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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귀화는 본인 연기에 만족한 적이 한 번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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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귀화는 본인 연기에 만족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노컷 인터뷰] '기방도령' 육갑 역 배우 최귀화 ②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기방도령' 육갑 역 배우 최귀화를 만났다. (사진=판씨네마 제공)

     

    최귀화가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순간은 배우로 데뷔한 지 꽤 오래 지난 후에 찾아왔다. 2014년 방송된 tvN 드라마 '미생'의 박대리, 천만 관객을 넘기며 흥행한 영화 '부산행'(2016)의 노숙자, 또 다른 천만 돌파작 '택시운전사'(2017)의 보안사령부 사복조장, '범죄도시'(2017)에서 깨알 웃음을 준 전반장 등이다.

    1996년 부천의 믈뫼 극단에 찾아가 이듬해 연극배우로 데뷔한 그는 아직도 '어떻게 연기를 시작하게 됐느냐'는 질문에 답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어느 날 집에 가던 길에 우연히 본 단원 모집 포스터가 출발점이 됐다. 그 후로 벌써 23년째 연기를 하고 있다.

    극단에 처음 들어왔을 때만 해도 워낙 말이 없어서 인사만 하고 다녔다. 별명이 '안녕하세요, 안녕히 계세요'일 정도로 과묵했던 그는 연기를 하면서 많이 달라졌다. 본인도 신기하단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요즘 스크린에 가장 자주 얼굴을 비추는 배우 중 한 명인 배우 최귀화를 만났다. 어쩐지 허술해서 정이 가는 역할부터, 부리부리한 눈과 무표정으로 타인을 압도하는 악역까지 늘 생생한 연기를 펼친 그는 지금까지 한 번도 자기 연기에 만족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일문일답 이어서.

    ▶ 육갑은 허색(이준호 분)과 티격태격하지만 형제처럼 차츰 가까워진다. 육갑에게 허색은 어떤 인물인가.

    저도 연기하면서 서서히 녹아들었던 것 같다. 전혀 상관도 없이 만났다가 기방에 들어가게 되는데, 허색이 자기 속마음을 얘기한다. 자기 어머니가 기생이라고. (사정을) 이해하게 되니, 동생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또 허색이 저를 무시하니까 저도 놀리기도 하고 당하기도 하면서… 저는 형 동생이라기보다는 허물없는 친구 관계라고 생각했다.

    ▶ 기방 주인인 난설(예지원 분)과 정을 통한 설정이 나온다. 언제 좋아하는 마음을 느꼈을까.

    원래 (허색과) 장에 갔다가 핀을 사서 (난설에게) 주려고 속에 감추고 있는 장면이 있었다.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육갑-난설 장면이) 많이 없어졌다.

    ▶ 두 사람의 로맨스가 좀 더 나왔으면 하고 아쉬워하는 반응도 있더라.

    난설과도 그렇고 허색과 유상(공명 분)도 굉장히 큰 시퀀스가 있었는데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다 보니까 좀 들어내게 됐다. 그런 부분은 사실 배우 입장에서 아쉽긴 하다.

    최귀화는 극중 남자 기생으로 변신하는 허색 역의 이준호와 콤비 플레이를 펼쳤다. (사진=판씨네마 제공)

     

    ▶ '기방도령'에서 남자 기생으로 분하는 허색 역의 이준호와 호흡을 맞췄는데 어땠나.

    제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연기하면서 가장 많이 맞춰준 배우다. 한참 동생이고 영화 경험이 저보다는 많지 않은데 주인공이니 얼마나 부담스럽겠나. 그래서 다 맞춰줬다.

    ▶ 이준호는 남성 아이돌 그룹 2PM으로 데뷔한 후 연기도 병행한 '연기돌'이다. 아이돌 출신 배우에 대한 선입견이 혹시 있었는지 궁금하다.

    음… 솔직하게 말하면, 준호를 두고 얘기하는 건 아니고 과거 제가 연극할 때는 가수들이 연기하는 것에 약간 편견이 있었다. '가수를 열심히 하지 무슨 연기야?' 하고. 근데 제가 영화, 드라마 시작하게 되면서 그 사람들이 저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을 했다, 모든 방면에서. 저는 연기만 할 줄 알지 춤, 노래 이런 부분을 전혀 할 줄도 모른다. 그들은 엔터테이너적인 재능까지 갖고 있는데.

    연기라는 것이 연기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지 않나. 춤추고 노래 불러야 하는 상황도 있고, 엔터테이너적인 장면이 요구될 때도 많다. 그런 부분에서 저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더라. 그때부터 '아,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구나!' 했다. 그분들은 나보다 더 경험이 많다. 진짜 그렇게 생각한다.

