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10시 30분쯤 부산 사하구의 한 주택가에서 멸종 위기종인 '슬로로리스' 원숭이가 발견됐다. (사진=부산야생동물보호협회)
세계적인 멸종 위기종 원숭이가 부산의 한 주택가에서 발견됐다.
부산 사하구 신평시장 인근 2층 주택.
이곳에 사는 A씨는 지난 2일 오후 11시쯤 평소와 다름없이 자신의 집 옥상에 빨래를 널러 올라갔다.
옥상에 올라간 A씨는 모서리에서 움직이는 그림자 형태의 물체를 발견한다.
가까이 다가가 물체를 확인한 A씨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A씨가 옥상에서 발견한 물체는 다름 아닌 길이 30㎝, 몸무게 2㎏가량의 '원숭이'였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은 큰 두 눈과 긴 팔, 마치 나무늘보를 연상케 하는 느릿느릿한 움직임.
A씨는 어찌할 줄 모르는 원숭이를 상자에 담아 안전한 곳으로 옮긴 뒤 곧 바로 이 사실을 119에 알렸다.
119에 의해 구조된 원숭이는 부산야생동물보호협회를 거쳐 낙동강에코센터로 안전하게 이송됐다.
2일 오후 10시 30분쯤 부산 사하구의 한 주택가에서 멸종 위기종인 '슬로로리스' 원숭이가 발견됐다. (사진=부산소방안전본부 제공)
이 원숭이는 세계적인 멸종 위기로 분류된 '슬로로리스'로 확인됐다.
주로 동남아 지역에 서식하는 슬로로리스는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 교역에 관한 국제협약'(CITES)에 따라 국제적 멸종위기에 속하는 종으로 세상에서 가장 느린 원숭이로 알려져 있다.
이 원숭이가 어디서 왔으며 어떤 경위로 주택가 옥상까지 올라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야생동물구조협회 관계자는 이 원숭이가 밀수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야생동물보호협회 최인봉 회장은 "멸종 위기종인 슬로로리스 종은 개인이 키울 수 없게 되어 있어 누군가 밀수해 몰래 키우던 원숭이로 추정된다"라며 "슬로로리스를 키우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 실제 주인이 있다고 해도 처벌이 두려워 나타나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또 "2년 전에도 부산 북구에서 같은 종이 발견된 적이 있고, 또 다른 멸종 위기종인 흑구렁이도 수 차례 발견된 적이 있다"라며 "이 같은 정황으로 미뤄 감천항 등 멸종 위기 야생동물을 밀수하는 경로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라고 말했다.
해당 원숭이는 낙동강 야생동물치료센터에서 치료를 받은 뒤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