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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1년]'루머'에 빠진 세월호를 인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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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참사 1년]'루머'에 빠진 세월호를 인양하라

    • 2015-04-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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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귀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대한민국이 다시 태어나는 계기로 반드시 만들겠습니다"

    세월호 참사 한달 뒤 대통령이 발표했던 대국민담화 내용입니다. 하지만 참사 1년이 지난 지금도 세월호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고 외면받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안전문제 역시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CBS노컷뉴스는 참사 1주기를 맞아 세월호 사건의 진행과정과 치유 노력 등을 조명하고 해결을 모색하는 특별기획을 마련해 보도합니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이념]에 빠진 세월호를 인양하라
    ②[루머]에 빠진 세월호를 인양하라
    ③[망각]에 빠진 세월호를 인양하라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후 실종자 가족들이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에서 가족들의 무사생환을 기다리고 있다. (윤성호 기자/자료사진)
    세월호를 둘러싼 루머는 사고 직후부터 실종자 수색 과정에 걸쳐 끊임없이 제기됐다.

    특히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앞두고 유가족들이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루머가 일파만파로 퍼졌고, 폭풍의 소용돌이는 정치권까지 집어삼켰다.

    루머들은 참사 이후 1년 동안 켜켜이 쌓이고 얽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 사고초기부터 루머 난무…두번 무너진 실종자 가족

    사고 첫날인 지난해 4월 16일 오후 진도실내체육관.

    구조자 명단에서 자식 이름을 발견하지 못한 수백명의 학부모들은 여기저기서 실신하는 등 분노와 흥분이 체육관 안을 가득 메웠다.

    이즈음 모바일 채팅 어플리케이션 카카오톡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배안에 아직 갇혀 있지만 살아있다"는 내용의 메시지가 잇따라 전송됐다.

    "공기층이 있는 곳에 생존자들이 모여있다" "식당에 사람이 많다" "객실에 6명이 있는데 제발 빨리 구조해 달라" 등 실종자가 올린 것처럼 구체적인 내부 상황도 담고 있었다.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있던 실종자 가족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고 구조당국의 늑장대응을 거세게 질타했다.

    하지만 경찰 수사결과, 해당 메시지는 일부 시민들이 세월호 늑장 구조에 불만을 품거나 혹은 '재미삼아' 조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실종된 학생들이 차가운 주검으로 돌아오기 시작한 4월 20일 이후, 체육관에는 또다른 괴담이 나돌았다.

    "팽목항으로 들어온 아이들 시신을 부검한 결과, 불과 수시간 전에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최소 닷새 이상 배안에서 두려워하다 죽었다" 등의 내용이었다.

    세월호 사고 직후 SNS에는 사실과 다른 유언비어가 떠돌아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자료사진)
    생때 같은 자식들을 차가운 물속에 남겼다며 자책하던 실종자 가족들은 아이들이 괴로워하며 죽어갔을 것을 떠올리며 또다시 무너져내렸다.

    하지만 이 역시 확인되지 않은 루머로 밝혀졌다.

    홍가혜씨가 종편채널 MBN과의 인터뷰에서 "배안에 학생이 살아있는데 지원이 안된다" "정부 관계자가 민간 잠수부들이 잠수를 하지 못하게 막고 있다"고 밝힌 것도 문제가 됐다.

    검찰 수사를 받은 홍씨는 1심에서 "구조작업의 실체적 모습을 알리고자 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멘트로 입방아에 올랐다.

    ◇ "전문 선동꾼이 있다" "시위에 참가하고 알바비를 받는다"

    사고초기 특정 의도를 가지고 유가족을 폄훼하거나 자극하는 루머를 생산한 것은 정치권도 예외가 아니었다.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실종자 학부모가 울부짖는 동영상과 밀양 송전탑 반대 기자회견 사진을 나란히 게재하고 "세월호 실종자 가족 행세를 하며 정부를 욕하고 공무원들 뺨까지 때리는 선동꾼들이 있다"는 글을 올렸다.

    이어 "혼란과 불신, 극한 대립을 일으키는 전문 선동꾼은 누굴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인지?"라고 썼다.

    하지만 실제로 영상에 등장하는 여성은 안산 단원고 실종자 가족이었으며 선동꾼이라며 증거로 올린 밀양송전탑 사진은 합성된 것으로 밝혀졌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세월호 백서를 통해 "권 의원의 발언으로 촉발된 인터넷 상의 논란 속에서 결국 상처를 입은 것은 세월호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었다"고 비판했다.

    사고발생 20일 후인 5월 5일에는 정미홍 당시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자신의 트위터에 "많은 청소년들이 손에 하얀 국화꽃을 들고 서울역에서 시청앞까지 행진하며 '정부가 살인마다, 대통령 사퇴하라'라고 외쳤다, 지인의 아이가 시위에 참가하고 6만원의 일당을 받아왔단다, 참 기가 막힌 일이다"라는 루머를 확인하지 않고 올렸다가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기도 했다.

