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종호> 한 주 동안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기후 현안 전해드리는 주간 기후 브리핑 시간입니다. CBS 정책부 최서윤 기자 나와 계세요. 안녕하세요.
◇ 최서윤> 안녕하세요, 오늘도 두 가지 소식 준비했습니다. 먼저 첫 번째 소식은
인공눈 없으면 못 여는 동계올림픽 사라지나. 제25회 동계 올림픽 지금 이탈리아 밀라노랑 코르티나담페초에서 열리고 있죠. 지난 토요일 7일 개막해서 23일 월요일까지 이어지는데요. 우리나라를 포함해 93개국 3500명의 선수가 참가해서 16개 종목, 116개 경기를 겨룹니다. 동계올림픽 하면 떠오르는 모습이 하얀 눈으로 덮인 설산에서의 스키랑 스노보드잖아요, 또 얼음 트랙을 정말 빠르게 내려가는 봅슬레이, 스켈레톤 같은 설상, 빙상 종목이죠. 그런데
기후변화 때문에 동계올림픽이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 홍종호> 눈과 얼음이 사라지고 겨울이 짧아지고 있다, 기후변화 때문이겠죠? 1924년에 제1회 동계 올림픽이 프랑스에서 열렸어요. 그 사이
102년 만에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까지 왔다는 씁쓸함이 몰려오네요.

◇ 최서윤> 그렇습니다. 이번 동계올림픽 앞두고 국제올림픽위원회 IOC(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에서 우려를 표했습니다.
커스티 코번트리 IOC 위원장이 올림픽 개막하기 나흘 전인 2월 3일 기조연설을 통해서
올림픽 종목과 경기 프로그램에 다소 '불편한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경고한 건데요. IOC는 이 불편한 변화와 관련한 검토 결과를
올 연말쯤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코번트리 위원장은 이 변화를 '미래를 위한 준비(Fit for the future)', 이렇게 칭하기는 했어요.
◆ 홍종호> 상당히 또 긍정적인 표현을 썼네요.
◇ 최서윤> 약간 진취적으로 표현하셨지만 이걸 두고 개최 시기가 변할 수 있단 말 나오고요. 또 일부 종목이 사라지는 건 아닌지 우려와 추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제대로 치르지 못하게 된 설상, 빙상 종목 대신에 동계올림픽이지만 일부 하계 종목을 변형해서 넣거나 아니면 실내 종목을 공식적으로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걸로 전해지는데요. 이게 어쨌든 굉장한 변화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올림픽의 헌법으로 불리는
'올림픽 헌장'에서
'눈이나 얼음 위에서 행해지는 스포츠만 동계 스포츠다' 이렇게 규정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 철옹성이 깨지는 변화가 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IOC 의뢰로 시행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40년쯤에 동계올림픽 개최 여건을 갖춘 국가가 10개국 남짓에 그칠 걸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기후변화를 늦게 체감하기 시작했지만 상당히 오래전부터 진행되고 있었잖아요. 클라이밋 센트럴에 따르면
1950년 이후 동계올림픽 개최지 평균 기온이 2.7도 상승했대요. 같은 기간 지구 전체 평균 기온 상승폭 1.4도를 웃도는 겁니다.
◆ 홍종호> 거의 2배에 가까워요.
◇ 최서윤> 맞습니다. 이번이 25회 올림픽이고 역대 개최지는 주로 유럽과 북미 지역이고요. 그 외에는 한중일, 러시아가 개최했는데요. 모두 기온이 빠르게 상승 중인 거예요. 미국 블룸버그 통신 보도에 따르면
1956년 제7회 동계올림픽도 현재 공동 개최지인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에서 열렸다고 해요. 이때가
피겨 스케이팅을 포함해서 모든 경기가 야외에서 열린 마지막 진짜 동계올림픽이었다고 하더라고요. 당시 코르티나담페초의 2월 평균 기온이 영하 14도였대요. 지금은 영하 7도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 홍종호> 엄청나게 올랐군요. 피겨 스케이팅, 스피드 스케이팅, 쇼트트랙 다 우리나라가 금메달도 따고 인기 종목이잖아요. 우리의 뇌리에 이미 실내 경기라는 인식이 들어가 있어요. 그런데 과거 초창기에는 다 실외에서 했고, 아이스하키도 물론이죠.
