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박종민 기자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로 도피하게 한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이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을 두고 "국익을 위한 인사"라고 주장했다.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조형우 재판장) 심리로 열린 범인도피·직권남용·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 1차 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은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종섭 대사 지명자는 국방부 장관 시절부터 방산 수출에 상당한 성과를 냈던 사람"이라며 "한국의 국방장관을 지낸 사람이 호주 대사를 가게 될 경우에 호주의 국방장관을 통해서 호위함 수주를 하는 것이 굉장히 이점이 많겠다 싶어서 (호주 대사) 추진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발이 어느 수사기관에 돼 있다고 해서 공직 임명을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라며 "고발이 돼 있지만 소환도 안하고 조사도 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윤 전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대상이던 이 전 장관의 호주 출국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재판에서 "이 사건의 본질은 국가를 위해 헌신한 젊은 장병의 희생을 기억하고 그 책임을 규명하는 데 있다"면서도 "이번 재판은 비극적 사고에 대한 애도와는 별개로 헌법상 보장된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를 사법적으로 단죄할 수 있는지 그 법리적 한계를 묻는 재판"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핵심 쟁점인 범인도피 혐의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피고인은 출국 금지 사실이나 구체적인 수사 진행 상황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며 "이는 인사 검증 단계에서도 확인되지 않은 보안 사항"이라고 말했다.
호주대사 임명 자체에 대해서도 "호주 대사 임명은 전임 대사의 정년 퇴직 시기에 맞춘 통상적 인사였으며, 9조 원 규모의 호위함 수주 등 K 방산 수출의 연속성, 그리고 인도 태평양 전략에서의 안보 파트너십을 위한 고도의 정책적 판단"이었다며 "이를 도피로 규정하는 것은 국익을 위한 대통령의 정당한 통치 행위를 왜곡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오히려 공수처가 소환 없이 출국금지만 반복 연장한 점을 문제 삼으며 "정치적 목적에 따른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날 다른 피고인들도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조태용 당시 국가안보실장, 이시원 전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심우정 전 검찰총장도 같은 법정에 섰다.
앞서 순직해병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 지시에 따라 이 전 장관의 호주대사 인사 검증 과정에 부당한 영향을 행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면서 이들을 기소했다.
재판부는 이날 양측 주장을 정리하며 "호주대사 임명이 수사를 곤란하게 하는 행위인지가 핵심 쟁점"이라고 짚었다. 이어 "임명에 실익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 목적이 무엇이었는지는 기록을 통해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또 출국금지 해제 과정과 관련해서는 "사전에 결론을 정해놓고 형식적으로 절차가 진행된 것인지, 아니면 실질적인 심사가 이뤄졌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심사위원회가 본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할 정도로 형해화됐는지도 판단 대상"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오는 4월 10일에는 황소진 전 외교부 인사기획관 등을 증인으로 불러 본격적인 증거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