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구청. (사진=부산CBS 송호재 기자)
부산 영도구청이 지역의 이야기를 모아 자체 제작한 서적을 직원과 지역 단체에 사실상 강제로 판매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직원들이 반발하자 구청은 관련 계획을 철회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1천 권 이상의 책이 판매된 데다 판매 행위의 근거도 없다는 지적까지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부산 영도구가 지난 20일 초판을 발매한 책 '보물섬 영도이야기, 스토리텔링 100선'.
구청은 영도의 역사와 문화, 인물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 지역을 홍보하고 이를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구청은 이번 서적 출간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 20일 구청 대강당에서 지역 주민과 관계자 등 35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출판기념 북 콘서트를 개최했다.
이날 북 콘서트에는 국내 시인과 향토사학자 등 초청 강사 5명이 영도 지역과 서적에 관한 강의와 함께 서적을 판매하는 행사도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구청은 정가보다 1/3이나 낮은 한 권당 1만 원에 책을 판매했고, 영도지역 주민단체 등에서 이를 구매해 예상보다 많은 1천 권 이상의 책이 팔렸다.
하지만 이 같은 높은 책 판매량의 이면에는 구청이 직원과 지역 사회단체 등을 상대로 서적의 구매를 강요하는 압박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구청 안팎에 따르면 구청은 북 콘서트를 앞두고 구청의 각 실·과 별로 판매 할당량을 정한 뒤 이를 구청 안팎에서 판매하도록 지시했다.
또 구청 측은 판매 실적을 별도로 집계할 계획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구청은 각 부서에 공문을 발송해 판매 수요를 조사하는가 하면, 각 동에도 이 사실을 알려 주민자치단체와 마을 기업을 중심으로 서적 구매를 권유하며 사전 주문 수량을 파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직원들은 크게 반발했다.
영도구청 노조 등 각종 게시판에는 "구청이 서적 통신 판매업까지 하려 한다", "공공기관이 책을 판매하는 것도 비상식적인데 이를 직원들에게 강매하려 드는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라는 내용의 비난 글이 올라왔다.
게다가 구청이 서적을 판매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고, 책을 싼 가격에 파는 것도 도서정가제를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논란이 확대됐다.
구청의 한 관계자는 "현행법상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서 도서의 할인율은 최대 1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라며 "정가가 1만 5천 원인 제품을 2/3 가격인 1만 원에 판매한 것은 명백한 출판법 위반"이라고 구청의 불법성을 주장했다.
이에 전국공무원노조 영도지부는 북 콘서트가 열리는 당일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구청의 서적 강매 백지화를 요구했다.
직원들의 반발에 부딪힌 구청은 뒤늦게 관련 사항을 철회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출판 전부터 구청이 직원과 주민을 상대로 판촉활동을 진행해 온 탓에 북 콘서트에 마련된 초판 5천여 권 가운데 1천 권 이상이 판매된 뒤였다.
이에 대해 영도구청은 사전 수요를 조사한 것은 사실이지만, 강매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해당 사업과 관련한 구청 직원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서적에 대한 사전 구매 수요 조사를 공문으로 지시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강제성을 띤 할당이나 판매 강요는 없었고, 단순한 사전 수요 파악 차원이었다"라고 해명했다.
서적 판매가 근거 없는 행위라는 주장에 대해 구청 직원은 "이미 북 콘서트 이전에 관련 규정을 마련해 서적 판매에는 문제가 없다"라며 "구청의 이번 서적 판매는 영리 목적이 아닌 공공성을 띤 사업이기 때문에 도서정가제의 취지와는 판매 목적이 달라 합법적인 할인이라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