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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돈 대로 내고 욕 먹은 과거 트라우마…일본, 이번엔 어떨까?[경제적본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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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일반

    돈은 돈 대로 내고 욕 먹은 과거 트라우마…일본, 이번엔 어떨까?[경제적본능]

    • 2026-03-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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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심요약

    '경제적본능'은 유튜브 채널 CBS경제연구실에 오후 6시마다 업로드되는 경제 전문 프로그램입니다. 부자가 되고 싶은 우리의 경제적 본능을 인정하고 우리 경제를 둘러싼 조건을 탐구하며 실용적 지침까지 제안해 드립니다. 미국의 동맹으로서 한국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관심이 높은 일본의 중동 전쟁 참여 여부, 아베노믹스를 계승한 다카이치의 일본은 어떤 모습일까요. 이명찬 박사와 살펴봤습니다. 풀 버전은 '경제적본능'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방송 : 유튜브 CBS 경제연구실 '경제적본능'
    ■ 진행 : 윤지나 기자
    ■ 대담 : 이명찬 게이오대 박사

    걸프전 트라우마 있는 일본 … 이번에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 사태 관련 지원 요청에 대해 일본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에는 두 가지 역사적 트라우마가 있다는 게 이명찬 박사의 설명이다. 1990년 걸프전 당시 미국은 일본에 자위대 파견을 강력히 요구했지만, 평화 헌법 제약으로 일본은 끝내 응하지 못했다. 대신 130억 달러라는 거액을 지불했음에도 쿠웨이트가 미국 주도 연합국에 감사 광고를 낼 때 일본은 그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다. '돈은 돈대로 내고 욕은 욕대로 먹은' 셈이었다. 체크북 외교(Checkbook Diplomacy)라는 조롱이 대표적이다. 돈으로만 때우려 한다는 비아냥인데, 일본을 겨냥해서 만들어진 말이 국제 외교 용어로 굳어졌을 정도다. 이 충격은 이후 아베 총리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헌법 해석 변경과 유사 법제를 정비하는 2015년까지 이어지는 긴 과정의 출발점이 됐다.

    헌법 9조와 '존립 위기' 개념 — 논리가 서지 않는 딜레마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기준은 '존립 위기 사태'다. 아베 전 총리는 2015년 호르무즈 해협 기뢰 부설로 석유 공급이 끊겨 국민 생활에 치명적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그 예로 들었다. 다카이치 총리도 작년 '해상 봉쇄로 무력 공격이 발생하면 존립 위기 사태'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이 논리를 적용하기가 쉽지 않은 게, 일본의 원유 비축분은 현재 254일치에 달한다. 보통 의무 비축일수가 90일인 점을 감안하면 '당장 존립 위기'를 주장하기엔 숫자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가 상승에 따른 경제 위기는 일본 뿐 아니라 다른 나라도 공히 겪는 상황일 뿐이다. 오히려 '미국이 강력히 요구했는데 거절해서 미일 동맹이 파탄나는 것'이야말로 일본에게는 존립 위기에 직결된다는 논리로 작용할 수 있다고 한다.
     

    기뢰 제거 요구 정도라면?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기뢰 제거다. 이 박사는 일본이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전쟁 당시 법적 근거도 없이 한반도에 건너가 기뢰 제거를 수행한 실적도 있다. 기뢰 제거는 전투 행위가 아니라는 점에서 명분도 나쁘지 않다. 이 박사는 '공격적이지 않고, 전 세계에 긍정적 이미지를 줄 수 있다'며 일본이 응할 경우 미일 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봤다.

    다만 일본은 이란과 역사적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점에서 셈법이 복잡해질 수는 있다. 일본 입장에서 이란은 중국과 다르다. 아베도, 다카이치도 중국과는 사이가 나빠도 이란과의 관계는 별도로 관리해 왔다. 호르무즈 해협까지 나가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미일 동맹과 이란 관계 모두를 고려할 때 머리가 복잡할 수밖에 없다.
     

    한일 관계 — 다케시마 발언의 맥락과 한계

    다카이치 총리는 최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독도(일본명 다케시마)가 일본 영토라고 발언해 한국 외교부의 엄중 대처를 불러왔다. 그러나 이 박사는 이 발언을 과도하게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봤다. 다카이치 총리는 앞서 자신의 공약이었던 '다케시마의 날 행사 장관급 참석'을 지키지 않고 정무관을 보내는 데 그쳤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우호 관계를 고려한 결정으로, 우익들로부터 강한 비판과 지지율 하락을 감수한 것이었다. 반면 국회 질의응답에서는 야당 의원이 답을 유도하는 질문을 던지면 '기계적으로' 정해진 답을 해야 하는 구조기 때문에 '독도는 일본영토'라는 발언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 박사는 아베 시절보다 진일보한 한일 관계는 가능하다고 봤다. '중국과 척을 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마저 멀어지면 일본은 어디로 가나'라는 절박함이 다카이치 총리를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다카이치의 지지율과 일본 정치의 구조적 딜레마

    압도적 의석 수로 출범한 다카이치 내각의 지지율은 현재 약 60% 수준으로 떨어졌다. 다케시마의 날 불참, 야스쿠니 미참배, 식품 소비세 2년 면제 공약 미이행 등이 맞물린 결과다. 최근 보궐선거에서 직접 지원 유세를 갔음에도 자민당 후보가 낙선한 것도 심상치 않은 신호다. 이 박사는 다카이치 총리가 '신념보다 표를 의식해 발언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아베에게는 역사 수정주의라는 확고한 철학이 있었지만, 다카이치는 '이렇게 하면 표가 온다'는 계산 위에 움직이는 포퓰리스트에 가깝다는 것이다. 세계관이 흐릿한 지도자는 정책 모순이 쌓이면서 지지율을 방어하기 어렵다. 그러나 대안 정당도, 대안 인물도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 국민들은 다카이치마저 실망스러우면 '우리 삶을 누가 챙기나'라는 허탈감에 빠질 수밖에 없다. 자민당이 '유통기한이 지났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생명을 연장해온 이유이기도 하다.
     

    엔화·금리·스태그플레이션 — 악재가 겹친다

    다카이치 총리의 적극 재정 기조와 엔화 약세는 한 몸처럼 움직인다. 이 박사는 '너무 많이 찍어내면 당연히 떨어진다'며 현재 추세대로라면 엔화 가치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봤다. 우에다 일본은행 총재가 금리 정상화 의지를 밝히며 취임했지만, 다카이치 총리는 금리 인상에 부정적인 상황이다. 인상을 강행하면 이미 취약한 경기가 더 꺾이고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동 사태로 인한 유가 상승까지 겹치면 수입 물가가 오르고, 실질 임금은 마이너스가 된다. 엔저는 '보이지 않는 세금'이기도 하다. 명시적으로 세금을 올리지 않으면서 화폐 가치를 떨어뜨려 국민 부담을 높이는 동시에, 정부 부채의 실질 부피는 줄어드는 구조다. 일반 소비자만 죽어나고 대기업과 정부는 반사이익을 누리는 셈이다. 일본 GDP 대비 부채율은 주요국 중 압도적 1위임에도 적극 재정을 계속하겠다는 기조는, 국민에게 '보이지 않는 청구서'를 계속 보내는 것과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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