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아침 서울지하철 7호선 전동차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승객들이 긴급 대피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별다른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전동차 운행이 상당 시간 차질을 빚으면서 새해 첫 출근길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이날 전동차 화재는 온수역 방면으로 향하던 서울지하철 7호선 전동차가 철산역으로 진입하던 도중인 오전 7시 10분쯤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객차 여덟 량 가운데 7번째 객차에서 불이 시작됐다.
불이 난 객차 안에 있던 10여명의 승객은 재빨리 옆칸 6번째와 8번째 객차로 대피했고 열차가 철산역에 도착하자마자 6, 7, 8번 차량에서 승객들이 빠져 나왔다.
이어 철산역을 막 출발한 직후인 7시 14분쯤 화재 발생 사실이 서울도시철도공사 사령실에 접수됐다.
공사 측은 이에 따라 다음 정차역인 광명사거리역에서 남아있던 승객들을 모두 하차시키고 소화기 등을 이용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진압 안심하고 계속 운행 큰 일날뻔 전동차 기관사나 공사측이 이미 철산역 진입 도중 객차에서 불이 나 승객이 하차를 한 상황인데도 이 때 왜 화재 사실을 감지하지 못했는지, 그리고 이 때문에 1, 2, 3, 4, 5번 객차의 승객들을 철산역이 아닌 다음 역인 광명역에서 하차시켰는지에 대해서는 조사가 더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 "불이 난 전동차 기관사 금모씨(36)는 ''전동차가 철산역을 출발한 직후에야 화재 경보가 울려 불이 난 사실을 알았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또 금씨가 화재 발생 사실을 전동차 승객에게 방송을 통해 알린 것도 광명사거리역에 도착했을 때 인 것으로 전해졌다.
철산역 진입 도중 화재 발생, 다음 역인 광명사거리역에서 대피 출근 시간대 달리는 전동차에서 발생한 화재라 자칫 엄청난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었는데, 천만 다행으로 큰 인명피해는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처음 불이 났던 7번째 객차 안에 있던 윤모씨(66)가 머리에 옮겨붙은 불을 끄려다 오른손에 1도 화상을 입었다.
이처럼 심각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이날 전동차 화재로 지하철 7호선 신풍역에서 온수역 구간 상하행 전동차 운행이 3시간 넘게 전면 중단됐다.
이 때문에 경기도 광명과 철산 지역으로 출근하는 시민들과 7호선을 이용해 시 외곽에서 시내로 출근하는 시민들이 새해 첫 출근길부터 큰 불편을 겪었다.
지하철7호선은 오전 10시 45분쯤 정상 운행을 재개했다.
큰 인명피해는 없어, 약 3시간 동안 전동차 운행 중단손에 화상을 입은 윤모씨 등 화재 당시 전동차 안에 있던 승객들의 증언에 따르면 방화 가능성이 크다.
윤씨는 "가리봉역에서 승차한 50대 남자가 우유팩에 있는 액체를 신문지에 뿌리는 것을 보고 깜박 졸았는데 갑자기 펑하는 소리와 함께 불이 났다"고 말했다.
경찰은 일단 이 남자가 신문지와 시너 등 인화성 물질을 이용해 불을 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목격자들을 상대로 인상착의를 파악하는 등 현재 종적을 감춘 이 50대 남자의 행방을 쫒고 있다.
50대 남자가 신문지에 인화물질 뿌리고 불 지른 듯광명역에서 전동차 화재 진화작업이 있었지만 종점인 온수역에서 불이 119소방대에 의해 완전히 진화되기까지는 1시간 40여분이 걸렸다.
객차 두 칸이 완전히 불에 탔고 또 다른 한 칸이 반소되는 등 차량 피해가 결코 작지 않았다.
이처럼 차량 피해가 컸던 것은 사고 전동차의 내장재가 불에 타기 쉬운 소재들이었기 때문이다.
대구지하철 참사 이후 관계 당국은 ''스테인리스스틸로 객차 의자를 제작하는 등 전동차 내장재를 불연소재로 바꾸겠다''고 했다.
그러나 예산 문제로 이 조치가 아직도 완전히 이행되지 않고 있다. 서울지하철공사 소속 1에서 4호선까지는 객실 의자가 스테인리스스틸로 모두 교체됐다.
그러나 이날 사고가 난 7호선을 비롯한 도시철도공사 소속 5에서 8호선의 교체율은 27%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 문제로 안전 조치를 미루다가는 언제든 대형 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이날 전동차 화재 사고는 새삼 일깨우고 있다.
CBS사회부 이희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