◇ 최서윤> 전부 야외에서 자연을 벗 삼아서 열었던 종목이잖아요. 이러다가 정말 한 50년 지나면 나중에는 스키나 스노보드도 자연스럽게 실내에서 여는 스포츠가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독일 바이로이트대 연구진이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금이랑 같은 속도로 증가하게 되면 2071년부터 2100년 사이에 전 세계 스키장의 13%가 눈이 사라질 거라는 연구 결과를 재작년에 내놓은 적이 있습니다. 2070년, 2100년 이러면 되게 먼 미래 같지만 아닙니다. 캐나다 워털루대 연구진에 따르면 2050년만 되어도 당장 동계올림픽을 열 만큼 양질의 눈을 갖춘 국가가 많아야 50개국 정도라고 합니다.

◆ 홍종호> 사실은 그렇다고 해서 이 50개국이 다 동계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그런 가능성이 있는 것이지, 돈도 있어야 하고, 인프라가 있어야 하죠.
◇ 최서윤> 그래서 아까 나중에 정말 10개국에 불과할 거라는 연구가 나온 거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까 올림픽 위원회가 원래 동계올림픽을 4년마다 2월에 열잖아요. 이 개최 시기를 겨울이 짧아지니까
1월로 앞당기고, 3월에는 동계 패럴림픽을 열었는데 이거는 2월로 한 달씩 앞당겨서 여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합니다. 개최 시기를 앞당겨서라도 제대로 열 수 있다면 다행이련만, 그게 아니에요. 지난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달궜던 이슈 기억하실 겁니다. 그리고 올해 동계올림픽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어요.
인공눈 사용이 필수가 되고 있다는 겁니다.
◆ 홍종호> 당시에 보도가 많이 됐지만 베이징 올림픽은 100% 인공눈을 사용한 최초의 올림픽으로 보도됐었어요. 상당히 논란이 됐죠? 과연 동계스포츠 애초의 취지에 맞는 거냐는 문제 제기를 당연히 할 수 있죠.
◇ 최서윤> 당시 개최지인 베이징, 옌칭, 장자커우 세 곳 모두
너무 따뜻해서 인공 눈과 인공 얼음에 전적으로 의지해야 했던 거예요. 베이징이랑 옌칭은 2월 평균 기온이 대부분 영상을 기록했다고 하고요. 그나마 영하로 내려갔던 장자커우도 최저 기온이 영하 2.7도에 그쳤다고 해요. 이렇게는 제대로 동계올림픽을 열기가 어려운 거죠. 당시에 인공눈을 만드느라고
물을 2억 2천만 리터 사용한 걸로 추정되는데 어마어마한 양입니다. 또 인공눈을 만들 때는 잘 안 녹게 하려고 여러
화학 물질이랑 생물학적 첨가제를 넣는다고 해요. 그래서 환경 파괴 논란도 불거졌습니다. 이번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도 마찬가지예요. 아예
인공눈 만들 저수지를 별도로 건설했다고 합니다.
◆ 홍종호> 어차피 온도 많이 안 내려갈 거니깐 미리 준비해 놨군요.

◇ 최서윤> 2주간 총 5만 톤의 인공 눈을 살포할 예정으로 알려져서 개시 직전부터 환경단체 반발이 거셌습니다. 인공눈은 환경 파괴만 하는 게 아니라
선수 안전에도 위협이 된다고 해요. 제설기에서 작고 조밀한 얼음 알갱이가 나오는데, 이게 맨살에 닿으면 따끔거리고 스키 선수들은 다 아는 느낌이라고 하더라고요. 이 인공눈 위에서 스키를 타면 좀 더 빠르고 미끌미끌해서 굉장히 위험하고 선수들도 위협을 느끼며 부상 가능성도 높다고 합니다. 이미 외신에서 선수들을 쭉 인터뷰했던 기사를 모은 기사가 나오는데 인공눈의 위험성과 불편함을 선수들은 다 알고 있더라고요.
