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을 앓던 30대 남성이 새벽에 잠을 자던 가족에게 흉기를 휘둘러 생후 9개월 된 아들과 세 살 난 딸이 숨지고, 아내가 중상을 입었다.
경기 하남경찰서는 28일 범행 후 자해해 중태에 빠진 A(35) 씨를 우선 살인 혐의로 형사 입건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이날 오전 2시쯤 하남시 풍산동 자신의 아파트에서 집 안에 있던 흉기로 생후 9개월 된 아들과 딸(3)을 살해하고 아내 B(37) 씨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아들은 그 자리에서 숨졌다. 딸은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지만 숨졌다. 복부와 가슴 등에 중상을 입은 B 씨는 수술을 받은 뒤 회복 중이다.
A 씨는 범행 후 자해해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지만, 아직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A 씨는 새벽에 B 씨와 아들이 자고 있던 방에 들어와 '같이 죽자'며 저항하던 B 씨를 흉기로 찌른 뒤 잠들어 있던 아들과 딸에게 연이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살려달라'는 소리를 들은 이웃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지만, 이미 A 씨를 비롯한 모든 가족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A 씨는 범행 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던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A 씨는 우울증이 심해 이달 초부터 정신과 상담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자영업을 하는 A 씨는 '평소 장사가 잘 안 된다'며 주변에 경제적 어려움도 자주 호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 씨의 사무실에서는 "딸아 사랑한다. 앞으로 잘 크고 엄마 말 잘 들어야 한다"라는 내용의 자필 메모가 발견됐다.
경찰은 A 씨가 회복하는 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