으로 여겨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마음도 내비쳤다.

    그러나 '윤희에게'는 김희애의 장악력이 돋보이는 영화다. 그의 강력한 존재감과 인상적인 연기가 없었다면 완전히 다른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하고 상상할 정도로. 임대형 감독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임 감독은 김희애가 출연을 수락했기에 영화가 가능했고, '시작도 끝도 이미 김희애인 영화'가 됐다고 말했다.

    ◇ 사소한 표정 하나에도 힘이 있는 배우 김희애

    '윤희에게'는 처음부터 끝까지 윤희와 쥰의 이야기만 보여주지는 않는다. 윤희의 딸 새봄(김소혜 분), 새봄의 남자친구 경수(성유빈 분), 윤희의 전남편(유재명 분)의 새로운 사랑 찾기, 쥰과 마사코 고모(키노 하나)의 관계 등 다양한 이야기가 잘 어우러져 있다. 하지만 이 영화 특유의 애절한 무드를 만드는 데에는 단연 김희애의 공이 컸다.

    눈 돌리면 흔히 볼 수 있는, 세상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사람. 임 감독이 생각한 윤희의 모습은 이랬다. 그러나 영화의 주인공이기에 관객들이 정말로 관심 있게 봐줄 만한 장악력을 가져야 했다. 김희애는 이 모순된 요구를 다 해냈다.

    "워낙 큰 스타, 큰 배우분이셔서 저는 사실 언감생심 같이 작업해 볼 수 있을 거라고 전혀 생각 못 했는데 선배님께서 용단을 내려주신 거죠. 사실 이 영화가 그래서 가능했고, 시작도 끝도 이미 김희애인 영화가 된 게 아닐까요. 물론 다른 배우분들도 너무 애쓰셨지만요. 또, 김희애 선배님이 갖고 계신 어떤 파괴력? 사소한 어떤 표정들 하나하나 정말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사람들을 집중하게 만드는 그런 아우라가 있잖아요. 그런 강력한, 큰 존재감이 필요했어요. 연기력을 제가 말하기에는… 뭐 두말할 것도 없고, 너무 당연하게 훌륭한 배우분이죠."

    임대형 감독은 배우 김희애가 파괴력과 집중하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고 말했다. (사진=영화사 달리기 제공)
    임 감독은 '윤희에게'가 올해 열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폐막작으로 선정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장편영화 데뷔작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로 2016년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넷팩상을 받아 부국제와 인연을 맺긴 했으나, 아직 경력이 짧아서 만약 초청받는다고 해도 뉴 커런츠나 비전 부문이겠거니 했기 때문이다. 임 감독은 폐막작 선정 역시 김희애의 덕을 본 것 같다고 바라봤다.

    그는 "사실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시아 최대의 영화제고, 인터내셔널(국제적인) 페스티벌이지 않나. 개막, 폐막은 중견 감독님이나 당대의 정말 화제성 있는 작품을 주로 트는데 저는 신인이고… 아무래도 김희애 선배님께서 이 영화 출연하신 게 이유가 좀 컸던 것 같다. 또, 저예산 영화여서 응원해주고 싶지 않았을까"라며 "영화제 집행위원장님께서 보시고 정하신 것 같은데, 영화제의 새로운 방향과 잘 맞아떨어졌다고 보신 것 같다"라고 전했다.

    1983년 영화 '스무해 첫째날'로 데뷔해 올해 데뷔 36년을 맞은 베테랑 중의 베테랑 김희애가 있어서 영화를 만드는 과정도 더 수월했다고 덧붙였다. 임 감독은 "선배님은 현장에서도 분위기를 풀어주셨다. 정말 그런 식으로 타인을 배려하려고 노력해주시는 게 참, 배울 게 많은 선배님이자 선생님이었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 매 테이크를 특색 있게, 완성도 있게 만든 배우들

    주인공 중 한 명인 쥰이 일본에 거주하는 인물이어서, '윤희에게'에는 일본인 배우들이 등장한다. 일본 스태프들과도 협업했다. 어떻게 캐스팅에 성공했는지 물었다. 우선 쥰 역의 나카무라 유코. 임 감독은 2007년 개봉한 영화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에서 보고 한눈에 반해버렸다고 고백했다.

