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한국인이 구사하는 영어의 문제점 가운데 또 다른 하나를 지적하라면 부사나 전치사가 필요없는 부분에 자꾸 부사, 전치사를 넣어 말의 중복이 심해진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사전상 ''~을 배우다''로 알고 있는 ''to learn''은 이제까지 몰랐던 사실을 깨닫거나 듣기만해도 사용하는 동사다.
"너 옆집 할아버지 돌아가신 것 알아?" "응, 넌 언제 알았어?"라고 할 때 한국인들은 거의 대부분 ''When did you hear that?''이라고 말한다. ''to learn''이 학교나 직장에서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배울 때에만 사용되는 것으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영어좀 한다고 어깨에 힘을 주는 사람들도 대부분 ''When did you learn about it?''이라고 번역한다.
''그것에 대해 어떻게 알았냐?''는 뜻이지만 어색하기 짝이 없는 문장이다. 뒤에 ''about''이 오면 ''to learn''은 정말 배우다라는 뜻으로 변모한다.
모르는 것을 다른 사람의 지도하에 혹은 다른 이가 하는 것을 보면서 배우는 것을 말하지 몰랐던 사실을 어떤 경로를 통해 듣거나 보고 알게 된 것은 아니다.
문장의 군더더기 때문에 오히려 전체적인 뜻이 왜곡되는 예는 이 외에도 많이 있다.
''가치''라는 뜻으로만 알려진 ''value''는 사실 ''높게 평가하다''라는 의미가 강하다. 러시아외교부의 외교관이자 필자의 친한 친구인 알렉 키리아노프씨의 말을 들어보자.
"냉전시절에는 작가들이 높게 평가받았죠. 그런데 요즘은 여간 출세한 작가가 아니면 교외의 별장인 다차를 가지는 것은 꿈도 못 꿔요." 이 문장의 일부를 영어로 옮기면 ''During the Cold War, they valued the writers''.
그런데 한국인들은 이렇게 간단한 문장을 ''to be highly estimated''로 바꾸는데 ''to estmate''는 어떤 논문이나 상대방의 업적을 평가하는 것이지 사회적 대우가 반드시 따라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BestNocut_L]''to estimate''는 기계나 설비의 성능, 경제발전지수 같은 것을 평가할 때 주로 등장하지 작가들의 존재가치 자체를 귀중히 여기는 것을 뜻할 때에는 쓰이지 않는다.
모든 언어가 마찬가지지만 아무리 같은 뜻이라도 한 단어로 끝날 것을 두 단어로 나누면 오히려 그 의미가 어색하고 불편해진다.
단어를 익힐 때는 그 단어가 가진 특징을 반드시 예문을 보고 확인한 뒤 정확한 표현을 몸에 익혀야 한다.
모른다고 알고 있는 비슷한 뜻의 단어를 끌어다 붙이는 식이면 외국어학습은 끝장이다.
※필자는 영어, 독일어, 에스파냐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등 5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한국 토박이로, ''교과서를 덮으면 외국어가 춤춘다''의 저자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