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리의혹 폭로와 관련해 삼성그룹 법무실장인 이종왕 고문이 9일 사직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 관계자는 이 고문이 9일 대한변호사협회에 변호사등록 취소를 신청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진 당일 삼성에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고문의 사직서 제출에 이학수 전략기획실장이 직접 만류하고 나섰으나, 이 고문은 "변호사 자격증 없이 법무를 맡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고문이 이번에 사직서를 제출한 것은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그룹 부정의혹을 폭로한 것에 대해 그룹 법무실장으로서 법적, 도의적 책임감을 느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고문은 삼성 임직원들에게 보낸 ''사직의 변''이란 메일에서 "무엇보다 먼저 그룹 법무팀장을 지냈던 김용철 변호사 문제로 회사에 이루 말할 수 없는 피해를 끼치고 임직원 여러분의 마음에 큰 상처를 드려 그룹 법무책임자로서 대단히 송구스럽고 죄송하다"고 최근의 심정을 피력했다.
이 고문은 이어 "사내변호사는 회사 임직원들이 안심하고 편안하게 경영활동을 잘 할 수 있도록 법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사전 검토나 사후 조치를 적절하게 취하는 것을 기본 임무로 하고 있지만, 이런 파렴치한 행위를 하는 사람이 변호사라는 사실에 대해서 같은 변호사로서 큰 자괴감을 느낀다"며 김 변호사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또 "법무책임자로서 책임을 지고 법무실장직을 그만 두기로 했다"며 "이 사건은 곧 시작될 검찰 수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지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 의혹제기에 대해서도 거짓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이 고문은 "이 사건의 본질은 김용철 변호사가 거짓 폭로를 했다는 것이고, 그는 사실을 교묘히 조작해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로 하여금 사실인 것처럼 믿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고문은 이어 "회사가 이같은 곤경에 빠진 것은 저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김 변호사의 부인이 김 변호사의 주장을 토대로 지난 8~9월 세 차례에 걸쳐 협박성 편지를 회사에 보내 왔을 때 법과 원칙에 입각해 대응하지 말자는 의견을 제시했는데 이런 판단으로 결국 회사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 고문은 "그 판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해 회사에서는 한사코 만류했지만 사퇴를 결심했다"며 "그렇다고 회사나 저나 김 변호사의 주장을 인정하거나 수용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고문은 사시 17회로 서울지검 부장검사, 대검찰청 수사기획관 등을 역임했으며 국내 최대 법무법인 ''김&장''의 간판 변호사로 일하다 지난 2004년 7월 삼성에 입사해 김 변호사의 후임으로 약 3년 4개월 동안 법무실장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