◆ 홍종호> 환경 오염시키고 탄소 배출을 끊임없이 해서 기후변화가 악화됐는데 그 결과 인류가 즐기는 동계올림픽 개최가 어려워지고요. 억지로 개최는 하지만 거기에 따른 선수들의 안전 문제까지 생긴다고 하면 과연 앞으로 이런 상황에서 올림픽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때야 할지 고민하게 되네요.
◇ 최서윤> 환경 파괴를 해서 기후가 변하고 눈이 사라지는 건데 이거를 또 인공눈까지 뿌려가면서 환경을 더 파괴하면서 올림픽을 개최하는 게 맞냐는 문제가 있죠. 특히 유럽 국가들은 환경 보존이나 기후변화의 속도를 늦추는 데 적극적이었기 때문에 고민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지점입니다.

◆ 홍종호> 제가 들은 얘기는 이 올림픽에서 주목할 만한 기사가 하나 있긴 하다.
불소가 함유된 스키왁스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고 하는데 설명 좀 해주세요.
◇ 최서윤>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아주 주목할 만한 부분이에요. 말씀하신 불소 정식 명칭은
PFAS, 과불화화합물입니다. 이게 함유된 스키왁스 사용을 전면 금지한 채 열리는 첫 번째 동계올림픽이라는 점입니다. 이 스키왁스는 보통 가루나 왁스 덩어리 형태로 돼서 스키 날에 바른다고 해요. 이거 바르면 스키 날이 매끄러워서 왁싱하는 거랑 안 하는 거랑 시속 5km 이상 차이가 난다고 해요. 선수들 사이에서 되게 큰 차이겠죠. 그리고 아무래도 스키감도 좋은가 봐요. 그래서 1980년대부터 사용이 보편화됐어요. 그런데 이 PFAS가 쉽게 분해되지도 않고 계속 남아서 축적된다고 해요. 그래서 별명이 '영원한 화학물질'입니다.
◆ 홍종호> 절대 분해되지 않고 계속 간다는 거죠.
◇ 최서윤> 그래서 유럽연합(EU) 내에서 이거를 2023년부터 금지하자는 방안이 논의돼서 실제 규제로 이어지고 있어요. 프랑스 같은 경우에는 아예 자체적으로 올해인 2026년부터 PFAS가 들어간 스키왁스도 그렇고 화장품 같은 제품들을 전부 사용·제조·판매·유통을 다 금지하는 조치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국제스키연맹(FIS)에서도 2023년에 이 물질 사용을 금지했어요. 직전 동계올림픽이 2022년이었으니까, 2023년에 이 물질 사용 금지하고 열린 첫 번째 올림픽이라는 거죠. 그래서 이번 동계올림픽부터 완전히 퇴출한 거예요. 생각해 보면 올림픽은 즐기려고 시작한 스포츠 축제잖아요. 메달에 집착하면서 효율성이나 과잉 경쟁만 쫓다 보니까 왁스까지 뿌려가면서 환경 파괴할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조금이라도 더 오래 동계올림픽을 즐기려면 이제라도 기후와 공존하는 법을 익혀가야 할 것 같습니다.
◆ 홍종호>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아주 극명한 사례인 것 같아요. 결국은
인간의 만족, 기록 단축, 경쟁 심화를 위해서 이 불소가 함유된 스키 왁스를 사용했는데 그것이 결국 환경 파괴를 가져와서 다시 또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서로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는 거죠. 이렇게 되면 기록이 더 나빠지는 거죠. 왜냐하면 이 왁스를 사용하지 않게 되니까 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앞으로는 세계 신기록도 이 왁스 사용 이전과 이후로 나눠야 하는 상황으로 갈 수도 있겠네요. 이거를 사용하지 않으니까 속도가 느려질 거 아니에요? 그렇다면 아마
기록 경쟁이 완화되는 파생 효과도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