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 진행 중인 신천지 본부. 연합뉴스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불기소한 가운데, 정교유착 의혹의 다른 한 축인 이단 신천지에 대한 수사에 관심이 쏠린다. 법조계에서 주목하는 것은 신천지 연루 의심을 받은 야권 인사들에 대한 처분이다.
이만희 교주 등 신천지 인사들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는 상당수 확보된 상황이지만, 이들과 유착 의심을 받는 야권 인사에 대한 수사는 다소 더딘 모습이다. 합수본이 정치적 균형 논란을 의식한 나머지 야권에 대한 수사도 미완으로 끝낸다면 '반쪽 진상 규명'에 그쳤다는 비판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합수본, 신천지 '당원가입'·'횡령' 증거 다수 확보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합수본은 신천지의 당원 가입과 횡령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다수 확보해 사실상 주요 피의자들의 소환 조사만을 남겨두고 있다.
합수본은 지난 20대 대통령선거와 윤석열 정부 임기 동안 신천지가 신도들을 동원해 국민의힘 책임 당원으로 가입시켰다는 의혹을 수사해왔다.
합수본은 정당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 당원 가입이 강제로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증언을 복수의 신도로부터 확보 중이다. 합수본은 당원 가입에 주로 동원됐던 청년회 신도들의 사례를 확보했으며, 청년회와 더불어 신천지 조직의 한 축을 맡고 있는 부녀회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합수본은 신천지 내부에서 조성된 자금의 흐름 파악도 어느 정도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천지 2인자로 정치권 로비를 수행했던 것으로 알려진 고동안 전 총무. 크리스천 노컷뉴스 유튜브 캡처 그동안 합수본은 신천지 2인자로 알려진 고동안 전 총회 총무가 12개 지파로부터 법무 후원비, 전도비 등 명목으로 걷은 돈의 규모가 얼마인지, 이 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등을 수사했다.
합수본은 최근 신천지 광명교회를 압수수색해 자금 모집에 관한 자료를 확보했다. 아울러 이 교회에서 재직했던 관련자로부터 총회 지시로 자금이 모집돼 간부들에게 전달됐음을 보여주는 증거를 입수했다.
이를 토대로 합수본은 광명교회가 소속된 지파에서 한 해에만 약 9억 원을 거뒀다고 추정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2개 지파로 범위를 넓히면 모두 100억 원에 이르는 자금이 조성된 셈이다.
고 전 총무는 이러한 자금을 개인적인 용도로 썼다는 의심을 받는데, 합수본은 고 전 총무와 그의 주변 인물에 대한 계좌 추적을 진행한 바 있다. 고 전 총무의 측근과 가족이 운영한 업체로 자금이 흘러 들어갔는지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합수본은 신천지와 정치권 간 '연결고리'라는 의심을 받는 한국근우회 이희자 회장 등으로부터 확보한 압수물 분석도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합수본은 이르면 이달 중 이 교주와 고 전 총무, 신천지 핵심 간부들을 소환해 지금까지 확보한 증거를 제시하며 혐의를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조사가 마무리되면 이 교주 등에 대한 기소 여부가 가려질 전망이다.
이들과 유착 의심을 받는 국민의힘 인사들도 수사 대상 중 하나다. 윤 전 대통령은 대선 전 신천지 인사들과 접촉했다는 의혹뿐 아니라 당원 가입에 힘입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됐다는 의혹도 받는다.
이와 함께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 시기에도 조직적인 당원 가입이 이뤄졌다는 의혹, 친윤석열계 인사로 알려진 전·현직 의원들이 신천지 인사들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의혹 등이 불거진 바 있다.
정치권으로 뻗어갈까…'유착' 입증할 증거 확보해야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창원 기자
신천지와 유착 의심을 받는 국민의힘 인사들로 수사가 뻗어나가기 위해선 보다 구체적인 증거와 진술이 필요할 전망이다.
앞서 전 의원의 경우 통일교로부터 시계 등을 받은 것은 인정됐지만 3천만 원을 넘지 않아 공소시효가 완성됐다는 게 합수본 판단이었다. 합수본은 통일교가 전 의원의 자서전을 구입했다면서도 구체적인 청탁을 하지 않았고, 전 의원이 이를 인식하지 못했다며 무혐의로 종결했다.
다만 합수본이 추가 금품 전달 가능성을 따지지 않은 점이 아쉬움으로 꼽힌다. 자서전 구입 역시 뇌물 공여처럼 보이지 않기 위한 눈속임일 가능성이 있는데, 합수본이 전달 목적과 상황을 다각도로 살펴봤는지 의문이라는 견해도 있다.
신천지 역시 내부에서 조성된 자금을 후원금이 아닌 다른 형태로 전달했는지 규명하는 게 관건이다. 윤 전 대통령이나 국민의힘 인사들이 신천지의 당원 가입 정황을 인식했는지, 성전 건축 등의 현안을 청탁받았는지 등을 밝혀야 할 필요성도 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합수본이 전 의원을 불기소하면서 날개를 달아줬다는 비판이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남은 의혹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하지 않으면 또다시 특검 도입 여론이 들끓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