    한 번은 춤을 배워보려고 댄스학원 등록해서 다녔는데 (선생님이) '귀화 씨는 그냥… 연기 열심히 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진지하게 그러셨다. 너무 못 따라가더라. (일동 폭소) 액션은 좀 할 수 있는데 춤은 안 되더라. 뮤지컬 배우도 한번 해 보고 싶었는데 포기했다.

    ▶ '기방도령'도 그렇지만, 상대 배우와 호흡이 좋은 것 같다. 상대를 가리지 않는 느낌이랄까. 혹시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는지.

    준비는 정말 많이 한다. 제가 나오는 장면, 나오지 않는 장면까지 하나하나. 저는 상대 배우한테 웬만하면 다 맞춰주려고 한다. 그게 편하고, 내가 편해야만 그 배우에게도 내가 요구할 수 있으니까. 어떤 배우를 만나도 그런다.

    ▶ 최근 2~3년 동안 정말 쉼 없이 달려왔다. 그동안 본인의 위치가 달라졌다고 느꼈나.

    일단은 사실 저는 크게 뭐가 확 달라지는 건 체감 못 하고 있다. 길에 나가도 다 못 알아보신다. (웃음) 저도 한 번 관찰해 봤다. 몰라서 모르시는 건가, 알아보는데 아는 체를 못 하시는 것인가. 생각해 보니 (제가) 밖에 잘 안 돌아다니긴 한다. (웃음) 식당 서비스는 가끔 있다.

    그런 건 있다. 시나리오가 과거에 비해 많이 들어온다. 선택해야 되는 입장에 놓였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는데 한편으론 그것도 부담스러웠다. 들어오는 것만 감사하게 했는데 지금은 더 잘해야겠다는 욕심이 있어서 시나리오부터 신중을 기하게 된다. 내가 잘할 수 있겠다, 없겠다를 보고 거절도 해야 하고 그런 부분이 저한테도 오다 보니까. 정말 출연을 바라는 분들을 거절하는 게 어려운 일이더라. 거절이 이렇게 어려운지 몰랐다.

    ▶ 그럼 어떤 제안을 받았을 때 거절하는 건가.

    제가 (그 역할을) 잘할 수 없으면 못 하는 거다. 기존에 했던 역할이라 중첩되거나. 안전한, '타입 캐스팅'으로 가려는 분들이 굉장히 많더라. 배우 입장에선 매력이 없다. 나는 이미 그런 역할을 해 봤는데 또 하는 거니까.

    또한 기방의 주인 난설 역 예지원과는 로맨스 연기를 선보였다. (사진=판씨네마 제공)

     

    ▶ 이번 육갑 역은 어땠나. 새롭다고 생각했는지.

    제가 만들면 만들수록 제 것이고, 제가 만든 게 전부이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역할은 배우로서 끌린다. 남들이 많이 안 해 봤던 역할.

    ▶ 못할 것 같다는 건 어떻게 판단하는지 궁금하다.

    자신이다. 자신이 없는 거다. 사실 '롱 리브 더 킹' 국회의원 역을 거절했다. 못 하겠다고. 너무 부담스러웠다. 국회의원이라는 설정도 너무 부담스러웠고 그 나이대를 표현한다는 것도 부담스러웠다. 2선이면 10년 가까이 국회의원으로 산 거다. 내가 진짜처럼 보일지가 너무 걱정돼서 주변에 국회의원들 리서치도 해 보고 만나보려고 노력도 했는데 인맥이 없으니까… 보좌관과 만나보자고 날 잡았는데 (그쪽에서) 무슨 일이 터지는 바람에 못 만났다. 자신이 없어가지고 못하게 됐는데, (감독님이) 잘할 수 있으니까 해 보자고 하셔서 그때 다시 하게 됐다.

    국회의원은 연극이든 드라마든 영화든 너무 흔히 쓰는 역할이다. 너무 많이 보였던 역할이니, 이걸 어떻게 새롭게 보이게 하는지는 그 배우가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역할을, 어떻게 더 새롭게 해서 전형성을 탈피할 수 있을까? 난 못 하겠다! 이렇게 되는 거다. 저는 ('롱 리브 더 킹'에서 새로운 모습을) 못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전형성을 탈피하려고 진짜 고민을 많이 했다. 결과물을 봤는데 그렇게 많이 탈피하지는 못했더라. 아쉬움이 있다.

    ▶ 자기 기준이 매우 엄격한 것 같다.

    작품은 만족스럽지만 육갑(연기)을 한 게 만족스럽진 않다, 저는. 여러 가지 허점들이 많더라. 아, 저기서 왜 저렇게 했을까? 조금 더 열심히 했더라면 조금 더 고민했더라면… 이런 아쉬운 게 있다.

