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전국적으로 비 소식 없는 메마른 날씨가 장기화되면서 설 연휴 기간 대형 산불 발생 우려가 커지고 있다.
16일 산림당국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전 10시 18분쯤 강원 양양군 현북면 장리의 한 농막에서 발생한 불이 인근 야산으로 번졌다. 불은 초속 4.4m의 강한 바람을 타고 번지면서 확산되자, 소방당국은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가용 인력을 전부 진화 작업에 투입했다.
공중 진화 작업에 나선 헬기 10대와 지상 진화 인력까지 투입돼 산불과의 사투를 벌인 끝에 불은 약 2시간 20분 만에 꺼졌다. 이 불로 최초 화재 신고자인 A(59)씨가 연기를 마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인근 요양시설에 있던 노인과 주민 등 30여 명이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또 주택과 비닐하우스 1개 동이 모두 불에 탔으며 산림 피해 규모는 현재까지 0.5㏊로 집계됐다.
같은날 오전 0시 56분쯤 양양군 양양읍 화일리의 한 야산에서도 불이 나 1시간 30분 만에 꺼졌다.
경북 경주시 문무대왕면에서 발생한 산불. 독자제공앞서 지난 7일 오후 9시 40분쯤 경북 경주시 문무대왕면 입천리 일원에서 발생한 산불은 20시간 만에 진화됐다 다시 재발화하면서 사흘만에 꺼졌다.
당시 소방당국은 산불 현장에 대구, 대전, 울산, 강원, 충남 등 5개 시·도 소방력을 동원하는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하기도 했다. 이 불로 인한 산림 피해 규모는 54㏊로, 축구장 면적(7140㎡) 8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설 연휴 기간 귀성, 귀향객들이 전국 각지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성묘와 산행 중 실화로 인한 대형 산불 우려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실제로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최근 10년간(2016~2025년) 산불 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설 연휴 기간에만 연 평균 8.5건의 산불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묘객 실화로 인한 산불 비율은 연 평균 1.4% 수준이었으나, 설 연휴 기간에는 18.7%까지 증가했다.
특히 강원 고성과 속초, 강릉, 삼척 산불 등 역대 최악의 산불들이 잇따랐던 강원 동해안 지역의 경우 산불이 대형화 될 가능성이 높아 우려는 더욱 크다.
기상청에 따르면 동해안 6개 시·군은 이날까지 26일째 건조특보가 내려진 상태며, 산간지역으로는 초속 15m 안팎의 강한 바람도 불고 있다.
강원 양양군 현북면에서 발생한 산불. 강원도 제공여기에 당분간 전국적으로도 비 소식이 없어 산림당국과 각 지자체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 10일 기준 전국 누적 강수량은 6.6㎜로, 평년의 22.2%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1973년 이후 역대 세 번째고 적은 강수량이다.
영남지역의 경우 누적 강수량이 0.8㎜를 기록, 평년의 2.2% 수준에 그쳤으며 포항과 울산, 밀양 등 지역에서는 강수량은 전혀 관측되지 않았다.
산림당국은 최근 건조한 날씨로 산불 위험이 커지면서 산불조심기간을 지난달 20일부터 조기 운영에 나섰으며 산불 발생 우려 지역에 진화 자원을 전진배치하고 총력 대응에 나선다.
강원과 경북 등 산불 대형화 위험이 큰 동해안 지역을 관할하는 광역자치단체들도 선제 대응에 나섰다.
강원도와 경북도는 지난 14일부터 18일까지 '산불방지 특별대책기간'을 운영한다. 이 기간 비상근무 체제로 전환하고 성묘객과 등산객에 대한 산불 예방 홍보활동를 실시한다.
특히 산불 발생 시 초동 대응을 위한 헬기 조기 투입, 진화 인력 사전 배치 등에 나섰다. 산림 인접 지역 화목보일러 사용 가구를 점검하고 불법 소각 행위 단속도 병행한다.
안희영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재난예측분석센터장은 "설 명절 차례를 지내고 난 뒤 성묘를 많이 하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묘소는 잔디로 덮여 있어 불이 쉽게 붙을 수 있으니 향을 피우거나 화기를 사용해서는 절대 안된다"고 당부했다.
"특히 산불 위험도가 점점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산림 인접 지역에서의 소각 행위는 반드시 삼가해 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