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밖에선 관세전쟁, 안에선 기후전쟁?[기후로운 경제생활]
◆ 홍종호> 다음은 어떤 이슈 알아볼까요?
◇ 최서윤> 네. 두 번째 소식입니다. 트럼프, 밖에선 관세전쟁, 안에선 기후전쟁?
◆ 홍종호> 미국 얘기를 또 안 할 수가 없네요. 트럼프 대통령이 워낙 새로운, 당혹스러운 정책들을 가지고 와서요.
◇ 최서윤> 네. 지금 기후 측면에서도 미국 내부에서 심상치 않은 조짐이 있습니다. 발단은 관세 정책이 발효하기 하루 전날인 지난주 8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입니다. 어떤 내용이냐면 연방 정부의 에너지 정책과 상충하는 기후변화 관련 주정부 법 집행을 중단하도록 팸 본디 법무부 장관에게 지시한 겁니다. 우리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더라도 기후변화 관련 정책에 대해서 극단적으로 뒤집기는 좀 어려울 거라고 예상했어요. 그 근거 중 하나가 바로 주정부 개별 정책 아닙니까? 그런데 이걸 무력화시키겠다는 거예요.
◆ 홍종호> 미국 대통령이 갖고 있는 가장 강력한 권한 중 하나가 영어로 이그제큐티브 오더(Executive Order), 행정명령이거든요. 지금 미국의 연방 공무원 20만 명이 졸지에 해고됐어요. 능력 부족을 이유로요. 트럼프 행정부가 20만 명의 연방 공무원들을 해고했는데, 이것도 행정명령으로 가능하게 됐다는 거거든요. 결국 각 주의 기후 정책까지 자기 생각을 강요하겠다는 흐름으로 보이네요.
◇ 최서윤> 맞습니다. 교수님 보시기에 어디를 겨냥했을 것 같으세요?
◆ 홍종호> 아무래도 제일 크고, 중요하고, 또 기후 정책에서 가장 앞서가는 캘리포니아 아니겠습니까?
◇ 최서윤> 맞습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행정명령 서명이 이루어진 당일 저녁에요. '트럼프의 다음 전쟁은 주 정부와의 기후 전쟁이다'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내고 '이 행정명령은 캘리포니아의 13년 된 배출권거래제를 겨냥했다'고 콕 집어서 지적했습니다.
◇ 최서윤> 캘리포니아주의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는 2013년 도입됐어요. 미국 내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성공적이라고 평가를 받는 제도입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7년 정도 목표를 잡고 2020년까지 운영하기로 했었어요. 202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1990년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돼 있었는데요. 이걸 2017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연장했어요. 주정부와 주의회 차원에서 10년을 더 연장해서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40% 추가로 더 줄이겠다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 홍종호> 재밌는 점은 캘리포니아 안에서 배출권 거래제의 산파역이 당시 주지사 아놀드 슈워제네거예요. 이 사람 공화당 소속이거든요. 그렇게 시작해서 지금까지 흘러온 것인데 이걸 연방 정부가, 트럼프가 막겠다는 것이죠. 사실 캘리포니아는 전기차 의무 공급제처럼 친환경 정책에 있어서 미국 내에서 가장 앞서가는 주거든요. 내년에는 전체 차량 중 35%를 전기차로 의무 공급하게 하겠다, 10년 뒤인 2035년에는 내연기관차 판매를 아예 금지하겠다는 식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강 대 강으로 부딪혔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 최서윤> 네. 그러니까 이런 캘리포니아주의 행보가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눈엣가시였던 모양입니다. 2기 행정부 들어서 트럼프 대통령도 더 강력해져서 돌아왔잖아요. 이번에는 아예 집권 초부터 주정부를 휘어잡고 들어가겠다는 겁니다. 기선 제압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요.
다른 주도 살펴볼게요. 뉴욕주 같은 경우에도 작년 12월 화석연료 기업에 기후재난 회복 비용이나 기후변화 적응 비용 같은 걸 청구하는 기후변화 슈퍼펀드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버몬트주 같은 경우에도 작년 6월 미국 50개 주 중 최초로 기후변화 피해변제법을 제정했어요. 그런데 보면 캘리포니아 개빈 뉴섬 주지사와 뉴욕의 캐시 호컬 주지사는 민주당 소속인데 버몬트주의 필 스콧 주지사는 공화당 소속입니다.
◇ 최서윤> 방금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공화당 소속이지만 기후변화에 관해서는 트럼프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러니까 주정부 집권당 소속 상관없이 트럼프의 반기후 정책을 방해하는 곳은 가만두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되고 있어요.
