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중동전쟁의 여파가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의 사모대출 시장의 부실 우려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사모대출 시장의 유동성 문제가 장기화하면 빅테크의 인공지능(AI) 투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반도체 투톱 중심의 실적 장세인 코스피에 불똥이 튈지 관심이 쏠린다.
"돈 돌려달라" 사모대출 환매 요청 잇따라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산운용사 블루아울캐피탈이 지난달 사모대출펀드 'OBDCⅡ'의 분기별 환매 중단을 선언한 이후 사모대출 시장의 환매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통상 사모대출은 분기별로 순자산가치(NAV)의 5%까지 환매한다. 하지만 블랙록과 블랙스톤, 클리프워터, 모건스탠리 등에 한도를 초과한 사모대출 환매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블랙록과 모건스탠리는 환매 한도를 5%로 유지하고 있지만, 클리프워터는 환매 한도를 7%로 상향했다. 블랙스톤은 환매 한도를 7%로 높이는 동시에 현재 환매 요청분 전액을 지급하기로 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의 집계를 보면, 미국 사모대출 부도율은 지난해 10월 5.2%에서 올해 1월 5.8%로 증가했다. 여기에 JP모건 등 금융기관이 사모대출의 자산가치를 상각했다. 즉 대출 원금의 일부를 회수할 수 없다고 공식 인정한 셈이다.
연합뉴스사모대출 시장의 불안감은 AI 소프트웨어 산업의 부실 우려에서 출발한다.
사모대출 시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규제로 인해 기업대출 대신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등 펀드를 통해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중견기업에 대출해주고 성장했다. 미국 기준 사모대출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조 8천억달러로 추산된다.
특히 지난해 AI 투자 확대로 AI 소프트웨어 기업의 자금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사모대출펀드의 포트폴리오에서 소프트웨어 업종 비율이 20% 수준에서, 많게는 70%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최근 AI 소프트웨어 기업의 경쟁력에 대한 의심이 커지면서 펀드 환매 요청이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금융센터 김선경 책임연구원은 "사모대출 환매 급증으로 유동성 경색 시 운용사들이 비자발적 자산 처분에 나설 수밖에 없는 구조적 리스크가 부각된다"면서 "무디스는 사모대출 유동성 문제가 장기화할 경우 신용 문제로 확산할 가능성을 지적했다"고 설명했다.
국제결제은행(BIS)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AI 인프라 투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재무제표에 잡히지 않는 사모대출로 부채를 조달했다"면서 "사모대출 부실이 발생하면 금융권으로 충격이 전이될 잠재적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코스피 영향 제한적" VS "전쟁과 겹쳐 위기 올 수도"
연합뉴스관건은 코스피 영향이다.
현재 코스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투톱의 실적 개선세에 힘입어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하나증권은 지난 16일 올해 코스피 영업이익을 623조원으로 전망했다. 이는 한 달 전보다 8% 늘어난 규모다.
따라서 사모대출 유동성 문제가 장기화하지 않는다면 코스피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iM증권 김준영 연구원은 "사모대출 우려는 AI 개발로 인한 기존 소프트웨어 기업에 대한 우려 때문이지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우려가 반영된 것은 아니다"라면서 "데이터센터 밸류체인 그리고 이 투자를 주도하는 하이퍼스케일러가 AI 투자 사이클의 중심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하이퍼스케일러 투자 사이클에 영향이 없다면 상대적으로 데이터센터 밸류체인에 대한 선호 또한 꾸준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글로벌 증시가 조정을 받는 과정에서 한국 증시 내에서 AI 관련 섹터와 아닌 종목의 차별화가 심화할 수는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변수로는 '중동전쟁 장기화'와 '금리'가 꼽힌다.
중동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자극하고, 이에 따라 시장금리가 급등하면서 유동성이 경색되면 위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중동전쟁이 발생하기 전인 지난달 27일 3.45%에서 최근 3.69%로 0.24%p 올랐다.
IBK투자증권 정용택 수석연구위원은 "AI 인프라 투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경기가 뒷받침하지 못하거나 유동성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 사모대출의 위험성이 커질 수 있다"면서 "이때 금리가 튀어 오르면 위기로 연결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