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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북한인가'… 3억 세금 지원받고 '원정팀'만 외친 황당한 공동 응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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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가 북한인가'… 3억 세금 지원받고 '원정팀'만 외친 황당한 공동 응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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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원하는 공동응원단. 연합뉴스응원하는 공동응원단. 연합뉴스
    축구계를 넘어 스포츠계 전체의 시선이 쏠린 여자축구 남북전에서 비바람이 부는 궂은 날씨를 뚫고 대규모 공동 응원단이 등장해 경기장 안팎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이들의 응원 방식을 두고 안방 주인을 외면한 일방적 응원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오후 7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수원FC 위민과 북한 내고향 여자축구단의 2025-2026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4강전. 이번 맞대결은 북한 선수가 한국에서 열리는 스포츠 대회에 출전한다는 점에서 시작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북한 선수의 방남은 2018년 12월 인천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 그랜드파이널스 탁구 혼합복식 이후 8년 만이며, 축구 종목으로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이다. 특히 북한 여자 축구 클럽팀이 방한한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역사적인 경기를 맞아 수원종합운동장 본부석 건너편 관중석에는 200여 개 민간단체로 구성된 3천여 명 규모의 이색 공동 응원단이 자리했다. 정부는 남북 상호 이해 증진을 취지로 이들에게 남북협력기금 3억 원을 지원했으나, 일각에서는 세금 투입에 대한 비판 여론과 논란이 일기도 했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 속에서 우비를 착용한 공동 응원단은 경기 전부터 내고향 여자축구단의 엠블럼이 새겨진 깃발과 스티커를 자체 제작해 배포하는 등 응원을 준비했다. 당초 이들은 승패를 떠나 남과 북의 두 팀을 동시에 응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FC 위민과 내고향 여자축구단의 우중혈투. 연합뉴스수원FC 위민과 내고향 여자축구단의 우중혈투. 연합뉴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경기장 분위기는 다소 기형적일 만큼 한쪽으로 치우쳤다. 경기 시작을 앞두고 북한 내고향 선수들이 워밍업을 위해 그라운드를 밟자 공동 응원단 구역에서는 일제히 거대한 함성과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반면 홈팀인 수원FC 위민 선수들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는 분위기가 차갑게 식으며 응원 소리가 사실상 전무한 수준에 그쳤다.

    이러한 태도는 경기장에 걸린 현수막 문구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났다. 공동 응원단 구역에는 원정팀을 향해 '조선 내고향 여자축구단 방한을 환영합니다', '내고향 여자축구단 반갑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반면, 정작 안방 주인에게는 '수원FC 위민 응원합니다'라는 다소 형식적이고 밋밋한 문구만 한편에 걸려 묘한 대조를 이뤘다.

    양 팀 모두에게 응원을 펼치겠다고 예고했던 공동 응원단의 실제 응원은 내고향 여자축구단을 향해 일방적으로 쏠렸다. 심지어 수원FC 위민이 볼을 잡은 상황에서도 공동 응원단은 박수와 함께 "내고향"을 연호하며 원정팀을 향한 응원을 이어갔다. 이에 질세라 수원FC 위민 서포터즈는 경기 시작과 동시에 목청 높여 열정적인 응원전을 펼치며 맞불을 놓았다.

    경기는 치열한 우중혈투로 전개됐다. 전반전 팽팽한 접전 끝에 득점 없이 후반전으로 접어들었고, 후반 3분 수원FC 위민이 하루이 스즈키의 선제골로 앞서갔다. 하지만 곧바로 후반 10분 내고향 여자축구단은 최금옥의 동점골로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이 과정에서 장내 아나운서의 진행 방식도 의문을 남겼다. 앞선 수원FC 위민의 득점 상황 때보다 더 큰 함성으로 "골"을 길게 외친 뒤 내고향의 득점을 알렸다. 홈팀인 수원FC 위민을 응원하지 않는 것은 물론, 중립의 의무마저 망각한 채 내고향에 편향된 진행을 보였다.

    인공기 펼치고 기뻐하는 내고향축구단. 연합뉴스인공기 펼치고 기뻐하는 내고향축구단. 연합뉴스
    이후 후반 22분 내고향 여자축구단 김경영의 역전골이 터졌고, 수원FC 위민은 후반 34분 지소연이 페널티킥을 실축하며 동점의 기회를 놓쳤다. 수원FC 위민이 1골 차로 끌려가자 공동 응원단은 뒤늦게 "수원FC"와 "내고향"을 번갈아 외쳤다.

    결국 2-1로 승리한 내고향 선수들은 경기 ​후 대형 인공기를 활짝 펼쳐 보인 뒤"이겼다"고 소리치며 단체 사진을 ​촬영했다. ​결승에 오른 내고향 여자축구단은 오는 23일 같은 장소에서 도쿄 베르디 벨레자(일본)와 우승컵을 두고 다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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