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희석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부장검사가 23일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브리핑룸에서 전분당 및 부산물 가격 담합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8년 간 10조 원 규모의 짬짜미를 벌여 부당이득을 취한 전분·당류(전분당) 제조사와 임직원들을 검찰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 가격·입찰 담합으로 전분과 당류 가격은 60~70% 이상 올랐고 피해는 소비자들이 모두 떠안았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나희석 부장검사)는 국내 전분당 및 부산물 시장을 과점하는 전분당 4사의 담합 사건을 수사해 대상·사조·CJ제일제당 3곳과 각 회사의 대표이사 등 총 25명을 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들은 2017년 7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국내 시장에서 각종 음식과 음료·주류, 과자, 가축사료 등에 사용되는 전분당 가격 일반에 대해 약 7조 2980억 원 규모 담합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우유와 한국야쿠르트, 농심,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포스코 등 6개 대형 실수요처에 대한 1조 160억 원의 입찰 담합과 1조 8380억 원 규모의 부산물 가격 담합도 확인됐다.
검찰은 담합에 참여한 업체들이 전분당 제품별 가격 조정 시기와 폭을 정하는 합의를 하면서도 이 사실을 은닉하기 위해 각 업체별로 거래처에 제안할 가격인상·인하 폭을 달리하고 공문 발송 시기도 조정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실행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입찰 담합 과정에서는 각 사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면서 공동으로 결정한 가격안이 반영될 수 있도록 사전에 낙찰업체와 투찰가격을 합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분당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 가격도 매월 공동으로 결정해 거래처에 통보했다.
검찰에 따르면 담합 전과 비교해 전분 가격은 최고 73.4%까지, 당류 가격은 최고 63.8%까지 인상됐고 그 피해는 모두 소비자들에게 전가됐다.
검찰은 이들이 수사 대비도 공동으로 했다며 사실상 증거인멸이 의심되는 정황도 설명했다. 담합 가담자들 간 통화 녹취록에는 '나도 소환되는 것 아니냐', '나도 핸드폰 바꿔야 하나?', '우리 회사에서 로펌 조언 받아서 영업본부장은 자르기로 했다. 그쪽까진 안간다' 등의 상의 내용이 담겼다. 이들의 변호를 맡은 로펌은 휴대폰을 직접 포렌식해 메시지를 다수 삭제하기도 했다.
검찰은 "강제수사 착수 후 약 60여일 만에 국내 식료품 담합 중 역대 최대 규모인 담합의 전모와 각사의 대표이사까지 전부 범행에 가담한 고질적 범행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개인 중 가담 정도가 중한 22명에 대해선 공정위에 고발요청권을 행사하고 1위 업체의 고위 임원 1명은 구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