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아파트의 모습. 박종민 기자한동안 약세를 면치 못했던 서울의 아파트 가격의 분위기가 최근 심상치 않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조치 종료를 기점으로 아파트 매매가격이 들썩이는 분위기다. 가격 상승 추세도 지난해 움직임과 차이가 있다. 지난해에는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한강벨트 지역과 강남3구가 상승세를 이끌었다면 올해는 중하위권으로 분류되던 서울 외곽지역이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또 서울의 전세와 월세 가격도 함께 올라가기 시작해 이른바 '트리플 상승(매매가·전세·월세)'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기점으로 분위기 달라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류영주 기자
한국부동산원이 21일 발표한 5월 3주차(5월18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31%를 찍었다. 0.31이란 숫자는 공교롭게도 올해 1월 4주차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과 같았다. 정부가 다주택자들의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조치 종료 방침을 확정한 시점이었다.
이날 한국부동산원 자료에는 여러 흥미로운 숫자들이 등장한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3주(0.14%→0.15%→0.28%→0.31%) 연속 직전주 대비 확대됐다. 어느 정도 예견됐던 수순이기도 했다. 지난 9일까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혜택을 받기 위한 급매물들이 서울 아파트 가격 하락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양도세 중과 유예가 종료되면 급매물들이 사라지고 거래가 끊기면서 아파트 가격 반등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실제로 거래가 9일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줄어들었기 때문에 단순히 매매가격 상승률을 의미 있는 현상으로 보기에는 힘들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매가격 상승추세가 예상보다 훨씬 급하고 빠르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지난 1월 말, 5월로 예정된 다주택자들에 대한 양도세 중과 유예를 종료하겠다고 밝힌 이후 서울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급속도로 위축되면서 3월 3주차 0.05%까지 떨어졌다. 이 수치는 지난 2025년 1월 이후 1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였다.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확정뒤 2개월이 채 걸리지 않은 시점이었다. 하지만 서울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양도세 중과 유예 논란이 빚어지기 이전으로 회귀하기 까지는 3주면 충분했다. 2년 만에 하락세로 돌아서며 서울 집값 하락세를 견인했던 강남3구의 아파트 가격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가격 폭등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존재한다. 지난해에는 한강벨트와 강남3구 등 '상급지'가 상승세를 주도했지만 올해는 서울 외곽지역을 비롯한 '중하급지'가 강하게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5월 3주차 자료에서도 성북구(0.49%), 서대문구(0.46%), 강북구(0.45%), 관악구(0.45%), 강서구(0.43%), 광진구(0.43%), 도봉구(0.37%), 구로구(0.33%), 노원구(0.32%) 등이 만만치 않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급감한 전세 물량에 역대급 전셋값 상승률
서울 강남구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매매·전세·월세 매물 안내문. 연합뉴스더 심각해 보이는 것은 전·월세 등 임대차 시장의 상승세다. 이번주 서울의 전세 가격 지수는 0.29%를 기록하며 역시 3주 연속으로 오름폭을 키웠다. 0.29%라는 수치는 2015년 11월 2주차에 기록한 0.31%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10년 6개월 만의 일이다.
지난 3월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이 8개월 연속 상승을 이어가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서울시가 한국부동산원이 공표한 2026년 3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격 지수 동향과 아파트 거래 통계를 분석한 결과 3월 서울 아파트 전세 실거래가는 전월 대비 1.36%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있는 2014년 이후 역대 최고치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은 도심권(용산·종로·중구)을 제외한 전 지역적 현상이다. 권역별로는 동남권(1.08%)과 서남권(1.05%) 등 한강 이남 지역보다 동북권(2.14%)과 서북권(1.24%) 등 한강 이북 지역의 상승 폭이 컸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의 아파트 매매를 비롯해 전·월세 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트리플 강세' 현상에 대한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대표는 "보통 매매가격과 전셋값은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특이하게도 같이 상승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책 마련 부심하는 정부 매입 임대 주택 9만호 공급 계획 내놨지만…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연합뉴스정부도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 동향을 심상치 않다고 보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2일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정부는 주거 사다리의 중요한 한 축인 비아파트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내년까지 2년간 수도권에 매입 임대 주택 9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모듈화 공법 등을 활용해 공사 기간을 단축하고 사업자 비용 부담을 완화해 조기 착공을 유도할 것이며 이미 인허가받고서도 아직 착공하지 않은 주택은 사업장별로 철저하게 관리하겠다고 예고했다. 빠르게 줄고 있는 임대물량의 대체재를 공급하겠다는 설명이다.
구 부총리는 또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폭이 2주 연속 확대됐다"며 "정부는 가격 변동과 매물 흐름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시장 안정을 위해 매 순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적극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발빠른 대처에도 매입 임대 주택 정책이 부족한 공급의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있을지를 놓고는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도권의 매입 임대 증가는, 서울·수도권의 아파트 전세 등 임대물량의 감소를 일정 수준 대체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비아파트를 왜 선호하지 않는지, 그간 시장심리가 무슨 이유로 비아파트가 아닌 아파트로 편중돼 왔는지를 감안하면 아쉬움이 남는 대안"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