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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명을 태우고 남극해의 조업장소로 이동하던 원양어선 제1인성호가 13일 새벽 침몰해 5명이 사망하고 17명의 승선원이 실종된 가운데, 제1인성호의 침몰 원인에 대해 갖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다.
선주사인 인성실업과 제1인성호 사고직후 구조 작업에 나섰던 707홍진호 등에 따르면 제1인성호는 침수되기 시작한지 불과 30분도 되지않아 급속한 속도로 침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주사인 인성실업 측은 사고 원인에 대해 섣부른 추측을 삼가면서도, "당시 파도가 5미터가량 이는 등 기상 상황이 나빴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상 악화로 인한 침몰에 주안점을 두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뉴질랜드 현지언론들은 사고당시 인근해역에 있었던 뉴질랜드 선박 선원들의 말을 빌어, ''당시 사고해역의 파도가 1미터 내외였고 바람도 약해 기상상황이 나쁘지 않았다"는 상반된 보도를 내보냈다.
봄으로 접어들면서 녹아내린 빙산 또는 해빙 등 유빙에 부딪혀 침몰했다는 시각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남빙양(南氷洋)이라 불릴 정도로 남극해에는 유빙들이 많이 떠돌아 다니고 있어 항상 충돌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당시 제1인성호는 다른 원양어선과 선단을 이뤄 사고해역을 지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유독 인성호만 유빙에 충돌해 침몰했을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인성실업 관계자도 "당시 파도가 높이 치고 있었다고 들었는데 파도가 높을 경우 유빙이 떠다닐 수 없다"고 말했다.
◈ 사고해역 수심 1,600m…실제 원인파악도 난항예상선박 자체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침몰한 제1인성호는 선령이 31년으로 원양어선의 평균 선령인 28년보다는 다소 노후한 상태다.
게다가 제1인성호가 본격적으로 조업에 나서기 전인 지난 7월에 한 달가량이나 수리를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사고 직후 조난발신장치가 자동으로 작동하지 않은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선박 침몰 원인을 둘러싸고 갖가지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제 원인을 가려낼 수 있을지도 아직은 미지수다.
인성실업 측은 사고원인을 밝히기 위해 일단 사고 당시 선원들에게서 진술서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구조된 한국인 선원도 기관사가 아닌 항해사여서 정확한 사고원인을 파악하는데는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 사고원인을 밝히기 위해서는 사고 선체에 대한 조사도 진행돼야 하는데, 선박이 매우 깊은 바닷속에 가라앉아 있을 경우는 인양이 불가능해서 선체 조사가 가능할지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인성실업 측에 따르면 사고 선박이 침몰한 지점은 수심이 1천6백미터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 실종선원 생존 가능성 극히 희박한편, 사고발생 30시간이 지난 14일 오전 11시 현재 17명의 실종 선원들은 생존 가능성이 극히 희박한 것으로 추정된다.
구조업무를 맡고 있는 뉴질랜드 당국에 따르면 사고해역 인근의 수온은 섭씨 2도에 불과해 구명장비 없이는 10분을 버티기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제1인성호가 30분도 안 돼 급속히 침몰한 점으로 미뤄, 배 안에 있던 선원들은 탈출에 성공했다고 해도 급히 나오느라 구명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실종 선원들이 선박 안에 갇혔을 경우는 배와 함께 심해로 가라앉아 구조자체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현지언론에 따르면 뉴질랜드 구조당국은 사고 초기 자국 공군의 정찰기를 파견하는 방안을 고민했으나, 항공기가 사고해역에 도착하는데 8시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해 구조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고 이를 취소했다. [BestNocut_R]
제1인성호 침몰사고와 비슷하게 지난 8월 뉴질랜드 남쪽 해상에서 침몰한 냉동가공선 오양호가 침몰했을 때도 선원 3명이 숨지고 3명이 실종됐으나, 실종 선원은 끝내 찾지 못했다.
하지만 제1인성호의 실종자들이 뗏목 등을 타고 표류하고 있을 가능성도 여전히 있기 때문에 수색작업은 이틀째인 이날도 계속되고 있다.
인성실업에 따르면, 이날 낮 인근해역에서 조업하던 우리나라 원양어선 1척이 추가로 수색작업에 합류하고, 15일은 러시아 원양어선이 수색에 동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