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정상회담 무산에 평화협상도 연기…오늘 다시 열릴까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평화협상이 16일(현지시간)일로 하루 연기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불참으로 양국의 정상회담이 무산된 가운데 실무 회동을 앞두고 기싸움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러시아는 기다리고, 우크라는 침묵…결국 협상 하루 연기전쟁 발발 초기인 2022년 3월 이후 약 3년 만에 재개되는 이번 대면 협상은 애초 15일 이스탄불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이 끝내 불참하고, 러시아가 차관급 인사들로만 대표단을 구성하면서 회담 자체가 위태로워졌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푸틴이 참석하지 않으면 러시아 대표단과 만나지 않겠다"고 사전에 경고한 바 있다. 이날 러시아 대표단의 구성을 확인한 뒤에는 "사실상 아무 권한도 없는 가짜 대표단"이라며 "러시아가 평화에 진지한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러시아 대표단은 당초 협상이 시작될 예정이었던 이날 오전 10시부터 이스탄불 현지에서 우크라이나 측을 기다렸지만, 끝내 회담은 열리지 않았다. 러시아 측은 "오후로 미뤄졌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시각은 제시되지 않았다.
러시아 언론은 자국 대표단과 언론들이 14시간 넘게 우크라이나 대표단을 기다렸다며 분위기를 실시간으로 전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젤렌스키 대통령은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3시간에 걸친 회담을 마친 뒤, 우크라이나 대표단을 이스탄불에 파견하기로 결정했다. 무산 위기에 놓였던 협상은 가까스로 연기하는 선에서 유지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에르도안 대통령, 튀르키예 고위급 대표단에 대한 존중의 의미를 담아 전쟁 종식을 위한 최소한의 첫걸음인 휴전을 이루기 위해 대표단을 파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재국 美도 미적지근…"큰 돌파구 마련은 어려울 듯"
이번 협상으로 양국이 실질적인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협상 중재의 열쇠를 쥔 미국도 미지근한 반응이다. 중동 순방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협상 불참 소식과 관련해 "푸틴 대통령과 내가 만날 때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튀르키예에 있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러시아가 파견한 팀 수준으론 큰 돌파구를 만들어낼 수 없다"며 "돌파구를 마련할 유일한 방법은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 사이에서만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협상에서 미국은 루비오 장관과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담당 특사, 키스 켈로그 우크라이나 담당 특사 정도가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양국의 협상 목표도 극명히 갈린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줄곧 거부해 온 '30일간의 즉각 휴전'을 최우선 의제로 삼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이번 협상이 2022년 3월 이스탄불 공동성명의 연장선에 있다는 입장이다.
당시 공동성명에는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 나토 가입 금지, 외국 군사 지원 금지 등의 조건이 포함돼 있었고, 젤렌스키 대통령으로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들이다.
러시아 협상단을 이끄는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통령 보좌관은 "이번 협상은 갈등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2025.05.16 1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