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트래픽으로 본 22일 현재 호르무즈 해협 주변 선박 이동 현황. 마린트래픽 캡쳐중동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온 HMM 유니버설 위너호가 울산을 향해 정상 항해 중인 가운데, 해협 안쪽에 남은 우리 선박 25척의 이동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선박별 협상 통해 단계적 이동…남은 25척 이동하려면 상당한 시일
22일 해양수산부와 외교부 등에 따르면 HMM 유니버설 위너호는 현재 호르무즈 해협 외측인 오만만을 완전히 빠져나와 운항 중이다. 쿠웨이트산 원유 200만 배럴을 싣고 다음 달 10일 전후 울산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한국인 9명과 외국인 12명 등 선원 21명이 타고 있다.
우리 선박 한 척이 무사히 빠져나왔지만, 해협 안쪽에는 여전히 많은 선박과 선원이 남아 있다. 해수부에 따르면 내측 페르시아만에는 우리 선박 25척이 대기하고 있다. 지난 4일 드론으로 추정되는 물체에 공격받아 수리 중인 HMM 나무호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 선박들에 탄 우리 선원은 이날 현재 116명으로 파악됐다. 외국 선박에도 35명이 승선하고 있다.
우리 외교 당국은 이란 측과 선박 안전 확보에 관한 협상을 계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선박 중 한국인 선원 수와 원유 등 화물 선적 여부 등을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정해 단계적인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선박별로 개별 협상을 벌이며 단계적으로 통항을 결정하는 만큼 25척이 모두 빠져나오려면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유니버설 위너호 이후 지금까지 추가 선박 통항 소식은 전혀 들려오지 않고 있다. 현지에 남은 선원들도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HMM 선박 한 척이 나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현지에서도 답답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선원이 있다. 한 번에 모두 나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 다 같은 마음"이라며 "최대한 신중하게 상황을 지켜보며 우리 선박과 선원 안전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홍해 통한 원유 수송은 그대로…중소·중견 선사에 전쟁보험 등 지원
8일(현지시간) 벌크 화물선 HMM 나무호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항의 수리조선소 '드라이 독스 월드 두바이'에 접안해 있다. HMM과 주두바이 총영사관 등에 따르면 정부 조사단은 HMM 나무호에 승선해 본격적인 화재 원인 조사에 들어갔다. 연합뉴스한편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재개되더라도 기존에 확보한 원유 대체 운송로는 그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해수부와 산업통상부 등 관계부처는 해협 봉쇄에 따른 에너지 수급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서부 홍해를 이용한 대체 항로를 운영 중이다. 현재 우리 선박들은 사우디 얀부항에서 원유를 공급받은 뒤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해 홍해를 빠져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초대형 원유 운반선 4척이 이곳을 통과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사우디아라비아 동측에서 서측으로 원유를 운반한 뒤 홍해를 통해 수송하는 대체 항로가 이미 자리를 잡았다"며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재개하더라도 이 항로는 계속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에 발이 묶인 중소·중견 선사를 지원하기 위한 대책도 나왔다. 금융위원회는 전날 국내 손해보험사들이 공동으로 위험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내측에 있는 중소·중견 선사 선박 10척에 전쟁위험 해상보험을 최저요율 수준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또 캠코가 운영하는 선박펀드 지원 대상을 확대해 중동 상황으로 피해를 입은 중소·중견 선사도 포함하기로 했다. 선박펀드 지원 규모도 기존 2천억 원에서 2500억 원으로 확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