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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1년]'이념'에 빠진 세월호를 인양하라



사회 일반

    [참사 1년]'이념'에 빠진 세월호를 인양하라

    "고귀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대한민국이 다시 태어나는 계기로 반드시 만들겠습니다"

    세월호 참사 한달 뒤 대통령이 발표했던 대국민담화 내용입니다. 하지만 참사 1년이 지난 지금도 세월호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고 외면받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안전문제 역시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CBS노컷뉴스는 참사 1주기를 맞아 세월호 사건의 진행과정과 치유 노력 등을 조명하고 해결을 모색하는 특별기획을 마련해 보도합니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이념]에 빠진 세월호를 인양하라
    ②[루머]에 빠진 세월호를 인양하라
    ③[망각]에 빠진 세월호를 인양하라

     

    안개가 자욱이 꼈던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는 노란 리본들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의 넋을 어루만지듯 유가족과 자원봉사자 머리 위로 나부꼈다.

    길 건너 청계광장에는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들이 노숙 농성을 벌이는 가운데 "세월호 거짓선동을 즉각 중단하고 광화문광장에서 물러나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세웠다.

    한국 사회는 물론, 전 세계가 충격과 슬픔 속에 애도를 표했던 세월호 참사.

    전남 진도 앞 맹골수도의 거센 파도에 묻혔던 세월호는 채 1년도 지나지 않은 사이에 이념 공방과 정치적 흥정의 흙탕물에 다시 한 번 뒤덮였다.

    ◇ 어김없이 나타난 '종북논란'… 유가족 상대로 '극우 테러'까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았던 지난해 5월 12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

    당시 당대표였던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정치적 선동과 악용을 꾀하는 정치적 세력이 있다는 지적이 있다"며 정부의 구조활동에 대한 비판을 정치적 선동이라고 규정했다.

    세월호 국정조사특위 위원장이었던 같은 당 심재철 의원 역시 "세월호를 이용해 점차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정치 선동이 당장 중단돼야 한다. 추모와 반정부투쟁이라는 옥석(玉石)이 구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이미 참사 나흘 만인 4월 20일, 종북 논란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

    한기호 최고위원은 정부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를 두고 "드디어 북한에서 선동의 입을 열었다. 이제부터는 북괴의 지령에 놀아나는 좌파단체와 사이버 테러리스트들이 정부 전복 작전을 전개할 것"이라는 '종북 음모론'을 제기했다.

    6.4 지방선거, 7.30 재보선을 코앞에 두고 여당이 국민의 눈물과 분노를 이념의 잣대로 재단했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야당도 세월호 참사를 정쟁에 이용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범계 의원은 7.30재보선을 하루 앞두고 '세월호 실소유주인 유병언 시신이 가짜'라는 주장을 제기했다가 참사를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는 부정적 여론에 부딪히기도 했다.

    참사가 정쟁의 대상이 된 사이 세월호 특별법 논의 과정에서도 유가족의 수사권·기소권 보장 요구는 여야 간 흥정의 대상물로 전락했다.

    급기야 세월호 참사에 대한 종북 논란은 유가족에 대한 극우집단의 폭력 사태까지 불러왔다.

    지난해 9월 유가족 농성장 앞에서 벌어진 극우사이트 '일베' 회원들의 '폭식투쟁'에서 한 참가자는 "종북 좌파 불순세력으로부터 광화문광장을 되찾아 시민들에게 돌려주자"고 했다.

    서북청년단 재건위원회가 서울광장에 차려진 세월호 희생자들의 분향소를 습격한 일 역시 대표적인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백색테러'다.

     

    ◇ 반성도 성찰도 없는 언론… 이념 논쟁에 외면당한 세월호의 '진실'

    여기에 일부 언론은 세월호 유가족을 반정부 세력으로 매도하는 등 '색깔공세'에 기름을 끼얹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언경 사무처장은 "국조특위 위원장까지 맡은 심재철 의원의 망언은 제대로 보도하지도 않으면서 공인이 아닌 유가족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비판적으로 보도했다"며 "일부 보수언론이야말로 정치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참사 해결은커녕 심리적 치유도 제대로 받지 못한 유가족에 대해 반성도, 성찰도 없이 자극적으로 현상만 보도했다"며 "모범이 되어야 하는 공영방송도 제대로 된 역할을 전혀 맡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300여명의 희생자를 낸 세월호 대참사가 이념논쟁까지 덧씌워져 정치적 이해관계 아래 놓인 것은 소모적 논쟁으로 본질을 흐리려는 의도가 개입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한상희 교수는 "종북·좌파의 틀을 덮어씌워 이념논쟁을 벌이면 국민들이 싫증낸다는 점을 노린 심리전"이라고 설명했다.

    국민들이 진상규명과 안전사회에 대한 논의를 귀찮고 골치 아픈 일로 여겨 외면하도록 유도한다는 얘기다.

    한 교수는 이어 "정부 여당의 논점 흐리기가 계속된다면 정말로 무관심한 다수가 존재하고, 좌우로 양극화된 진영만 남아 싸우게 된다"고 주장했다.{RELNEWS:right}

    이러한 가운데 희생자 유가족들은 "내가 침묵하면 아이들이 불행한 나라에 살게 될 것"이라며 진실 규명을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

    단원고 희생 학생 창현 군의 아버지 이남식(51)씨는 "정부도, 여당도, 야당도 다 정치꾼"이라며 목청을 높였다.

    "저희는 진실을 밝혀달라는 것인데 왜 이념이 (세월호 진실 논의에) 들어갑니까. 우리 아이들은 벌써 다 죽었어요. 국민들께서 세월호에 관심을 갖고 함께 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울분에 차 눈시울을 붉히는 이남식 씨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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