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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경제

    "장은 봐야되는데…" 메르스에 감염된 서민경제

    "세월호 참사때보다 더 심각" 국내 관광·축제·모임 줄줄이 취소…경제 직격탄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당초 지난 주가 고비라고 했던 메르스 사태가 진정은 커녕 계속 확산 되면서 내수 경제를 초토화 시키고 있다. 서민 경제는 메르스에 감염돼 '휘청'거리고 있다.

    18일 서울 양천구와 영등포구의 백화점과 대형 마트에서는 좀처럼 '활기'를 찾기 힘들었다.

    마트를 찾은 소비자들은 하얀 마스크로 얼굴의 절반을 가렸고, 판매원들은 투명 마스크를 한 채 손님을 맞이했다. 그 한 겹의 두께는 무거웠는지 모두 말을 아꼈다. 얼굴의 반을 차지한 마스크 탓인지 굴러가는 눈동자는 더욱 부각됐고, 어쩐지 서로의 눈치를 살피는 것만 같았다.

    군데군데 비치된 손 소독제도 눈에 띄었다. 카트를 끌기 전 손 소독제를 바르는 것은 이제 '장보기 공식'이다. 한 주부는 직접 물휴지를 챙겨왔다. 손 소독제를 바르고, 손잡이를 물휴지로 닦고서야 카트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목동에 사는 주부 김미영(55) 씨는 "지금 완전히 방역이 뚫렸다. 여기도 메르스 감염자가 있을 수 있어 굉장히 불안하다. 내 가족이 감염돼서 죽지 않아도 될 사람이 죽는다면 그건 누가 책임질 것이냐"며 정부에 대한 불신을 나타냈다. 이어 "장은 봐야하는데 장 보다가 감염이라도 되면 나도 어쩔 수 없이 죽을 거 아니냐"고 두려움 섞인 항의를 했다.

    또 다른 주부도 "집에 애들이 있는데, 오늘처럼 장 보러 갔다 오면 집에서도 마스크를 써야 하는 것 아닌지 고민된다"며 불안해했다.

    평소 같으면 목소리 높여 "할인이다, 오늘만 특가로 판다"며 손님을 잡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소비자들도 묵묵히 물건을 집은 뒤 계산대로 향했다.

    영세 상인들의 문제는 훨씬 심각했다. 특히 식당 등을 상대로 물건을 대량으로 취급하는 재래시장은 굳이 마스크를 끼지 않아도 될만큼 한산했다.

    메르스 여파로 식당에 손님이 줄어드니, 자연히 식당에 들어갈 재료 주문도 갈수록 줄고, 각종 지역 축제나 모임도 줄줄이 취소되면서 그야말로 한숨만 깊어지고 있다.

    영등포 시장에서 채소를 파는 한 상인은 "보면 알 것 아니냐, 손님이 지금 어딨냐"며 미간을 찌푸렸다. "한 2주 전부터는 식당 주문도 거의 안 들어오고 단오 축제도 취소되고, 이번 주 예정됐던 산악회 모임, 단체 모임 다 취소됐다"며 애먼 가슴만 쳤다.

    주방용품을 파는 또 다른 상인도 "손님이 없어도 너무 없다. 요즘처럼 힘든 때가 없다"면서도 "어떻게 하겠냐, 사람이 아픈데 어쩔 수 없지 않겠냐"며 힘없이 파리채만 휘둘렀다.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여름 피서지 중에 하나인 영화관도 한산하다 못해 마치 종강 뒤 도서관처럼 차분한 모습이다.

    헐리웃 대작이라 꼽히는 쥬라기 월드가 개봉했는데도 번호표 대기자 수는 계속 0을 찍고 있었다. 계산대 너머로 군침을 삼키게 하던 팝콘도 가득 튀겨진 채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영화관을 찾은 박정현(35·여) 씨는 "불안하긴 한데 집에만 있기 너무 갑갑해서 나왔다"며 "2주 전에도 영화 봤는데 그 때도 적었지만, 지금은 관객 수가 더 없다"고 말했다. 강자영(53·여) 씨도 "친구들이랑 영화보러 자주 왔는데 다들 요즘엔 안 오려고 한다"며 불안함과 아쉬움을 내비쳤다.

    메르스 공포는 외국인, 특히 중국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가로막았다. 한산해야 할 서울의 한 공영주차장에는 중국인 관광객들을 태우던 버스들로 가득했다. 메르스 감염 우려로 관광 일정이 모두 취소된 것이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때보다 더 심각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한 관광버스 기사는 "외국인 관광은 물론이고, 수학여행, 산악회 일정도 다 취소됐다"며 "비할 바는 아니지만 세월호 사태 때에는 학생들빼고 그나마 일반 관광객이라도 있었는데, 일반 관광객조차 단체 여행을 다 취소한다"며 담배 연기를 뿜어댔다.

    이에 따라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곳은 여행사다. 한 여행사는 이달 첫째주부터 둘째주까지 국내행이 예정됐던 중국인 관광객 300여명이 예약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여행 업계에서는 메르스 사태가 더욱 악화되면서 중국인 관광객 취소율이 40%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메르스의 여파로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유커 덕에 호황을 누리던 면세점과 호텔업계도 비상이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메르스 환자 발생 이전과 비교해 지난 주 면세점 매출은 최대 1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텔업계도 취소율이 증가하고 객실 점유율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처럼 고용 증가를 주도하는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고용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일주일간 외식업체 평균 매출액은 2주 전에 비해 38.5%나 감소했고, 이달 첫째주 백화점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16.5%, 대형마트 매출도 3.4% 줄었다. 고용 분야는 일일 통계가 집계되지 않지만 이 지표만 봐도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종에서 이미 고용 위축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메르스 여파가 확연히 드러난 곳은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시장이다. 알바천국에 따르면 5월 중순에 비해 최근 2주간의 공연, 연회장, 숙박 등 6개 서비스업종의 채용공고가 10.7%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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