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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인수전이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간 2파전으로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본입찰 마감 시한이 당초 12일에서 15일로 연기됐다.
마감일이 G20 서울 정상회의 기간과 겹친다는 이유에서다.
채권단은 가격과 자금조달 방법, 기여도, 도덕성, 시너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본입찰 마감 후 2~3일 내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연말까지 본계약을 체결할 방침이다.[BestNocut_R]
이번 인수전은 국내 1위, 세계 23위의 대형 건설업체이자 국민의 세금으로 살려낸 기업이 대상이라는 점, 범현대가(家) 내의 대결이라는 점 등에서 흥행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다.
그만큼 인수전의 승패에 쏠리는 관심도 크다.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은 지난 3개월간의 인수전 내내 ''창''과 ''방패''의 대조적인 양상을 보여왔다. 막바지에 접어든 지금까지도 이 구도는 유지되고 있지만 분위기는 점차 변해가고 있다.
◈ 장면 #1. 사전 기싸움 기선잡기에 나선 현대그룹은 지난 8월 11일 일찌감치 현대건설 인수 참여를 공식 선언했다. 현대건설 채권단이 매각 공고를 내기 한 달 보름 전이다.
언론은 연일 범현대가 내부 대결에 대한 전망 기사를 쏟아냈지만 현대차그룹은 대외적으로 침묵을 지켰다.
현대차그룹은 9월 24일 매각공고가 난 뒤에야 침묵을 깨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현대차그룹은 공고 후 사흘 뒤 "미래 성장동력 사업 강화 및 시너지 창출을 위해 매각 입찰에 참여할 것"이라는 공식적인 입찰 참여의사를 밝혔다.
이어 곧바로 현대건설 채권단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반면 현대그룹은 제출시한인 지난달 1일 의향서를 냈다.
◈ 장면 #2. 개전 초기…광고전과 무대응현대건설은 매각공고 직전 추석 연휴 기간 동안 대대적인 TV 광고에 돌입했다.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과 고 정몽헌 회장의 모습이 담긴 흑백사진 배경 속에 정몽헌 회장이 현대건설을 살리고자 사재 4,400억 원을 출연했다는 문구를 내보냈다.
''잃었던 기업을 되찾는 것''이라는 적통성과 명분을 부각시키는 광고였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은 이에 일체 대응하지 않았다. 맞불 광고를 낼 경우 집안싸움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서다.
◈ 장면 #3. 집중 포격…정면 공격과 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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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은 지난달 1일 인수의향서 접수가 마감되자 현대차그룹을 정면으로 겨냥한 광고전에 나섰다.
현대차는 지난달 4일자 24개 일간지에 ''자동차 강국으로 기억되는 대한민국, 현대그룹이 함께 응원합니다''라는 광고를 실었다. 자동차사업에나 전념하라는 말이었다.
또 18일 현대차그룹의 뒤늦은 인수 참여에 대한 비난 광고에 이어, 25일에는 ''경영권 승계의 도구로 쓰지 않겠습니다''라는 광고로 더욱 노골적으로 현대차그룹을 공격했다.
세 차례의 공격에도 현대차그룹은 여전히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오히려 2차 공격 다음날인 19일 현대건설에 향후 10년간 10조원을 투자해 미래 그룹 성장의 3대 축으로 삼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그룹은 감성과 과거를 이야기하지만 현대차그룹은 미래와 비전을 이야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되자 고 정몽헌 회장의 사재출연 액수 진위 논란과 함께 역풍마저 불고 있다.
박지원 두산중공업 사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TV 광고할 돈으로 입찰 금액이나 높이지… 이게 뭔 코미디야! 현대건설은 국민 혈세로 살려낸 회사인데 아직도 개인 구멍가게로 아는 건가!"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 장면 #4. 자금 확보전…총력과 여유현대차그룹은 인수전 참여 선언 당시 3조 5천억~4조원으로 예상되는 인수자금을 독자적으로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8일에는 3분기 실적발표를 하면서 현금성 자산은 8조 580억 원, 순현금은 5조 9,050억 원이라며 자금력을 과시했다.
반면, 1조 5천억 원을 마련한 현대그룹은 실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그룹은 독일 기업인 M+W그룹을 전략적 투자로 참여시킨 데 이어 계열사 유상증자, 지분 처분, 기업어음 발행 등을 통해 1조원 가량의 자금을 추가로 조달하기로 했다.
자금력 열세인 현대그룹은 지난달 21일 먼저 인수할 수 있는 권리인 우선매수청구권을 현대건설 채권단에 요청했지만 인수전 막바지에 수용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 장면 #5. 막판 새 변수 등장…노조와 임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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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전 막판에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노조와 현대건설 전 임직원들이다. 특히, 현대그룹의 경우 계열사 노조가 실력행사 방침까지 밝히면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계열사인 현대증권 노조원 500여 명은 지난달 29일 현대증권 본사 사옥 앞에서 시위를 갖고 현대건설 인수 참여를 전면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현대증권 지분 0.57%를 보유한 주주인 노조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소액주주와 연대한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인수대상인 현대건설의 전 임직원들까지 가세하면서 현대그룹은 안팎의 반대 목소리에 부딪혔다.
현대건설 퇴직 임직원 모임인 현대건우회는 2일 주요 일간지 광고를 통해 "자금력이 부족한 기업의 인수로 현대건설이 다시 부실화되는 일은 없어야 하며 투자 여력과 육성의지, 경영능력을 두루 갖춘 기업이 인수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 "현대건설의 우수 기술과 경험, 이윤이 해외 투기자본에 의해 유출된다면 국가경쟁력 약화로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해 특정기업 이름을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현대차그룹의 손을 들어주는 듯한 인상을 풍겼다.
특히 "작고하신 故 정주영 회장님을 홍보에 이용, 고인의 명예를 어지럽히는 행위를 삼가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현대그룹에 대놓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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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은 이에 대해 "현대차를 일방적으로 편들고 헐값 매각을 부추기는 등 형법상 입찰방해죄에 해당된다"면서 "형사고소 여부를 심각하게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최종 목표지점이 눈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마지막 장면에서 웃는 자는 누가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