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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소리 치더니만…경찰, 기소청탁 관련자 모두 ''무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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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큰소리 치더니만…경찰, 기소청탁 관련자 모두 ''무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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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경원-김재호 부부와 주진우 기자 혐의 못밝힌 채 종결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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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이 기소청탁 관련 맞고소 사건의 피고소인인 나경원 전 의원과 김재호 판사 부부에 대해 잠정적으로 무혐의 결론을 26일 내렸다.

    서울지방경찰청은 나 전 의원의 남편 김재호 판사가 이날 출석하는 대신 전날 A4용지 4장 분량의 서면 진술서를 보내왔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이 진술서에서 "박은정 검사와 통화한 기억이 명확하지 않지만, 기소청탁 사건과 관련해 박 검사의 실명과 진술서가 공개된 이후 생각해보니 전화한 것으로 짐작된다"고 밝혔다.

    박 검사에게 전화한 이유에 대해서는 "(네티즌 김모 씨가) 인터넷에 올린 글을 삭제하게 도와 달라"는 내용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나 전 의원이 이미 경찰에 나와 조사를 받았고, 김 판사도 서면진술서를 제출한 만큼 김 판사에게 추가로 출두 요구서를 보내거나 체포영장을 신청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날 2차 출석 요구에 불응한 박은정 검사나 피고소인 자격으로 9차례나 출석을 요구했으나 나오지 않은 시사인 주진우 기자에 대해서도 더 이상 소환장을 발부하지 않기로 했다.

    관련자들에 대한 서면조사나 전화 조사, 나경원 전 의원에 대한 직접조사 내용을 종합하고 결론을 내린 뒤 이번주 안에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경찰의 결론은 나경원.김재호 두 사람을 처벌할 수 없다는 쪽으로 이미 내려진 상태다.

    김재호 판사의 기소청탁 의혹은 경찰이 조사를 시작할 때부터 처벌할 사안이 아니라고 선을 그은데다 김 판사가 전화한 사실과 완곡한 어조로 부탁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사법처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틀 전에 ''김재호 판사가 검찰에 기소청탁을 했다''는 나꼼수 폭로가 사실이 아니라는 보도자료가 선대위 명의로 나오는 데 나 전 의원이 공모하거나 지시했는지에 대한 판단만 남게 된다.

    그러나 이 부분도 김재호 판사가 ''최근에 박은정 검사 실명과 진술서가 공개되면서 기억을 해보니 전화를 한 것 같기도 하다''고 진술했기 때문에 지난해 선거 당시 나 전 의원이 기소청탁을 부인하는 보도자료를 내게 했더라도 허위임을 인식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따라서 나경원 전 의원도 혐의를 벗게 되고, 함께 고소됐던 김 판사도 처벌을 하기 어려워진다.

    그렇다고 기소청탁 의혹을 폭로한 주진우 기자의 혐의가 인정되는 것도 아니다. 박은정 검사의 진술서로 볼 때 주 기자가 기소청탁을 사실이라고 믿을 수 있었던 상당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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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지난달 28일 나꼼수의 추가 폭로로 불붙었던 기소청탁 의혹은 맞고소 상대인 주진우 기자나 나경원.김재호 부부 어느 한쪽의 혐의도 밝혀내지 못한 채 무혐의로 종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소청탁 관련 맞고소 사건 뿐 아니라 지난해 10.26 보궐선거 당시 나경원 후보에 대한 의혹 제기와 관련해 제기됐던 7건의 고소.고발.맞고소 사건 관련자 중 한 명을 제외한 모두가 혐의를 벗게 됐다.

    혐의가 인정된 사람은 나 전 의원이 중구청장 인사에 개입했다고 말한 김 모 동장이다.

    경찰은 나꼼수의 새로운 폭로 이후 현직 판.검사의 소환 일정을 공개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역시 그렇지'', ''태산명동에 서일필도 안됐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수사팀 이외에 이른바 ''큰집''이라고 할 수 있는 경찰청의 대응이 적절했는지도 생각해 볼 부분이다.

    경찰청에서 수사 내용이 줄줄 흘러 나오는가 하면 조현오 청장까지 나서 "수사 진행 과정에서 자신없이 타인의 눈치나 볼 것이라면 자리를 내놓으라"고 수사팀을 질책하기도 했다.

    이런 감놔라 배놔라 식의 훈수로 수사팀이 공개 소환이라는 강공으로 나오고 체포영장 신청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법률전문가들인 해당 판.검사들이 ''버티기''로 나오자 힘에서 절대적인 열세인 경찰로서는 마땅히 쓸 카드를 찾지 못했고 나경원.김재호 부부 망신 주기에 지나지 않았다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마터면 그냥 묻혀버릴 뻔 했던 2006년 당시 ''기소청탁'' 사건이 국민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사건의 실체가 희미하게나마 드러났다.

    판사가 검사에게 사건과 관련해 전화를 한 사실이 인정되면서 판사의 윤리 문제가 법원 안팎에서 한동안 회자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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