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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류준열, '신입사원 눈빛' 안 나와 포기한 장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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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 류준열, '신입사원 눈빛' 안 나와 포기한 장면 있었다

    [노컷 인터뷰] '돈' 조일현 역 류준열 ①

    지난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돈'의 조일현 역을 맡은 배우 류준열을 만났다. (사진=쇼박스 제공)

     

    오는 20일 개봉하는 영화 '돈'(감독 박누리)은 직관적이다. "숫자 뒤에 0이 10개면 얼마인지 아는가?"라며 "나는 부자가 되고 싶었다"라고 관객에게 말을 거는 이 영화는 돈 많이 벌어 성공하고 싶다는, 평범한 꿈을 가진 신입 주식 브로커가 돈의 위력을 온몸으로 겪으며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류준열은 '돈'에서 주인공 조일현 역을 맡아 크레딧 가장 앞에 자기 이름을 올렸다. 총 67회차 촬영분에서 60회차에 등장하며 명실상부한 원톱으로서 역량을 뽐냈다.

    의욕만큼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해 쩔쩔매고, 남들과 비교할수록 초라해지는 자신을 보고 좌절하며, 속상한 마음에 이기지도 못할 술을 마시며 진상을 피우는, 세상 모든 초짜가 한 번쯤은 겪었을 일을 실감 나게 그려냈다. 돈맛을 보고 난 후 욕망에 가득찬 눈빛을 지닌 '달라진' 일현 역시 뛰어나게 소화했다.

    지난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류준열을 만났다. 하루 전인 6일 언론 시사회를 마치고 부지런히 반응을 살펴본 듯한 그는, "아직까지 주식 얘기가 너무 어려워 영화가 어렵다는 얘기는 못 봐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 주식 브로커 역 위해 공부하며 준비

    류준열은 언론 시사회 당시 영화를 처음 봤다고 밝힌 바 있다. 기대했던 만큼 잘 나온 것 같냐고 묻자 "늘 그렇지만 아쉽다"며 "배우는 자기 작품에 만족하기 어려운 것 같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답했다.

    류준열은 "최초 시사 이후에 반응 찾아봤는데 '주식을 몰라도, 돈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이 들고 호흡도 빨라서 좋았다'는 얘기를 많이 해 주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식 브로커 역을 소화하기 위해 류준열은 어떤 준비를 했을까. 류준열은 "주식도 한번 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감독님만큼 열심히 하진 않았지만 주식 자체에 대해 공부했다"고 전했다.

    그는 "시스템을 알아야 했다. 만 원도 제 돈이기 때문에 (주식 창을) 보면서 잃느냐, 안 잃느냐 신경을 많이 쓰게 됐다. 영화에 모니터 보고 흥분해 얼굴이 뻘게지는 장면이 있는데 그게 경험담이다. 단 1원이라도 초 단위로 오르고 내리고가 바뀌어서 핸드폰을 계속 보게 되더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쨌든 주식 영화를 해야 하고, 주식을 모르는 분들이 봐도 재밌게 보는 영화가 되어야 해서 (제작진이) 오히려 더 공부 많이 해야 하는 웃픈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류준열은 '돈'을 준비하며 주식 브로커를 실제로 만나기도 했다. 영화에 그려지는 대로 비슷한 일을 한다고. 그는 "생각보다 사무실 분위기는 차분하고 조용했다. 그게 더 가짜같이 느껴져서, (영화는) 더 활기차고 사람들이 돈에 목청을 높이는 느낌으로 갔다"고 부연했다.

    ◇ 사람이 '변하는 것'에 매력 느껴 출연

    오는 20일 개봉하는 영화 '돈'은 말 그대로 돈에 관한 얘기다. '부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품고 여의도 증권가에 입성한 신입 주식 브로커가 번호표라는 이름의 작전 설계자를 만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사진=쇼박스 제공)

     

    일찌감치 '돈'의 조일현 역에 캐스팅된 류준열. 그는 "이 인물을 되게 연기하고 싶었고 되게 공감 갔다"며 "나랑 비슷한 또래고, 돈에 대해 다 비슷한 고민이 있을 테니"라고 말했다. 이번 작품에서 처음으로 '1번 롤'을 맡은 것을 언급하자 "하다 보니까 롤이 그렇게 자연스럽게 연결됐다"고 하며 웃어 보였다.

    "돈 얘기겠거니 하고 봤는데 주식 얘기를 해 가지고요. 처음엔 장르도 잘 몰랐어요. 그런데 책이 술술 넘어가더라고요. 주식을 잘 몰라도, 신입사원으로 시작해 이런 인물도 만나고 사람이 변하는 것에 대해서 매력을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배우는 뭔가 상대적으로… 인물이 변하는 상황이나 그런 걸 즐기고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인물이 작품 내내 똑같은 것보다. 변화의 폭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인물 성패가 달렸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배웠기 때문에, 인물 변화만 잘 소화해도 배역을 잘 소화한 거라고 봐요."