    임 감독은 "제가 기억하기로는 첫 장면에서 관을 자기 방 안에 놓고 사는 캐릭터였는데 아침에 관을 딱 열고 나오더라. 그러고는 담배를 챡 피우시더라. 실제로 흡연가는 아니시지만. 그걸 보고 반했다"라며 "저희 영화의 쥰은 정말 매력적인 존재여야 했고, 그럴 때 마땅히 떠올릴 만한 분이었다. 이 영화 대본을 너무 잘 이해해주셨고, 일본 서점에서 '82년생 김지영'을 사서 보실 만큼 한국 문화에도 관심이 많으셨고 여러모로 잘 맞았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쥰의 고모 마사코 역 키노 하나는 삼고초려 끝에 합류했다. 중학교 미술 교사였다가 '파랑새'라는 여성 극단을 도쿄에서 만들었고, 드라마와 영화 쪽으로 활동 영역을 넓힌 배우다. 임 감독은 "제가 보던 일본 드라마에 뵀던 분이다. 다작하시는 분"이라고 소개하며, 캐스팅을 위해 도쿄에 당일치기로 다녀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임대형 감독은 '윤희에게'의 새봄-경수 커플을 두고 본인이 보고 싶었던 귀여운 커플이라고 말했다. 배우 김소혜와 성유빈이 각각 새봄, 경수 역을 연기했다. (사진=영화사 달리기 제공)
    임 감독은 "저희가 번역을 많이 거치다 보니 일본인이 보기에 대본에 뭐랄까 어색하게 보일 수도 있는 대사가 있었던 것 같다. 그런 걸 현장에서 어미를 좀 더 자연스럽게 바꾸면 어떠냐는 제의를 저희에게 주겠다고 하셔서 받아들였다. 그렇다면 믿음이 생긴 거고, 그래서 아마 같이해 주신 게 아닌가. 또 저랑 저희 PD님이 정말 간곡하게 간청드렸다"라며 웃었다.

    새봄 역의 김소혜를 두고는 "현장에서 정말 집중력이 좋은 배우다. 자신의 본능을 믿고 연기하기보다는, 오히려 사전 준비와 철저한 계산을 해서 연기하는 스타일이다. 그만큼 성실하다. 그렇게 준비하고 슛이 들어가면 정말 캐릭터로 분해서 자연스럽게 연기가 나오더라"라고 말했다.

    경수 역 성유빈에 관해서는 "어렸을 때부터 워낙 경험이 많으시지 않나. 대선배님이시기도 하고. 그런 경험들이 이 배우를 되게 프로페셔널하게 만든 게 아닌가 싶다. 제 말을 정말 잘 들어줬다. 이해력은 물론이고, 힘든 상황에서는 누구 말에 귀를 기울인다는 게 어려운 일인데 그런 듣는 귀가 밝은 친구들이었다. 성유빈 씨, 소혜 씨 둘 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둘의 케미가 너무 귀엽고 좋았다. 제가 보고 싶었던 귀여운 커플이었다. 둘 다 이 영화에 활기를 불어넣어 줬다. 실제로 현장에서도 분위기가 좋았다. 김희애 선배님이 워낙 권위적이지 않으시고, 후배들과 작업하면서 정말 편하게 대해주셨다. 어떤 위계 의식을 갖고 진행된 촬영이 아니라, 서로 의지하면서 했다"라고 부연했다.

    촬영하면서 배우들의 연기에 탄복한 순간이 있었는지 묻자, 임 감독은 "저희 영화에 출연해주신 배우님들이 다 각자 캐릭터를 너무 잘해주셨다. 저는 모니터에 앉아서 수정하고 가야 하는데 정말 매 테이크를 특색 있게, 완성도 있게 해 주셨다. 저로서는 시간을 정말 많이 아낄 수 있었다"라고 답했다.

    임 감독은 "김희애 선배님(촬영 장면)은 제가 연출자인데도 감상자처럼 모니터를 볼 때가 많았다. 딱히 어떤 순간이 있다기보다는 영화 찍는 과정 내내, 매 씬 매 커트 정말 성심성의껏 성실히 해 주지 않은 배우가 없다"라고 전했다.