◆ 홍종호> 네. 기후변화 슈퍼펀드법안 같은 법안들은 결국 우리 환경 정책의 대원칙이라고 할 수 있는 오염자 부담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겁니다. 기업들이 화석연료 산업으로 기후변화 문제를 악화시켰다면 이에 대한 법적 또는 금전적 책임을 묻겠다는 거예요. 여기에 대해서 트럼프 정부가 눈엣가시처럼 생각하는 거고요. 이렇게 충돌하는 상황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아요.
◇ 최서윤> 네. 기업에다가 비용 부담을 물리는 부분에 대해서요. 버몬트주 좀 더 살펴보면 집권당이 공화당이라고 말씀드리긴 했는데 원래 여기가 전통적인 민주당 우세 지역이죠.
◆ 홍종호> 그렇죠. 미국 동부 지역이니까요.
◇ 최서윤> 네. 미국 진보 진영의 대표 주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지역구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필 스콧 현 주지사는 공화당 대선 경선 때 트럼프 말고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대사를 지지했던 인물입니다. 공화당 집권 지역이지만 트럼프 정책에 기본적으로 우호적이지 않고 좀 진보적인 색채가 아주 짙은 지역이라는 것은 참고할 만한 것 같습니다.
결국 어쨌든 기후 대응 관련해 연방 행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못 내게 하겠다는 행정명령이죠. 그 근거를 살펴봤어요. 명령 이유를 설명하고 있는데 타당한지 한번 들어보세요.
연방 행정부와 상충하는 각 주의 기후 법률과 정책이 국가 간, 그리고 각 주 사이에 공기와 물, 천연자원 관련 논쟁을 일으키고, 다른 주 사업까지 부당하게 차별한다. 또 각 주끼리의, '평등'이란 말을 했어요. 평등을 침해하고, 법적 근거도 없이 자의적이고 과도한 벌금을 소급적용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주 정부의 법률과 정책은 미국 에너지를 부응하고자 하는 내 행정부, 우리 정부 목표와 근본적으로 양립 불가하다 그렇기 때문에 유지돼선 안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예도 들었어요. 뉴욕주랑 버몬트주는 화석연료 기업들이 옛날에 온실가스 배출한 걸 가지고 돈을 뜯어내려고 했다고 지적했고요. 캘리포니아 같은 경우에는 아예 콕 집어 기업의 사용 가능 탄소량에 처음부터 불가능한 상한선을 적용해 놓고 처벌한다면서 거액을 지불하라고 사실상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을 했습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 홍종호> 결국 뉴욕이나 캘리포니아, 버몬트주의 일련의 기후 정책에 대해서 아주 강력한 비판의 화살을 날린 건데요. 사실 미국 내에서 연방법이 주법보다 앞설 수 있습니다. 앞서겠죠. 그러나 행정명령이라는 것도 연방법 내에서 진행되는 것이지 모든 주법을 다 통과할 수는 없잖아요. 아마 여기에 대한 여러 가지 위법적인 소송들이 예견되네요.
◇ 최서윤> 안 그래도 법적 분쟁으로 비화할 조짐이 보입니다. 캘리포니아 비영리 언론 기관 칼매터스의 보도에 따르면요. 컬럼비아 로스쿨의 도시기후법을 다루는 새빈센터의 에이미 터너 센터장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수정헌법 10조에 따르면 연방정부가 법률로 정하지 않은 부문에서는 주 당국이 자체적 법규를 규정할 권한이 있다. 연방정부가 마음에 안 든다고 그냥 못하게 할 수는 없다. 그러다가는 분명히 헌법적 위기를 초래할 것이다.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또 송사가 얽히고설켰어요. 뉴욕주의 경우 자체적인 슈퍼펀드법 위헌 소송이 지난주에 제기된 상황이거든요. 텍사스주 법무부 장관이 주도했고요. 여기에 앨라배마, 아칸소, 조지아, 아이다호, 아이오와, 캔자스, 켄터키, 루이지애나 등등 20개 주 법무부에서 동참했어요.
◆ 홍종호> 주끼리 싸우는 형국이 됐네요.
