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복
"만화영화를 보면 꼭 여주인공이 수영복을 입고 자랑하는 장면이 나와요. ''케로로'', ''짱구'', ''피치피치핏치'' 등 제가 본 만화영화는 전부 그랬어요." (김민영, 34. 주부. 부산 사상구 감전동)
"전쟁 상황인데 각각 테러범과 경찰이 돼서 서로 죽이는 게임이었어요. 팔다리가 잘려나가고 피가 화면으로 확 튀기는 것이 죽는 장면의 묘사가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충격을 받았습니다."(김선중, 42. 주부. 부산 사상구 모라동)
아이들을 키우는 어머니들이 비판적인 눈으로 바라본 방송 프로그램과 인터넷 게임의 현주소는 충격적이었다.
희망연대와 국가청소년 위원회, 부산시 교육청 등이 자녀를 둔 부산 사상구 지역 어머니 20명을 대상으로 매체폭력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그 선정성과 폭력성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방송 프로그램의 경우 여자 속옷을 매단 유모차를 타고 ''언제죽을지 모르는데''라는 말을 내뱉으며 폭주족 흉내를 내는 ''짱구는 못말려''나 언어적 폭력이 심한 ''나루토''나 주인공 ''유희''와 상대 적과의 복수심이 전체적인 이야기를 끌어가는 ''''유희왕 3- 듀얼리스트'''' 등 특히 방과 후 시간대 케이블TV 프로그램에서 문제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게임의 경우는 ''메이플 스토리''나 ''서든 어택'' 등의 게임에서 사람을 죽이는 장면이 지나치게 자세히 묘사되거나. 게임 도중 대화창에 아무 여과 없이 비속어를 쓸 수 있게 돼 있는 점 등의 문제가 집중적으로 지적됐다.
또 방송광고에서는 퀸덤 아파트 광고가 ''유학'' 등의 문구나 그림같은 아파트 장면 등을 내보내 차별감을 조성한다는 의견도 나오는 등 매체의 종류에 관계없이 폭력성이나 선정성, 차별 등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모임
지난 10월 23일부터 6일 동안 진행된 매체폭력 모니터링에 직접 참가하면서 무비판적으로 TV를 보거나 인터넷 게임에 무관심했던 어머니들의 태도도 바뀌었다.
방송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한 김민영 씨는 "그동안 무비판적으로 TV프로그램을 봤는데, 모니터링을 하면서 비현실적인 부분은 아이와 함께 대화를 하면서 보게됐고, 자연스럽게 TV시청 시간도 줄어들었다"며 소감을 피력했다.
또 인터넷 게임부문을 맡았던 김선중 씨도 "처음에는 모른다고 아들에게 무시를 당했지만 이제는 아들이 되려 ''이 정도는 괜찮지 않느냐''며 와서 물어보며 스스로 심각성을 평가하는 상황"이라며 매체비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매체비평 운동을 주관한 희망연대 측에서는 "전문가가 아닌 아이와 엄마가 함께 매체를 모니터링 하면서 매체폭력에 대한 가정에서의 교육과 지도가 동등한 입장의 대화를 통해 행해지는 효과를 보게 됐다"고 평가했다.
지역주민들이 직접적으로 참가하는 매체비평 운동이 더욱 확산될 필요가 있다는 것.
종류를 가리지 않고 넘쳐나는 매체의 폭력성과 선정성에 대항해 부모들이 먼저 깨어서 매체를 바라볼 때, 아이들도 방송과 인터넷을 바라보는 건전한 습관이 생겨난다는 것이 참가자들의 하나 같은 의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