    '윤희에게'의 각본을 쓰고 연출한 임대형 감독 (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
    ◇ 상영관 수는 적지만… 필요한 사람들에겐 위안 될 영화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임대형 감독은 '만일의 세계', '레몬타임'의 각본과 감독을 맡았다. '5/4'(사분의 오), '정모닐', '방과 후 티타임 리턴즈', '서울집' 등에서는 연기를 하기도 했다. 제7회 대전독립영화제 우수작품상, 제13회 미쟝센단편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 제40회 서울독립영화제 우수작품상을 받으며 존재감을 드러낸 그는 첫 장편영화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로 제5회 들꽃영화상과 제19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에서 신인감독상을 받으며 본인을 향한 기대의 시선이 빗나가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했다.

    창작의 욕구가 여러 가지 갈래 중 '영화'로 뻗어 나간 이유가 궁금했다. 그랬더니 임 감독은 "새삼스럽지만 제가 영화를 좋아하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답했다. 평소 소설 읽는 걸 좋아한다는 그는 그때도 이미지를 떠올린다고 한다. "저는 어떤 이야기를 기억할 때 영상화해서 기억하는 것 같아요. 영화를 워낙 좋아하니까, 영화에 대한 글을 쓰고, 영화 대본을 쓰고 만들고 싶어 하는 게 아닐까요."

    감독으로서 앞으로 어떤 방향성을 유지하고 싶은지 물었다. 임 감독은 "저는 내일이 없는 사람이라서 항상 지금 이 순간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고 만나고 싶은 사람 만나고 살 것 같다. 단정적으로 이런 걸 하겠다고 해도 결국 지키지 못할 것 같다. 그때 만들고 싶은 영화를 만들지 않을까"라고 예상했다.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를 찍을 때 주연배우 기주봉으로부터 '넌 좀 더 비뚤어져야 한다'라는 말을 들었던 일화가 과거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언급됐다. 임 감독의 생각은 어떨까. 그는 "제가 비뚤어져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저 같은 창작자도 필요하지 않을까. (제가) 착하게 사는 사람은 아닌데 이런 영화도 필요하다고 본다. 정말 다른, 빠른 영화도 찍을 수 있겠지. 그래도 캐릭터를 비정한 시선으로만 보고 싶진 않다. 그건 지키고 싶은 부분인 것 같다"라고 밝혔다.

    '윤희에게'는 23일 현재 네이버 관람객 평점 9.38점, CGV 골든에그지수 95% 등 실 관람객에게 호평을 받고 있으나, 상영관 수가 적어 영화를 보기 힘들다는 아쉬움과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임 감독을 만났던 18일(개봉 4일째) 스크린수는 305개, 상영횟수는 490회였으나 점차 줄었고 디즈니 신작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2'가 개봉한 21일에는 스크린수 71개, 상영횟수 105회로 대폭 축소됐다. 22일도 스크린수 73개, 상영횟수 112개에 그쳤다. 개봉 당일 3%였던 상영 점유율은 22일 0.5%로 떨어졌다.

    "밤잠도 못 자고 마음이 아프죠. 참, 감독으로서는 많이 미안하기도 해요. 저와 스태프들이 조금 더 보기 편한 영화를 만들었다면… 모든 일을 제 부족함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어요. 힘들었지만 그래도 이 영화는 찾아갈 사람들은 찾아갈 것이고, 필요한 사람들에게 위안이 될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다만 상영관이 확보되면 충분히 관객이 와서 찾을 만한 영화라고 생각해요. 제가 영화를 막 잘 찍었다기보다 이런 영화가 나오기 어렵잖아요. 희귀한 영화를 보실 거예요. 영화가 어렵지도 않아요. 많은 분들이 봤으면 좋겠는데, 좀 극장 여러분들이 마음을… 넓게 가지시고 이 영화에 대한 믿음을 가져보시면 어떨까요." <끝>

    지난 14일 개봉한 영화 '윤희에게' (사진=영화사 달리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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