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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통신비 공약, 강행→번복→후퇴 '논란 자초'



기업/산업

    文 통신비 공약, 강행→번복→후퇴 '논란 자초'

    • 2017-06-23 05:00

    시민단체 "공약 후퇴" 업계 "소송 불사" 갈등만 남긴 공약…요금인가제 오용 가능성도

     

    최근 한 달간 뜨거운 감자였던 문재인 정부의 '통신비 인하' 방안이 우여곡절 끝에 발표 났지만 소비자와 통신업계의 온도 차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소비자를 대표하는 시민단체도, 통신업계 어느 쪽도 정부의 대책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기본료 폐지'를 강하게 밀어붙이던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결국 업계 반발과 근거 부족으로 후퇴하면서, 정책 마련 과정에서 사회적 혼란과 갈등만 부추겼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포용적 성장 위해 불가피" 기본료 폐지 '무산'…"공약 번복, 결국 후퇴" 반발

    국정기획위는 22일 요금할인과 공공 와이파이 확대 등을 담은 통신비 인하안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이 공약한 '통신 기본료 폐지'는 이번 대책에서 제외됐다.

    이에 따라 이르면 오는 9월부터 휴대전화 요금 할인율이 기존 20%에서 25%로 확대된다. 평균가입요금수준(4만 원)을 기준으로 기존 가입자는 월 2000원, 신규 가입자는 월 1만 원 할인 받는다. LTE 데이터 무제한 상품은 월 5만 원 이하로, LTE 음성 무제한 상품은 월 2만 5000원 이하로 요금이 내려간다.

    이외에도 △어르신·저소득층 등 취약계층 대상 통신비 월 1만 1000원 감면 △2만 원 대 보편적 요금제 신설 △공공와이파이 확대 등을 관련 대책으로 내놓았다.

    국정기획위는 이같은 대책을 통해 연간 최대 4조 6000억 원의 가계통신비를 절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기본료 폐지'를 이번 대책에서 제외한 것은 "이를 적용할 경우 전체 가입자에게 적용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기본료가 있는 2G와 3G 가입자에 한해 기본료를 폐지할 경우 전체 가입자의 84%에 이르는 4G(LTE) 가입자들이 소외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소비자단체는 "공약 후퇴"라며 극렬히 반발하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 윤문용 ICT 정책국장은 "국정기획위의 공약 이해도가 부족해 논의가 오락가락하다 기본료 폐지가 무산됐다"며 "중장기적으로 인하안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국정기획위는 그간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통신 기본료 1만 1000원 일괄 폐지로, 미래창조과학부와 이통3사와 갈등을 빚어왔다.

    지난 6일 국정기획위는 미래부가 "통신비 인하 공약 이행에 대한 진정성이 없다"며 "업무보고를 받지 않겠다"고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했다. 또 "반드시 인하 방안을 마련해오라"며 엄포를 놓는 등 미래부와 통신사를 압박해왔다.

    그러나 업계 반발이 심하고 이를 강행할 마땅한 법적 근거도 없는 등 현실적인 난관에 봉착하자, 기본료 폐지 대상을 2세대(G)와 3G 이통 서비스 가입자로 한정했다가, 또 이를 번복하는 등 혼란을 계속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지난 20일 4차 보고 뒤에는 "기본료 폐지는 통신사의 자율 사항"이라면서, 뜻대로 되지 않는 원인을 "정부 정책에 동참하지 않는 업계 탓"으로 돌리는 등 무책임한 모습까지 보였다.

    결국, 제대로 된 산업 분석이나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 인하만 밀어붙이다 보니 국민 기대감만 키우며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참여연대는 "가장 확실한 가계 통신비 부담 완화 방안인 기본료 폐지를 결정하지 못하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유감"이라면서 "통신비 인하 공약 실현에 충실해야 함에도 2G·3G에만 기본료를 폐지하겠다는 등 스스로 혼란을 야기, 통신비를 인하하는 정책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 9월부터 요금할인 25%로 확대…통신사 "소송 불사"…미래부 "업계 여력 있어"

    통신 업계는 "기본료 폐지가 무산된 것에 다소 안도감을 나타내면서도 요금할인율을 인상한 것엔 "통신사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제조사와 이통사가 나눠서 부담하는 단말 지원금과 달리 요금할인은 이통사가 전액을 부담해 할인율이 높을수록 불리하다.

    25%로 할인율이 높아지면 통신사의 연간 매출이 5000억 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업계는 추정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로 손해를 보게 되는 외국인 주주들이 국제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선택약정 가입이 대세가 되면 유통구조 급변과 수익감소로 인해 유통망의 피폐화는 물론 일자리 감소 등 이동통신 생태계는 어려워질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또 요금할인율 인상은 위법이라며 주장한다. 선택약정 할인은 단통법 상 '지원금에 상응'해야 하는데, 이미 지원금보다 혜택 폭이 큰 만큼, 이를 또다시 올리는 것은 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이통사 한 관계자는 "선택약정은 지원금을 받는 가입자와 받지 않는 가입자의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인데 취지에 맞지 않게 요금인하 수단으로 잘못 활용되고 있다"면서 "이는 입법 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통신업계는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국정기획위는 "통신사에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반박했다.

    ◇ 요금인가제 폐지 '자율' 오용 가능성…논리적 오류에 정부 초법적 규제 논란

    또 국정기획위의 요금인가제 폐지안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요금 인가제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요금을 인상할 때 미래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하는 제도다. 현재 통신 시장 1위인 SK텔레콤에 한해 요금인가제를 시행 중이다

    참여연대는 "통신요금을 통신사 자율로 결정할 수 있도록 요금인가제를 폐지한다면,
    그 자율이 '요금인상의 자율'로 오용될 수 있는 문제가 없는지 살펴봤어야 했다"며 "오히려 인가제를 폐지하겠다는 국정기획위의 방안은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데이터 사용량은 늘리고 가격은 낮춘 2만 원대 보편 요금제 출시를 추진하면서, 정작 요금인가제를 폐지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요금 인가제를 폐지한다는 것은 요금 결정을 '자율'에 맡긴다는 뜻이다. 반면 추진하기로 한 '보편 요금제'는 정부가 기업의 요금 결정에 개입하는 셈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요금결정권을 주겠다면서 2만 원 요금제 의무 출시를 법으로 강요하는 것은 정부의 초법적 규제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도 "통신은 필수재인 만큼 많은 사람들이 부담없는 비용으로 안정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공공성 정책이 제시돼야 한다"며 "그런데 기본료 폐지를 관철하지 못하고 인가제를 폐지하겠다는 대책은 당장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도 "통신비는 정부가 개입할 법적 근거도 없고, 시장실패가 일어난다는 근거가 있을 때만 개입해야 하는 것"이라며 "제대로 되지 않은 방안을 자꾸 정치화하며 국민을 현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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