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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 부딪힌 개성공단 기업 "하노이 가서 피켓 시위라도…"



기업/산업

    한계 부딪힌 개성공단 기업 "하노이 가서 피켓 시위라도…"

    공단 재개 하세월에 부도 기업 늘어
    북한 전문가 "올해가 개성공단 재개 마지막 기회"

    경기도 파주시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북측 군인들이 개성공단으로 이어진 경의선 도로를 경계 근무하고 있다. 개성공단은 오는 11일이면 가동을 중단한 지 3년이 된다. (사진=연합뉴스)

     

    유동옥 회장이 운영하는 중소기업체는 산업자원부로부터 '세계일류화 상품' 제조업체로 선정됐다. 그의 업체가 만드는 기계식 연료펌프가 세계 시장 점유율 30%를 기록하며 전세계를 석권하던 때였다. 미국 GM과 일본 미쓰비시 등 주로 선진국에 납품되던 제품이었다.

    세계일류화 상품으로 지정된 다음달에는 정부로부터 60만달러에 상당하는 연구지원 자금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 한달 뒤인 2016년 2월 모든 것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공장을 두 군데나 지어두었던 개성공단이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하루 아침에 폐쇄된 것이다.

    사업이 탄탄대로였지만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유 회장은 지난 2005년 창설 멤버로 개성공단에 입주했다. 값싸고 질 좋은 노동력이 큰 장점이었지만 '같은 동포로서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현실을 조금이라도 타개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개성공단에 입주했다. 그것도 연간 매출액의 절반에 해당하는 자본을 들여 공장 두 군데와 연구소까지 개성공단에 지었다.

    "저희가 인도에도 생산공장이 있는데, 기술연구소까지 짓자는 제안도 받았지만 거절했습니다. 기술 유출 우려 때문이었죠. 하지만 개성공단에는 기술 유출 우려에도 불구하고 연구소를 지었습니다. 기술이 유출되더라도 (북한 동포들이) 밥이나 굶지 말고 훌륭한 한민족끼리 총칼을 겨누는 바보같은 상황을 후대에는 물려주지 말자는 사명감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갑작스런 개성공단 폐쇄에 유 회장은 고객들을 유지하기 위해 남쪽에 다시 공장을 세웠다. 공단이 폐쇄되지만 않았어도 세울 필요가 없는 '중복 투자'였다.

    "공단이 폐쇄된 뒤 박근혜 정부는 '모든 힘을 다해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알고 보니 '보상'이 아니라 '대출' 지원이었습니다. 그래도 고객들을 유지하기 위해 공장까지 다시 짓고 직원들 그대로 유지하며 살던 아파트까지 팔고 2년 반을 버텼습니다. 하지만 여기까지입니다"

    유 회장의 업체는 결국 지난 7일 부도처리됐다.

    "부도 처리된 근본적인 이유는 물론 개성공단 폐쇄때문이죠. 이렇게 오래 갈줄 모르고 버텨왔는데...개성공단 재입주요? 이번에 너무 뜨거운 맛을 봐서요... 그래도 저는 (개성공단이 재가동되면) 꼭 들어가려고 합니다. 지구상에서 여전히 가장 경쟁력 있는 공단이기 때문이죠."

    ◇ 개성공단 폐쇄 3년, 12개 업체 사실상 '폐업'

    개성공단 폐쇄 3년을 맞는 이달 현재 125개 입주기업 가운데 12개 업체가 사실상 '폐업'에 가까운 '휴업' 상태이다.

    개성공단기업비대위 주최로 열린 개성공장 점검을 위한 방북승인 촉구 기자회견에서 정기섭 비대위 공동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개성공단기업협회 관계자는 "폐업을 하게 되면 개성공단에 남겨둔 자산을 회수하지 못하게 돼 폐업도 못하는 실정"이라며 "휴업을 하지 않는 나머지 기업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입주기업이 이 정도면 소규모 협력업체는 더욱 힘들 것"이라며 협력업체의 휴폐업 현황은 파악할 수조차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이나 배려는 없다는 것이 입주기업들의 설명이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지원받은 것은 전혀 없다"며 "특히 시설점검을 위해 공단을 방문하겠다는 입주업체의 방북신청도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허용하지 못하는 한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입주기업들은 그동안 7차례에 걸쳐 '시설점검을 위한 개성공단 방문신청'을 정부에 제출했지만 정부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유보해왔다.

    정 위원장은 "그동안 우리 정부가 미국을 설득하는 것을 참고 기다려온 것이 3년"이라며 "이번 북미 정상회담이 잘못되고 또 기다리게 되면 그 사이 입주기업들은 망할 것인데 정부가 이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촉구했다.

    이어 "앞으로 입주기업들은 이해 당사자로서 할 말은 할 것"이라며 "주한 미국 대사관 앞에서 1인 시위라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입주기업측은 오는 27일 시작되는 북미 정상회담 현장에서도 개성공단 재개를 촉구하는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베트남 하노이 현지에 가서 피케팅 등 여러 활동을 벌이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 북한 전문가 "개성공단 재개, 올해가 사실상 마지막 기회"

    정부의 '전향적인 조치와 대미 설득'만 기다리고 있던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이처럼 분통을 터뜨리는 이유는 올해가 개성공단 재개의 사실상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연구실장은 11일 국회에서 열린 개성공단 폐쇄 3년 세미나에서 "올해가 (개성공단 재개의) 마지막 기회"라며 "내년이면 미국은 대선 국면에 접어들기 때문에 대북문제에 신경을 쓸 틈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홍 실장은 "남북경협은 향후 30년간 우리에게 170조원에 상당하는 이득을 가져다 주는데 이 가운데 160조원이 개성공단에서 나온다"며 "이렇게 많은 이익이 있는 개성공단을 재가동하려면 정부가 온 힘을 쏟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아쉬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홍 실장은 "개성공단은 북한 비핵화의 인센티브로 활용할 수 있는데, 이것을 미국이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이 지불한다는 점으로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며 "현재의 대북제재를 두고도 북한이 비핵화 조치에 성의를 보이고 미국이 정치적 결단만 한다면 올 여름쯤 개성공단이 재개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희망해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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