    ▶ 그럼 연기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때는 없나.

    제가 계속 작품을 하는 이유는, 만족스럽지 않아서 하는 이유가 크다. 승부 근성이 전 있다. 연기 욕심 많다 보니까 아쉬운 점도 많다. 항상 작품을 보면 '아, 왜 저렇게 했을까' 하고 만족한 적이 거의 없다. 단 한 번도 없다. 항상 부족한 점이 보인다. 아! 그땐 참 기분 좋았다. '택시운전사' 때 (연기를 보고) 만나면 죽여버리고 싶다는 댓글 봤을 때. (웃음)

    ▶ 처음에 연기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그 질문은 들을 때마다 '야~ 난 왜 이거 시작했지?' 하게 된다. (웃음) 어느 날 집에 가려고 뒤를 봤는데 전봇대에 단원 모집 포스터가 있었다. 정말 불현듯이. 유심히 봤는데 초짜여도 뽑는다는 내용이더라. 전화번호 외워가지고 집에 가서 전화했다. 굉장히 용기 내서.

    흔쾌히 와 보라고 하더라. 그때 공연장이란 걸 처음 가 봤다. 마침 그날 공연을 하더라. 그때 대표님이 1인극을 하고 계셨는데 그걸 보고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아, 이런 세계가 있어?' 전 그게 처음 연극 본 거였다. 10대 후반, 그쯤 됐을 때다. 연습생 시절을 보내다가 1997년에 데뷔했다.

    위쪽부터 영화 '택시운전사'의 사복조장, '범죄도시'의 전반장, '롱 리브 더 킹'의 최만수 역을 맡은 배우 최귀화 (사진=각 제작사 제공)

     

    ▶ 원래 굉장히 말수가 없는 것으로 안다. 많은 사람을 만나 작업하는 배우 생활을 하면서 성격이 달라진 부분이 있는지 궁금하다.

    과거에 비하면 진짜 많이 달라졌다. (예전엔) 별명이 '안녕하세요 안녕히 계세요'였을 정도였다. 저는 제가 신기하다. 어쩌다가 연기를 하게 됐는지. (웃음) 차츰차츰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변해가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든다.

    ▶ 무명 기간이 길었다. 인지도나 부, 명예 등을 얻고 싶은 시절이 있었을 것 같다.

    한때는 진짜 유명해지고 싶었다. 동료 배우들 잘될 때 '에이, 나도 잘되고 싶은데 왜 안 되나? 쟤나 나나 비슷한 것 같은데, 연기도 그렇고' 이랬다. 근데 지금은 그런 건 많이 없어진 것 같다. 연기를 잘하고 싶다. 연기로 최고가 되고 싶다. '연기만큼은 최귀화다'란 말을, 들어보는 게 소원이라면 소원이다.

    ▶ 앞으로 배우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지.

    저는 사실, 휴먼극을 좋아한다. 사람 냄새 나는 작품이 잘 안 나온다. 흥미롭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인지 투자받기 어렵고, 그러다 보니 작가들이 쓰지 않는다. 안타깝다. 새롭기도 하고 볼거리도 많은 휴먼극이 있다면 그런 작품을 한번 해 보고 싶다. 사람 냄새 나는 작품이 저한테는 잘 맞는 것 같다, 성향으로도. 항상 그런 작품이 눈에 들어오고. 그래서 제가 안 되는 것 같다. (웃음) 제가 원하는 건 휴먼인데 사람들이 (제게) 원하는 건 장르물이다.

    ▶ 차기작은.

    지금은 휴먼극을 하고 있다. (웃음)(* 기자 주 : 최귀화의 차기작은 OCN 오리지널 '달리는 조사관'이다.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해, 인권증진위원회 조사관들이 누구도 도와주지 못했던 억울한 사연을 가진 이들을 위해 싸워나가는 내용이다)

    ▶ 직접 쓴 시나리오가 지난해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마켓에서 상을 탔다는 기사를 봤다. 현재 진행 상황이 어떤가.

    올해 들어갔어야 했다. 하겠다는 제작사는 있는데 감독님이 없어서 신인 감독님이 다시 (시나리오를) 디벨롭(발전시키고)하고 있다.

    ▶ 하정우, 이희준, 김윤석, 정우성, 조은지 등 연출자로 데뷔했거나 준비 중인 배우들이 많은데 직접 연출할 생각은 없나.

    꿈은 있다. 아주 나중에, 배우 은퇴했을 때 한번 해 보고 싶은 생각은 있다. <끝>

    배우 최귀화 (사진=판씨네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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