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과 관련해 20일(현지시간) "대법원과 의회가 인정하는 더 강력한 수단이 있다"며 '대안'을 제시했지만, 집권2기 2년 차에 적잖은 정치적 타격을 입게됐다.
최근 지지율 하락세와 정치적 텃밭에서의 선거 패배 등 악재까지 겹치면서 철옹성 같았던 그의 리더십에도 커다란 파열음이 울리고 있다. 이번 판결은 오는 11월 예정된 중간선거에도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방대법원의 국가별 상호관세 무효 판결에 대응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10% 글로벌 관세 부과에 서명했다.
이번 조치는 무역법 122조에 근거한 것으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따른 상호관세 부과가 위법이라는 연방대법원 판결로 기존의 '10% 기본관세'를 더 이상 징수할 수 없게 되자 부랴부랴 꺼내든 성격이 있다.
무역법 122조는 국제수지 문제 대응을 위해 대통령에게 최장 150일 동안 최대 15%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부여한다. 이번 새로운 관세는 오는 24일부터 발효된다.
이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각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조사하겠다고 덧붙였다.
무역법 301조는 외국 정부의 부당하거나 불합리하고 차별적 행동 등에 맞서 대통령에게 관세 부과 등 보복 조치 권한을 준다. 이를 통해 각국에게 차등적으로 부과했던 상호관세의 효과를 거두겠다는 뜻이다.
이처럼 법원으로부터 상호관세 부과에 제동이 걸리자, 무역법 122조와 301조로 기존의 조치와 유사한 관세 부과의 얼개를 다시 만들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실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성명에서 "USTR이 개시할 무역법 301조 조사는 주요 교역 상대국 대부분을 커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도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무역법과 무역확장법 등을 적용할 수 있는만큼 다른 나라들도 기존 합의를 지킬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연방대법원에 이른바 '애국적인 판결'을 주문하면서도, 연방대법원에서 질 경우 현 조치와 동일한 관세 구조를 새로 만들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가 신속하게 '관세 매조지'에 나서며, 연방대법원 판결에 동요할 수 있는 무역 협정 체결국의 단속에 신경쓰고 있지만, 현장에서의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미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 대비해 미국 기업들뿐 아니라 외국 기업의 미국 내 자회사들이 관세 반환 소송을 제기했고, 이날 판결 이후 환급 소송은 더 늘어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 연방대법원이 상호 관세 무효 판결을 내리면서도 그동안 '위법하게' 징수한 관세의 환급 문제는 명확하게 짚지 않은 것도 혼선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자연스레 상호관세 인하 조건으로 천문학적인 대미투자를 약속한 국가들도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상호관세가 무효가 되면서 대미 투자의 근거도 사라졌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곧바로 '대체 수단'을 꺼내든 상황을 온전히 무시하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일본의 경우, 이번 연방대법원 판결에 앞서 지난 17일 대미 투자와 관련한 약 52조원 규모의 첫 번째 프로젝트 3개를 내놓은 바 있다.
한국은 미국과의 무역 합의에 따라 최초 25%였던 상호관세가 지난해 11월부터 15%로 낮아졌지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국회의 대미투자특별법안 처리 지연을 문제 삼으며 상호관세를 다시 올리겠다고 압박한 바 있다.
상호관세가 무효화됐더라도 자동차 관세 등 품목별 관세가 남아 있다는 점도 불안한 요소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연방대법원 판결 내용 및 미국 정부의 입장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국익에 가장 부합하는 방향으로 (대응 방안을)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연방대법원 판결의 핵심은 IEEPA에 대통령의 관세 부과 권한이 명시되지 않은 만큼 이를 근거로 한 관세 부과는 위법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미국의 무역 적자를 해소한다는 구실로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에 기본관세 10%와 국가별 차등세율을 더해 매긴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이와 함께 멕시코·캐나다·중국에게는 합성마약 펜타닐의 미국 내 유통에 임이 있다며 '펜타닐 관세'를 물려 왔다.
이 모두가 IEEPA에 근거한 것이었다. 1977년 발효된 이래 관세 부과를 위해 IEEPA를 발동한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