    권 의원과 정 예비후보 모두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들에 대한 위로와 지원보다는 참사에 대한 진실규명 목소리를 정치선동으로 매도했고, 결국 일부 네티즌 등을 통해 루머가 사실인 듯 또다시 확산되며 유가족들은 눈물을 흘려야했다.

    ◇ "시체장사를 하고 있다" 세월호특별법 제정 괴담

    침몰한 세월호 여객선 (자료사진)
    세월호특별법이 '유족들의 노후를 평생 보장한다' '시체장사다' 등 모욕적인 내용을 담은 괴담도 SNS를 중심으로 확산됐다.

    가장 논란이 됐던 것은 희생자 전원 의사상자 지정과 남은 가족 대학 특례입학, 천문학적 액수의 보상 등 세월호 유가족들이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것.

    하지만 이는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의원과 새누리당 김명연 의원이 청원한 법안이 관련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현행법상 희생자들의 명예를 기릴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던 중 '의사상자에 관한 법률'에서 의사상자라는 호칭만 따온 것이었다.

    특례입학 역시 국회 차원에서 먼저 논의됐고, 세월호 유가족들은 진상 규명 외에 별다른 요구를 한 게 없었다.

    또 하루빨리 보상을 받기 위해 특별법 제정을 서두른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유가족들은 오히려 진상규명에 집중하기 위해 보상·배상 부분을 특별법에서 삭제하자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근거없는 루머의 파장이 정치권에서 계속 확대 재생산됐다는 점이다.

    당시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 위원장인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국가 유공자들보다 몇 배 더 좋은 대우를 해달라는 것이 세월호 특별법의 주장이다"라는 메시지를 지인들에게 보내 논란을 자초했다.

    논란이된 심재철 의원의 메시지
    심 의원은 자신이 직접 작성한 글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유족들은 루머 확산에 이미 깊은 상처를 받은 뒤였다.

    당시 가족대책위는 기자회견을 열고 "심 의원을 국정조사 특위 위원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심 위원장의 사퇴와 새누리당의 사과를 요구했다.

    대한변호사협회 세월호 참사 특별위원회 법률지원단도 심 의원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 남부지방검찰청에 고발하는 등 파장은 계속됐다.

    고(故) 장준형군 아버지 장훈(46)씨는 "국민들이 말도 안되는 유언비어에 휩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국민들의 (오해한) 말 한마디에 힘이 쭉쭉빠진다"고 속상해했다.

    ◇ 진상규명 요구 목숨 건 단식을 '떼쓰기'로 폄훼

    세월호 특별법 재협상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이어갔던 유민이 아빠 김영오씨 (자료사진)
    정치권의 무책임한 루머확산은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목숨을 걸고 단식에 나선 고(故) 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46)씨를 두고 2차, 3차 루머로 확산됐다.

    "김씨가 금속노조 조합원이다" "이혼 후 양육비를 주지 않았다" "최소 수십만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국궁을 배웠다" 등 참사 본질과 관련없는 방향으로 치달았다.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지만 참사 진상규명 요구와 정부 책임을 묻는 문제제기가 '자격 없는 아빠의 떼쓰기'와 '정치적 의도를 가진 선동' 등으로 폄훼됐다.

    이 과정에서 극우사이트 '일베' 회원들은 진실규명을 위한 일반 시민들의 자발적 동반 단식을 "실제로는 배달 음식을 시켜먹고 있다"는 루머로 대응하며 단식장 앞에서 피자를 시켜먹는 '폭식투쟁'을 벌이는 어처구니 없는 모습까지 연출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세월호 법률지원 특위 권영국 위원장은 "유가족들은 진상 규명을 요구했지만 의도적 괴담은 진실과 동떨어져 정부의 책임을 회피하고 부차적인 문제를 본질적인 것처럼 바꿔버렸다"고 진단했다.

    비슷한 루머는 참사 1년이 된 지금도 여전하다.

    해양수산부가 배상 및 보상 심의위원회를 열어 세월호 희생자 배상금을 발표한 1일.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단원고 학생 7억원, 교사 10억원은 결국 국민 세금으로 충당해야한다" "희생자 가족들이 배상금 전액을 사회에 기부하기로 했다" "종북세력의 판돈 키우기가 성공했다"는 악의적인 루머가 넘쳐난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참사 1년이 되도록 반복되는 악의적인 루머에 이제는 지쳤다는 표정이다.

    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씨는 1일 CBS취재진과 만나 "너무 심한 말을 듣다보니 왜 연예인이 괴로워하며 자살하는지 이해가 된다"며 "한국에서 더이상 살기 싫어졌다"고 말했다.

    김씨는 "(루머와 상관없이) 억울하게 희생당한 것을 억울하지 않게 하고 앞장서서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게 마지막 소망"이라고 말하며 고개를 떨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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