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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곡동 사저만큼 의혹에 빠진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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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상욱의 기자수첩] 언론, 과격함과 냉정으로 굴종의 벽을 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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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 ''특종''이 터뜨려 진 것은 지난 주말 8일이었다. 청와대는 다음날인 9일(일요일) 부랴부랴 기자들을 불러 오해라며 해명에 나섰다. 언론들은 의혹이 제기된 내용과 야당의 공세, 청와대의 해명을 전하느라 바빴다. 그러나 지상파 TV방송 3사의 내곡동 사저 관련보도는 내곡동 사저만큼이나 의혹에 휘말렸다.

    ◇ 이 소식을 적에게 알리지 마라?

    9일 MBC <뉴스데스크>는 ''내곡동 사저'' 문제를 14번 째 소식으로 보도했다. 대통령 부부와 아들, 청와대 대통령실, 부동산 구입이 얽혀 들어간 문제인데도 14번 째 소식? 그렇다면 전국 뉴스도 아니고 수도권에만 이 소식이 전해졌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소식을 전국으로 알리지 마라''는 지침이라도 있었던 건가?

    더욱 절묘한 것은 ''대통령 아들과 경호실이 공동명의로 구입해 문제가 되고 있다''라고 문제의 핵심을 전하지 않았다. 그런데 전하긴 전했다(?). 리포트 뒷부분에 "지분이 대통령실과 이시형씨 공유로 돼 있는 부분도 곧 분할된다"라고 전했다. 문제의 내용은 전하지 않고 뜬금없이 ''그 문제는 이렇게 해결 된다''라고 전한 셈. 청와대 관련해 의혹을 제기한 게이트 급 특종이고 여기에 청와대가 해명한 걸 보도하는데 ''해명'', ''의혹'' 이라는 단어 자체가 등장하지 않은 절묘한 곡필이었다.

    그날 KBS <뉴스 9>, 내곡동 사저 소식은 10번째로 등장. "대통령 퇴임 후 사저는 내곡동에 새로이 마련된다. 아들 이름으로 부지를 마련해 논란이 되고 있는데 청와대는 보안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고 문제가 된 ''공동명의'' 얘기는 빼고 담백하게 보도했다. 대통령 일가를 다루는 뉴스가 이 나라 대표 공영방송에서 10번째라면 그 앞에는 어떤 뉴스들이 자리를 잡았을까? 그날의 기록을 살펴보자.

    1) 565돌 한글날 2) 승용차 바다추락 (운전자 1명 사망) 3) 신재민 전 차관 검찰소환 4) 서울시장 후보 공약경쟁 5) 스티브 잡스 효과 여전해 6) 부산국제영화제 7) 부산영화제 남은 과제는 8) 재개발 건축 갈등 9) 연금경품 등장 10) 이대통령 사저 내곡동으로 11) 태풍이 살린 바다제비....

    하마터면 대통령 일가가 제비 밑으로 깔릴 뻔한 획기적인 뉴스 편집이다.

    SBS 역시 <8시 뉴스>에서 "... 보안 상 이유도 있었지만 대통령이 매입 당사자로 알려지면 호가가 두세 배 뛰는 전례를 감안해 그랬다" 등 국고를 알뜰하게 아끼려고 그랬노라 진지하게 해명했다.

    공통적으로 뉴스 문장의 주어 자체가 "청와대는...", "청와대 고위관계자는..."으로 이어지니 자연스레 해명 위주의 관급 기사가 되고 말았다. 의혹을 밝히라 외친 야당들 주장은 다음날 10일 아침 뉴스부터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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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를 따르라!… ''아임 쏘리, 이 山이 아니었군''

    내곡동 사저 의혹은 8일 <딴지라디오> ''나는 꼼수다''에 출연한 <시사IN> 주진우 기자가 특종의 포문을 열면서 9일 오전에는 <시사인>과 <시사저널> 등의 보도로 자금 출처, 불법증여 의혹 등에 관련된 문제제기, 야당의 공세가 인터넷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등 비판 성향이 강한 언론은 빼고라도 의혹제기를 보도한 언론은 많았다.

    9일자 저녁 스포츠 신문인 <스포츠서울>의 온라인 뉴스만 봐도 "논현동 자택의 예산과 보안상의 문제 때문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등 야당은 의혹을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다"라고 전하고 있다. 9일 밤 온라인상에 실려 있던 <한국일보>의 10일 자 사설의 제목도 "복잡하고 군색한 대통령 사저 거래"라며 청와대를 강하게 질책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상파 방송 3사의 보도는 청와대 해명에 충실한 맥 빠진 뉴스에서 그쳤다.

    내부와 외부로부터 비난받던 방송사는 일주일 뒤 더 큰 난관에 봉착한다. 청와대가 해명에 앞장 서 준 방송사를 배신했다. 경호상의 문제로, 땅값에 들어갈 국가 재정을 아끼기 위해, 관례에 따라 아무 문제없이 처리된 것이라던 주장을 뒤집고 "내곡동 사저 전면 재검토, 경호처장 사의표명"으로 탈출구를 찾아 도피해 버린 것이다.

    이런 사태를 두고 MBC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는 "정권에 부담이 될 만한 사안에 대해서는 현장취재를 외면하고 있다. 권력층의 비리의혹 등에 대한 검증보도가 실종됐다"고 스스로 자책하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민주언론시민연합도 모니터보고서를 통해 "방송 3사가 권력 감시, 비판에는 손을 놓고 하나마나한 내용으로 ''면피성 보도''를 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 언론, 과격함과 냉정함으로 굴종의 벽을 넘어야

    현 정부 들어 벌어진 언론 탄압은 언론인 단체들 집계로는 48회에 이른다. YTN, MBC, KBS 사태 등 각종 사건으로 재판정에 서게 된, 기소된 방송인은 61명이다. 또 MBC의 2008년 광우병 사태를 보도한 ''PD수첩'' 제작진 3명이 연행 조사를 받은 것을 비롯해 언론인 7명이 집권 기간에 연행됐다. 현 정부 하에서 회사의 징계를 받은 방송인은 249명에 이른다.

    징계 방송인 249 명. 옥석을 가려야 할지는 모르겠고 더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다만 지금도 방송 현장에서는 징계를 당하고, 막고 누르려는 권력이나 상관들과 힘겨운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징계와 엉뚱한 인사 이동조치, 프로그램 축소 폐지, 진행자 강제 하차 등 방송계에선 올바른 저널리즘을 위축시키는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그 결과로 방송계에서는 두려움과 살아남기 위한 자기검열이 강해지면서 자괴감이 깊어지고 있다. 다 헤아린 것은 아니지만 징계 방송인 249, 이 숫자를 결코 참 언론의 길을 포기할 수 없는 이 나라 방송인들의 국민을 향한 충심의 상징으로 알아주셨으면 한다.

    저널리스트는 냉철한 이성으로 작업해야 하지만 영혼은 과격해야 한다. 조금 썩은 것에도 치를 떨며 분노하고, 힘없는 사람의 작은 아픔에도 소스라치게 놀라야 한다. 그래야 권력의 비리를 질타할 수 있고 ''광주 인화학교'' 인권유린 같은 비극을 막을 수 있다. 그 과격함과 냉철함으로 굴종의 벽도 넘어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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