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히토 일왕이 30일 오후 도쿄 지요다(千代田)구에 있는 고쿄(皇居) 내 영빈관인 '마쓰노마'에서 퇴위 행사를 치르고 있다. 오른쪽은 미치코(美智子) 왕비. (사진=연합뉴스 제공)
아키히토 일왕이 퇴위하고 나루히토 왕세자가 1일 새벽 0시 왕위에 올라 레이와 시대가 열렸다.
NHK 방송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쿄 시부야 사거리 등에는 전날밤부터 우산을 쓴 많은 시민들이 모여 새로운 레이와시대를 카운트 다운하면서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
새벽 0시 연호가 레이와를 외치며 환호하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한 20 대 여성은 NHK와 인터뷰에서 "헤이 세이와 레이와 두 시대를 경험할 수있어 기쁘다. 레이와 시대에는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나루히토 새 일왕의 즉위 행사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고쿄내에서 '겐지토 쇼케이노기'라고 불리는 의식을 시작으로 오는 11월까지 지속된다.
'겐지토 쇼케이노기'는 새 일왕이 왕실에서 대대로 전해져 내려온다는 청동검.청동거울.청동방울 삼종신기를 물려받는 의식이다.
이어 오전 11시 10분부터 10분간 국민을 대표하는 아베 신조 총리와 각 부처 장관, 지방자치단체장 등을 만난다.
이 때 나루히토 일왕이 즉위후 첫 소감을 밝힌다. 이 즉위의 변을 통해 새 일왕의 향후 행보를 점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키히토 상왕은 지난 1989년 1월 9일 즉위직후 "헌법을 지키고 평화와 복지를 증진하고 싶다"라고 밝힌 후 평화행보를 걸어왔다.
아키히토 상왕은 재위기간 30년동안 일본의 전쟁 책임을 인정하고 평화헌법을 중시하며 일본 우경화에 제동을 걸어왔다.
아키히토 일왕은 전날 퇴임식에서 국민들에 대한 마지막 인사에서도 "새로운 '레이와'의 시대가 평화롭게 많은 결실을 보기를 바란다"라며 평화를 강조했다.
이에따라 나루히토 새 일왕이 우경화하는 정치권을 견제하는 역할을 해왔던 왕실의 기조가 계속 유지될지 관심이다.
나루히토 일왕은 왕세자 시절 대외활동을 자제해 부친보다 더 조용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특히 왕위계승 1년전인 지난해 헌법에 규정된 상징적 역할을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해 당분간 일본 국민곁으로 조용히 다가가는 행보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전날에는 도쿄에서 천황제 폐지를 주장하는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도쿄의 JR 신주쿠 역 근처의 광장에서 전날 저녁 천황제에 반대하는 시민들 150여명은 천황의 존재는 법아래 평등에 반한다고 주장하면서 '천황제를 끝내자', '천황 폐지해야 한다고 구호를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