    언론 시사회 때도 일현에게 공감했다고 말한 류준열. 어떤 점에 특별히 공감이 갔는지 묻자 류준열은 "청춘이 가진 어떤 막연한 꿈에 공감했던 것 같다. 우리가 '성공했다', '성공하려면 멀었다', '대박이 났다', '쪽박 찼다' 이런 표현을 쉽게 하는데 일현이도 그 범주 안에 있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부자가 되고 싶었다"는 첫 내레이션에서 '부자'라는 단어가 어떨 때는 멀리 느껴지고 어떤 때는 가깝게 느껴지지 않나. 그런 부분에서 일현이에 대한 공감이 있었던 것 같다. 그 나이 또래 청춘답게 '성공해야 하고 부자가 되어야 하고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며 회사에 들어간 인물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잘생김을 연기하는 배우'라는 찬사를 들었던 류준열은 '돈'에서는 180도 변한 사람의 '속성'까지 연기한다. 손님 말을 제대로 못 알아들어 깨지고, 이렇다 할 실적 없이 울적한 나날을 보내지만 '편법'을 쓰지는 않았던 순진한 신입사원 조일현. 위험한 거래에 뛰어든 후 더 많은 돈을 위해 핏줄이 터질 것 같은 눈으로 욕망을 향해 질주하는 달라진 조일현. 상반된 두 모습을 막힘 없이 전달한다.

    "총을 쏘는 장면은 없지만, 글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총성 없는 전쟁', '액션 없는 액션 영화'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영화를 그렇게 만들고 싶었고, 그러다 보니까 인물을 묘사할 때 특히 눈빛이 중요한 것 같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신입사원의 눈을 가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마지막 일현이의 눈을 가질 수 있을까, 원래 조일현의 눈빛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 부분에 대해 잘 가고 있다고 확신이 든 때가 있어요. 영화 촬영하다 보면 시간 순서대로 찍을 수 없는 경우가 많아요. 저희 영화는 그런 쪽도 많이 배려해주셨거든요. 배우들이 연기 잘할 수 있게끔 환경을 만들어주셨고, 어떨 땐 일현이의 감정을 저보다 더 많이 고민하셔서 스케줄을 정리해주셨어요. 그 덕을 많이 봤고요.

    찍다가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촬영하는 시간이 있어서, 카메라에 (얼굴을) 대어봤는데 초반 신입사원 얼굴이 안 나와서 과감히 포기했던 순간이 있어요. 그때 느꼈던 것 같아요. 인물이 잘 표현되고 있다고. 머리 길이는 항상 똑같았어야 했기 때문에 (외양은) 변한 게 없는데도 계속 신입사원의 얼굴이 안 돌아오더라고요.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 류준열이 '초보자'에게 하는 조언

    류준열이 맡은 일현은 남들처럼 돈 많이 벌어 성공하고 싶다는 평범한 꿈을 지닌 신입사원이다. 주식 종목 코드를 다 외우는 신공으로 합격한 일현은 의욕은 가득하지만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놓지 못해 안절부절못하는 인물이다. (사진=쇼박스 제공)

     

    류준열은 지난 2015년 방송된 KBS2 '프로듀사'에서 갓 입사한 KBS PD로 신입사원의 모습을 선보인 바 있다. '리틀 포레스트'에서는 직장 생활에 허무함을 느끼고 고향으로 돌아온 사회 초년생이었다.

    하지만 '프로듀사'의 주종현 역은 단역에 가까웠고, '리틀 포레스트'의 재하도 자신만의 삶을 살려고 고향에 돌아온 이후의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신입사원 역할에 깊이 몰입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분량이 주어진 건 사실상 '돈'이 처음이다.

    찍으면서 본인의 신입 시절이 떠올랐냐고 물으니 류준열은 "늘 실수투성이였다, 실수투성이. 늘 배우느라 고민했던 것 같다"며 웃었다.

    이내 "고민을 많이 하느라고 에너지도 많이 쓰고 힘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늘 실수고, 늘 죄송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신인인 것 같다. (주변 분들이) 예뻐해 주시고 용서해주시고 넘어가 주시고 알려주셨다"는 답이 돌아왔다.

    "초보자들이 하는 실수가 있어요. 모르면 물어봐야 하는데 자기 깜냥 안에서 하려다가 큰 실수가 나거든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그런 중요한 결정은 윗사람과 상의하고 실수를 최소화하는 게 좋지 않나 싶어요. (웃음) 일현이는 자기 자존심도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다행히 저는 인복이 많아서 (실수한다고) 호통을 치거나 뭐라고 하신 분은 없었어요. 저는 모르면 물어봤던 것 같고요. 혼자 싸매고 고민하기보다는 기다(맞다) 아니다를 분명히 묻는 편이에요. 저는 그런 데 자존심 내세우지 않아요. 후폭풍을 더 고민하는 편이라 자존심 없더라도 물어보고 맞게 가는 게 서로에게 이득 같아요."

    ◇ 일현을 당황하게 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배우 류준열 (사진=쇼박스 제공)

     

    류준열은 잘하려다가 매도-매수를 헷갈려 오히려 큰 실수를 저지른 첫 거래 장면 촬영 뒷이야기도 들려줬다.

    류준열은 "매도해, 매수해 이걸 얼버무리기가 어렵다. 들려도 그렇고 너무 안 들리게 하자니 일부러 그런 것 같고… 워낙 어마무시한 배우님이시다 보니 알아서 잘해주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목소리도 (듣자마자) 다 알면 또 재미가 없지 않나. (영화) 몰입을 깰 수도 없고. 그조차도 (해당 배우가) 딱 정리해주셨다"고 전했다. 극중 조일현을 당황하게 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뜻밖의 인물. 엔딩 크레딧에서 확인할 수 있다.

    류준열은 당시 촬영할 때 빈 전화기를 들고 했다며 본인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트래블러'에서도 서툰 영어를 하는데, 제가 전화 영어는 잘 못 알아듣는 것 같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류준열은 "영어도 언어다 보니까 그때 분위기, 표정, 입 모양을 유추하고 많이 느끼는 편인데 특히 전화는 어려운 것 같다. 그래서 전화로는 잘 몰라도 예스 예스, 오케이 오케이 하고 여러 번 끊은 적이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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