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윤권
영하를 밑도는 평일 오후인데도 서울의 중심가 명동에는 많은 사람으로 붐비고 있었다. 오후 4시로 예정된 인터뷰를 위해 10분 먼저 카페에 도착했지만 기자보다 20분 먼저 도착한 가수는 한 팬에게 정성스레 사인을 해주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인사를 건네자, 가수 나윤권은 의자에서 일어나 초면이지만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반겨줬다.
“역시 사람 많은 곳에 오니까 알아보는 사람이 많은가 보다”라고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방송 활동을 안 하다 보니 알아보는 분이 거의 없다. 그런데 오늘은 드문 날이라 사인해 준 저도 낯설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는 2004년 1집 ‘중독’의 타이틀곡 ‘약한 남자’로 데뷔하며 진한 보컬리스트의 탄생을 알렸다. 이후 그는 1.5집 ‘기대’, 2집 ‘뒷모습’을 꾸준히 발표하며 대중의 귀로 사로잡았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가수의 꿈을 키우며 오디션을 보러 다녔어요. 하지만 외모에 비중을 많이 두던 때라 번번이 미끄러지고 말았죠. 고3 때였을 거예요. 김형석 작곡가가 주최하는 오디션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외모가 아닌 실력을 봐줄 것 같아 찾아갔어요.”
꼭 13번째 오디션만의 합격이었다. TV를 통해 키워온 가수의 꿈에 성큼 다가가는 순간이었다.
“우리나라 최고의 작곡가가 함께하고 평소에 존경하는 가수 김조한 형이 곡도 주고, 신인치고는 영광이었어요.”
그렇게 2년 만에 첫 음반을 내게 됐다는 그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진한 발라드만을 고집하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김건모 선배의 4집 전곡을 외울 정도로 부르며 발라드 가수를 꿈꿔왔거든요. 또 1집 때 리듬앤드블루스, 펑키, 댄스 등 여러 장르를 불러봤는데, 잘 안 되더라고요. 그리고 부르다 보니 발라드가 편해졌죠.”
뜬금없이 궁금증이 생긴 건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부터다. 시종 일과 생글생글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가는 밝은 성격의 그에게는 슬픈 발라드보다 빠른 비트의 곡이 더 어울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얘기에 그는 웃음을 ‘빵’하고 터뜨렸다.
“다들 의아해하세요. 저를 처음 보는 본들은 어려워하는데 성격은 정 반대거든요. 어두운 노래를 많이 부르다 보니 받는 오해에요.”
이번에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성격을 공개하러 예능프로그램에 도전해 볼 생각이 없느냐고 묻자 그는 금세 진지해졌다.
“라디오나 공연 무대에 서는 건 괜찮은데, 예능프로그램에 나가면 제가 작아지는 것 같아요. 또 식은땀도 나고요. 주변 사람들과 있으면 편한데 말이죠.”
나윤권
그는 이번에 의미 있는 음반을 발표했다. 2009년 발표한 2.5집과 곧 발표할 3집 중간에 2.7이라는 미니앨범을 발표한 것이다. 올해로 27살이 된 그에게 '2.7'이라는 숫자는 남다르게 다가왔다.
“정규 3집을 내야 하는데 시기가 일러서 중간 단계라고 생각하고 2.7집을 내게 됐죠. 또 올해로 나이도 27살이 됐거든요. 그래서 기존 이미지와는 다르게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이미지를 내봤어요. 이 안경도 그래서 써는데 괜찮아요?”
이번 음반에는 타이틀곡 ‘멍청이’와 ‘미안하다’, ‘렛잇 스노우’(Let it snow), 이나영이 주연한 영화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의 OST ‘사랑을 잊다’ 등 총 4곡이 수록됐다.
“특히 ‘명청이’는 이별한 여인을 잊지 못해 힘들어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인데 딱 2소절만 듣고 내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1집 때만 해도 단 한 번의 만남과 헤어짐의 경험 없이 이별의 노래를 불렀다는 그는 요즘 진짜 감정을 알게 됐다고.
“어느덧 사랑도 이별도 경험하고 노래를 부르게 됐어요. 헤어짐에 저는 무지 힘든데도 주변 사람들은 노래가 더 좋아졌다며 반기시더라고요.”
더 깊어진 음색으로 돌아온 그는 각오를 다졌다.
[BestNocut_R]“저와 같은 장르를 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책임감이 있어요. 좋은 노래로 대중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가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저도 노력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