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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금속 생활용품, 대책이 시급하다

  • 2014-03-28 18:17

[노컷사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화학물질센터가 서울 시내 대형 할인마트 2곳에서 구입한 29개 생활용품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인체에 치명적인 납과 카드뮴, 비소 등이 다량으로 함유된 사실이 확인됐다. 유리나 도자기로 된 컵, 접시, 프라이팬 같은 식기류 뿐 아니라 실내화나 문틈커버, 아동용 모서리 보호대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제품들이다.

중금속은 미량이라도 체내에 축적되면 간에서 해독이나 분해가 되지 않고 몸속의 단백질에 쌓이게 돼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오는 무서운 물질이다. 납은 어린이들의 IQ를 낮추고 뇌질환과 빈혈, 신장병, 말초신경장애를 가져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카드뮴은 암을 유발하는 신경독성 물질로 유럽연합에서는 일정 기준을 초과한 제품은 사용이 금지돼 있고, 비소도 맹독성 1급 발암물질이다.

그런데 어린이들이 문틈에 손이 끼지 않도록 하는 제품인 문틈커버에서 8400ppm의 납이 검출됐다. 어린이 용품 기준치보다 무려 28배나 높았다.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되는 시트지에서도 납 2,800ppm, 카드뮴 630ppm이 검출됐고, 도자기 재질인 김치접시 안쪽 면에서는 납과 카드뮴, 비소가 모두 나왔다. 한 머그컵에서는 바깥쪽에서 46,900ppm의 납이 검출됐다. 제품의 가격이나 제조국가와 관계없이 중금속이 나왔다. 비싸면 좀 더 안전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는 고가제품에도 중금속 검출에 예외가 없었다.

문제는 이렇게 중금속 덩어리의 생활용품들이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고 쏟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식기류의 경우 정해진 시간에 중금속이 얼마나 우러나오는 지를 측정하는 용출량이 기준 값 이하이면 제품 생산과 유통에 전혀 지장이 없다. 아무리 중금속이 많이 포함돼 있더라도 괜찮다는 말인데, 매일 사용하는 식기에 대한 안전장치치고는 너무나 안이한 기준이다. 더구나 어린이 용품만 중금속 함유 기준이 있을 뿐 대부분의 생활용품은 함량 기준조차 없는 현실이다. 이렇다면 소비자들이 생활용품에 포함된 유해물질 성분이라도 잘 알아서 대처해야 할 텐데 이마저 성분 표시가 의무화돼있지 않은 실정이다.

대기오염이나 먹을거리, 폐기물질 등의 중금속 오염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당국이 그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배출 기준을 강화하는 등 꾸준한 대책을 내놓았지만 실생활에서 늘 사용하는 생활용품의 중금속 문제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당국이 지금이라도 실태파악에 나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우선 유해물질 포함여부라도 의무적으로 표시해 소비자들이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이를 통해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제품은 궁극적으로 시장에서 퇴출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중금속 생활용품이 또 다른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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