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초기업노조는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반노조·근로자대표 지위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박요진 기자삼성전자에 처음으로 '과반 노동조합'이 출범한 가운데, 해당 노조가 기자회견을 열어 다음 달 총파업이 현실화되면 최대 30조 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사측에 경고했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는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반노조·근로자대표 지위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과반노조는 전체 근로자의 과반수를 조직한 노동조합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 지위를 갖게 된다.
노조는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줄 것과 이를 제도화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지금까지 연봉의 50% 한도 내에서 주던 성과급 지급 상한을 없애자고 사측에 요구 중이다. 노조 이 같은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오는 23일 평택사업장에서의 대규모 결기대회에 이어 다음 달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총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오는 23일 총 결기대회에 3만~4만 명의 조합원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특히 "18일 동안 파업을 진행할 경우 최소 20조 원에서 30조 원 규모의 손실이 회사 측에 있을 것으로 파악했다"고 언급했다. 인공지능(AI) 확산과 맞물린 반도체 초호황 국면을 맞아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30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빚어질 경우 하루에 약 1조 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노조 측 입장이다.
올해 연간 예상 영업이익으로 노조가 제시한 270조 원에 15% 요구를 적용해보면, 사실상 40조 5천억 원을 올해 성과급으로 달라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제시 중인 성과급 세부 배분 기준이 반영되면, 삼성전자 반도체 담당인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메모리 사업부 소속 조합원은 1인당 평균 약 6억 원의 성과급을 받을 것으로 노조는 추산하고 있다.
삼성전자 사측은 '영업이익의 15% 성과급 지급 제도화'가 이뤄지면 업황과 상관없이 고비용 지출 구조가 고착화된다는 점에서 난색을 표하고 있다. 때문에 사측은 최근 재개된 교섭 과정에서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경우 기존의 지급 상한선을 넘어서는 성과급을 주고, 올해에 한해 국내 업계 영업이익 1위 달성 시 메모리 사업부는 SK하이닉스 수준의 지급률을 보장한다는 내용 등을 담아 대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노조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긴장이 고조되자 전날 삼성전자 사측은 사업장 점거 등 불법행위 가능성을 이유로 법원에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노조는 위법한 쟁의행위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최 위원장은 "법무법인 검토 결과에 따라 정당한 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는 과반노조로서의 법적 지위를 바탕으로 삼성전자 근로자 전체의 근로 조건 개선과 권익 보호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노조는 근로자대표 권한을 실질적으로 행사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원천 차단 △조합원 중심 노사협의회 구성 △과반 교섭력을 통한 실질적 처우 개선 추진 △유니온샵 제도 도입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 노조원 가입 추이. 박요진 기자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는 지난해 9월 6천여 명의 조합원에서 7개월 만에 7만 5천여 명의 조합원을 조직화했다. 초기업노조는 노조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스마트폰·가전·TV 등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직원들에게도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노조는 이른바 '블랙리스트' 유출 논란과 관련해 노조원이 연관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이날 밝혔다. 앞서 삼성전자 사측은 특정 부서의 단체 메신저 방에서 부서명, 성명, 사번과 노조 가입 여부가 명시된 명단이 공유된 사실을 확인한 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고 수사를 의뢰했다.
최 위원장은 "DS 부문 조합원이 80%가 넘어가면서 각 부서에서 과열되는 현상이 있었다"며 "일부 조합원들이 본인 부서 사람들의 가입 여부를 체크한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다만 노조는 해당 사건으로 유출된 정보 전달 경위에 대해선 사내라고만 밝힐 뿐 구체적인 내용은 설명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