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정, 김길리와 사진 촬영하는 커린 스토더드. 연합뉴스빙판 위 충돌과 이어진 비난의 시간은 결국 따뜻한 '셀카' 한 장으로 녹아내렸다. 혼성 계주 당시 김길리(성남시청)와 엉켜 넘어지며 한국 팬들의 원성을 샀던 커린 스토더드(미국)가 이번에는 실력으로 박수를 받았다.
스토더드는 21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서 동메달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서 그가 수확한 첫 번째 메달이다.
앞서 스토더드는 혼성 2000m 계주 당시 김길리와 충돌하며 한국 대표팀의 메달 가도에 본의 아니게 제동을 걸었던 인물이다. 주행 중 넘어지며 뒤따르던 김길리를 덮쳤고, 이 여파로 한국은 조 3위에 그치며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당시 김길리의 부상 우려까지 나오며 한국 팬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사건 이후 일부 팬들의 비난이 이어지자 스토더드는 소셜 미디어 댓글 창을 폐쇄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게시물을 통해 미국 팀 동료들은 물론 김길리에게도 진심 어린 사과의 뜻을 전하며 미안함을 표했다.
이번 대회에서 스토더드의 '수난 시대'는 유독 길었다. 여자 500m와 혼성 계주에서만 세 차례 미끄러졌고, 1000m 예선에서도 결승선을 코앞에 두고 곡선 주로에서 넘어지는 불운을 겪었다.
커린 스토더드. 연합뉴스이를 지켜본 미국 쇼트트랙의 전설 안톤 오노는 스토더드의 기술적인 습관을 지적했다. 오노는 그가 오른팔을 몸쪽으로 휘두르는 습관 때문에 무게 중심이 뒤로 쏠린다고 분석하며, 손이 오른쪽 귀 부위를 벗어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4년 전 베이징 대회에서 코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은퇴까지 고민했던 스토더드는 이번 대회 마지막 경기에서 비로소 웃음을 되찾았다. 1500m 결승 초반 선두로 치고 나간 그는 경기 후반 최민정(성남시청)과 김길리에게 역전을 허용했으나, 끝까지 중심을 잃지 않고 세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꿈에 그리던 메달을 목에 건 스토더드는 시상대 위에서 김길리, 최민정과 함께 밝은 표정으로 '셀카'를 찍으며 대회를 훈훈하게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