◇ 최서윤> 맞습니다. 소송을 제기한 이유가요. 미국의 국가 경제 자립 기반을 이루는 핵심 에너지 산업, 그러니까 화석연료 산업을 위헌적으로 침해했다는 겁니다. 여기에 석유가스 협회 상당수도 소송 당사자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주체가 누군지 알 수 있겠죠. 그러니까 일단 크게 두 갈래예요. 주 정부의 자체적인 기후 대응법이 위헌인지, 또 하나는 이거를 무력화하려는 트럼프의 행정명령이 위헌인지. 이걸 따질 공이 사법부로 넘어간 상황입니다.
◆ 홍종호> 사실 텍사스주가 미국 화석연료 산업의 가장 핵심인 주 아니겠습니까? 그렇지만 재생에너지가 늘어나고 있는 주기도 하거든요. 트럼프가 갖고 오는 여러 정책이 미국 내에서 여러 정치적인, 또는 경제적인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바로 그 현장을 우리가 보고 있는 것 같아요. 결국 공은 사법부로 넘어가는 상황이 됐네요.
◇ 최서윤> 네. 우리랑 좀 비슷하게 사법부 판단을 기다려야 하는데 문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연방 정부와 석유가스 회사가 갖고 있는 아주 막강한 권한, 돈줄이에요. 트럼프의 위헌 소지를 지적했던 컬럼비아 로스쿨의 에이미 터너 센터장이 트럼프가 행정 명령으로 주정부의 법률을 완전히 무력화할 수는 없다고 보면서도, 문제는 각종 기금을 차단해 관련 사업이나 연구를 못 하게 할 수 있고, 오히려 그게 더 걱정된다는 취지의 의견을 덧붙였어요. 돈줄 끊기 공격도 시작이 됐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뉴욕타임스 지난주 보도인데요. 트럼프 행정부가 프린스턴 대학의 지구 온난화 연구가 사람들한테 기후 불안을 조장한다면서 연구 보조금을 삭감한 걸로 전해졌습니다. 예상했던 거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기후 악행이 본격화했다고 풀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각 주정부에서도 주지사들이 자신의 정치적 생명이 달려 있고요. 자기 소신도 있고, 지역 민심도 반영해야하기 때문에 가만히 있을 거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 최서윤> 트럼프 대통령이 시작한 관세 전쟁 때문에 국제 무역 질서 자체가 흔들리고 있잖아요. 캘리포니아 주지사 개빈 뉴섬 같은 경우 나중에 대권 잠룡으로도 성장할 수 있는 인물이지 않습니까? 이 사람이 어떤 행보를 보였냐면 트럼프가 관세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이틀 뒤인 4월 4일에 영상 메시지를 하나 냈어요.
캘리포니아 주정부 차원에서 전 세계와 새로운 무역 기회를 독자적으로 제공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물론 실현 가능한지는 따져봐야 해요. 왜냐하면 미국 헌법상 개별 주가 관세를 독립적으로 협상하거나 글로벌 무역 거래를 할 권한이 없으니깐요. 그런데 캘리포니아가 GDP 기준 세계 5위잖아요.
◆ 홍종호> 그렇습니다. 한 주를 국가로 치면 세계 5위에요.
◇ 최서윤> 네. 웬만한 국가 저리 가라 하는 캘리포니아에서 독자적으로 방법을 찾겠다고 하면 뭔가 정말 찾을 수도 있을 것 같은 그런 기대가 생기기도 합니다. 그래서 기후 전쟁에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끝까지 맞서지 않을까 싶어요. 기후 정책은 캘리포니아의 아이덴티티 같은 정책이잖아요. 교수님은 어떻게 보시나요?
◆ 홍종호> 캘리포니아는 워낙 기후 정책, 환경 정책에 있어서 미국의 50개 주 중 가장 적극적인 진보 성향의 정책을 일관되게 펴온 그런 주고요. 그건 바로 주민들이 그러한 정책을 지지하기 때문에 가능한 거 아니겠습니까? 혼란스러운 미국의 상황을 보면서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심지어 고등 교육, 대학 또는 대학원의 연구비까지, 돈줄을 자기 입맛에 맞게 재단하는 것이 굉장히 우려됩니다.
별개로 저도 학계에 있으니까 듣는 얘기들이 있는데 기후 관련, 복지 관련, 불평등 관련, 인권 관련, 사회복지 관련 연구비들을 대거 삭감하고 인력 확충도 안 하는 식의 정책들을 굉장히 빠르게 실행하고 있다는 거예요. 이게 과연 미국 안에서의 자유로운 연구 환경을 조성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에 바람직한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제까지 갈지 한번 지켜봐야 할 것 같네요.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CBS 최서윤 기자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최서윤> 감사합니다.
2025.04.20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