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관광이 오버투어리즘 우려에 환경보전기여금이나 렌터카 총량제 도입에 나섰지만 정작 관광업계의 속사정은 다르다. 관광객 감소 속에 '현대판 보릿고개'라며 관광정책과의 괴리감은 크기만 하다.
어린이날 도내 관광지 1번지 격인 A관광지의 주차장은 요즘 ‘한산함’ 그 자체다.
100여대를 세울 수 있는 주차장은 오전 반나절 5분의 1 채우기도 벅차다. 처음엔 사드 사태에 따른 중국관광객 감소려니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게 아니다’싶다.
문제는 제주관광 전체적인 불황. 부지불식간에 변화된 관광패턴이 관광지들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무료 관광지 위주의 관광에 체류형 관광이 고착화되면서 관광업계의 매출하락으로 직결되고 있다.
A관광지 대표 강모씨는 “지난 여름 관광성수기 때도 주차장에 세워진 차량이 고작 10~15대뿐이었다”며 “양적성장이 바탕 안된 질적성장만 추구하다보니 관광지마다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도내에서 대형 음식점을 4곳이나 운영중인 김모씨는 최근 음식점 한 곳을 접었다.
관광객들이 음식은 마트 등에서 사다가 직접 해먹고, 돌아다니는 것보다 숙소에서 쉬는 걸 원하다보니 매출은 칼로 자른 것처럼 지난해의 반토막이다.
‘이렇게 가다가 제주관광이 그냥 무너지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에 업장을 더 줄여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김씨는 “여수만 가도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데 비해 제주는 점차 유령의 도시가 되고 있다”며 “추석 연휴 관광객들이 20만명 가량 들어온다고 하지만 기대감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제주관광업계에 불황이 드리운 건 우선 관광객수가 예전같지 않기 때문이다. 한때 1500만명을 찍었던 제주관광은 올들어 7월말까지 830만명으로, 지난해보다 4% 가량 감소했다.
전체 관광객의 93%를 차지하는 내국관광객이 지난해보다 0.3% 감소하는 등 정체를 보인 데다 외국관광객은 지난해보다 33% 감소하는 등 방문객이 줄고 있다.
또 젊은층들의 가족 중심 체류형 관광이 보편화되는 등 관광 패턴의 변화는 관광업계를 어렵게 하는 주된 요인이다.
미분양된 타운하우스를 고급 펜션으로 속이는 불법 숙박업까지 판을 치면서 관광호텔의 경영을 갉아먹고 있다.
부지기수로 늘어난 분양형 호텔들이 조식을 포함해 3~5만원짜리 객실을 파는 것도 모자라 공짜 렌터카까지 얹어주면서 덤핑 영업은 극에 달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한쪽에선 업계 현실과 동떨어진 오버투어리즘 문제를 부각시키고 있어 이들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제주도와 제주도관광협회가 9월 가을 관광철을 맞아 관광업체 1260곳이 참여한 가운데 할인과 경품 제공 등의 이벤트를 열고 있지만 관광객들의 이목을 끌기에 역부족이다.
오는 22~26일까지 20만5000여명의 관광객이 제주를 찾을 예정이지만 상황이 어렵게 돌아가다보니 업계의 기대감은 크지 않은 실정이다.
제주도는 "온라인 홍보를 강화하고, 서울과 부산 등 주요 도시에 있는 제주관광홍보사무소를 적극 활용해 관광객들이 9월 이벤트에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