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이 벌어진 전북 전주의 한 전통시장 골목. (사진=자료사진)
로또 1등에 당첨된 행운아가 대출 이자 수십만원 때문에 친동생을 죽인 혐의로 법정에 선다. 홀로 벼락부자가 되는 대신 동생에게 거금을 주며 함께 사는 길을 택한 형이었다.
검찰은 범행의 계획성 여부 등을 더 들여다보기 위해 기소 직전 일정을 연기했다. 사건 당일, 의좋던 형제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전주지검은 23일 살인 등 혐의로 A(58)씨를 구속기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씨는 지난 11일 오후 4시 9분쯤 전주시 완산구 한 시장에서 동생 B(50)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은 B씨가 운영하던 가게에서 벌어졌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07년 로또 1등에 당첨돼 세금을 뺀 당첨금 12억원 가량을 받았다. 그는 당첨금 중 5억원 남짓을 가족과 친지에게 나눠줬다. B씨와 누이는 1억 5천만원씩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이 돈을 보태 집을 샀다고 한다.
A씨는 남은 7억원으로 정읍에 정육식당을 개업했다. 일부 언론은 'A씨가 사업 실패를 만회하려고 B씨 명의로 주택담보 대출을 받았다'고 보도했으나 이는 A씨의 주장과 다르다.
검찰에서 A씨는 "사업을 차리고 남은 돈으로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줬다. 동생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4700만원도 지인에게 빌려주기 위해서였다"고 진술했다. 그런데 돈을 빌려 간 지인이 월 납입 이자 25만원을 제때 갚지 않으면서 가깝던 형제 사이에 틈이 생겼다.
A씨는 지인 대신 이자를 대납해 급한 불을 끄려 했지만, 생계난으로 이마저도 여의치 않게 됐다. B씨는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데 부담을 느끼고 형에게 상환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일, 계속되는 말싸움으로 화가 난 A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16% 이상의 만취 상태로 차를 몰아 전주로 갔다. 그는 미리 챙겨간 흉기 두 자루를 B씨 앞에 던지며 "차라리 나를 찔러 달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후에도 언쟁이 계속됐고, 결국 참변이 벌어졌다.
당초 검찰은 이날 중으로 A씨를 구속기소할 예정이었으나 범행의 우발성 여부, 피해 유족의 피해지원 등을 숙고하는 차원에서 기소를 조금 미루기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형제 사이에 벌어진 사건이다. 구형을 전제로 가족들의 정서와 감정 등을 더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