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이훈기 국회의원이 간석동 한 주민과 대화하고 있다. 박창주 기자2년 전 서울 여의도 중앙정치에 첫발을 내딛고도 마음은 늘 지역구를 향했다. 더불어민주당 원내부대표에 오르기까지 평일 내내 국회와 당사를 넘나들면서, 매주 금요일 만큼은 인천 남동구였다. 일명 '불금(불타는 금요일)정치'다.
이 같은 금요일 동네 한바퀴 프로그램은 초선으로서 민심과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이훈기(민주당·인천 남동구을) 국회의원의 '약속'이었다. 주말 휴일을 앞두고 미팅 요청이 몰리기 일쑤였지만, 주민들과의 만남은 끊을 수 없었다.
3일 그 발걸음은 100번째를 맞았다. 지역구 내 11개동을 한 곳씩 정해 하루 반나절 이상 누비며 시민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마을 현안을 살피는 방식이다. 누적 이동거리 900㎞, 걸음 수는 어림잡아 100만보에 달한다.
'민심 읽기'를 게을리 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남긴 발자취다.
이날 이 의원은 100회 동네 한 바퀴를 기념해 이른 아침부터 지역구 전역을 대상으로 현장 점검을 돌고 있다. 그동안의 민원 해결 현황과 향후 과제 등을 짚기 위한 취지다.
이훈기표 민생 탐방에 대한 AS(사후관리)인 셈이다.
현장에서 답 찾은 '생활정치' 성과
금요일 동네한바퀴 인포그래픽. 이훈기 의원실 제공간석동의 주택밀집구역을 찾은 이 의원은 한 초등학교 주변 보행로를 둘러보며 행인들과 대화를 나눴다. 1년여 전까지만 해도 차량들과 어린 학생들의 동선이 뒤섞여 사고 우려로 한숨과 눈물 섞인 민원이 빗발치던 곳이다. 이 의원의 손을 맞잡은 주민들은 "고맙다. 이젠 안심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통학로 안전조치를 요구하는 시민 목소리가 시작점이었다. 이 의원은 여러 유관기관 등과 대책을 논의해 기존 학교 담장을 허물고, 차도와 분리된 인도 시설 설치를 이뤄냈다.
그의 민생 손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안전시설과 더불어 일대 노후도심의 인프라 개선으로 시설을 넓혔다. 이를 통해 탄생한 게 '뉴빌리지 사업'이다.
간석3동 일대 노후 단독 빌라촌을 신축 아파트 수준의 생활공간으로 탈바꿈하는 내용이다. 각종 복합지원센터와 주차장 조성, 보행 환경 개선 작업 등이 진행 중이다. 국비(138억 원) 등을 합쳐 4년간 모두 300억 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된다.
다음 행선지는 인천대공원. 지역의 최대 규모 녹지공원으로, 이 의원은 공원 일대를 매머드급 관광벨트로 확장하는 방안을 꾀하고 있다. 이 역시 이곳에서 만난 여러 주민들의 의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했다.
핵심은 신규 국립과학관 유치다. 전국 5대 광역시 가운데 국립과학관이 없는 지역은 인천이 유일하다. 이에 그는 녹지 중심으로 운영되는 인천대공원 일대에 과학관 등 새로운 볼거리 콘텐츠를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AI와 반도체 등 첨단산업 관련 콘텐츠로 채워 경기 과천에 있는 과학관과 차별화하는 전략이다.
이 의원이 장수동은행나무 앞에서 오억환 씨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박창주 기자이는 이 의원의 '11대 목표'에도 포함돼 있다. 현재 정부부처가 5억 원을 투입해 전국적으로 과학관 추가 건립의 타당성 여부를 조사하는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수도권 후보지는 인천뿐이다.
해당 유치 사업을 지속적으로 건의한 구월동 주민 오억환(59) 씨는 이날 이 의원과 과학관 입지 조건과 주변 관광시설 개선책, 교통망 확충 방안 등을 논의하면서 "동네에서 말만 무성했던 희망사항이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과정을 겪으면서 큰 만족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훈기 의원은 "임기 안에 인천 국립과학관 유치를 확정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며 "인구 규모로 보면 건립 명분이 분명하고, 관광 앵커시설이자 꿈나무들에겐 노벨상의 꿈을 키우는 소중한 명소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역 민원이 국정 이슈로 확장되다
인천대공원 일대에서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이훈기 의원 모습. 박창주 기자이 의원의 지역 훑기는 국가적 이슈에 대한 영감을 떠올리고, 이를 실제 의정 활동에 반영하는 자양분이기도 했다.
지난해 4월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SKT 해킹 사태가 대표적이다. 유심칩 정보가 대거 유출됐다는 소식에 뿔난 가입자들의 시선은 정치권으로 옮겨갔다. 위약금 문제를 풀어줄 '해결사'가 필요했던 것. 기자 출신으로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인 이 의원은 해당 사안에 총대를 멨다.
지역 민원에 귀를 열었던 게 결정적 계기였다. 그는 동네에서 만난 젊은이들의 한탄을 놓치지 않았다.
지난해 7월 25일 이훈기 의원이 금요일 동네한바퀴를 통해 인천 만수시장을 찾은 모습. 이 의원실 제공민심의 채찍질은 이 의원을 SKT와의 전쟁에서 선봉장으로 서게 만들었고, 그의 국회 청문회 '송곳 질문'으로 SKT 대표는 물론 소관 정부부처까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이후에도 SK 본사에 항의방문 등을 이어가며 압박한 끝에, 민관합동조사단의 최종 조사 결과 '위약금 면제 적용'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불금정치'로 마주한 작은 민원들이 크게 세상을 바꾼 사례로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