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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도 비장애도 아닌 '700만'…'경계선 지능인'의 공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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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

    장애도 비장애도 아닌 '700만'…'경계선 지능인'의 공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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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아닌 '경계에 선 사람들'④]

    IQ 71~84…법적 규정 없어 복지·고용 모두 사각지대
    학습 지원은 일부뿐…청년기 이후 대책은 사실상 공백
    국회 법안 11건 계류…정부, 실태조사 발표 예고
    "일방적 복지보다 취업 지원이 더 중요"

    2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는 경계선 지능인의 규모를 보여주는 공식 통계가 없다. 다만 AAIDD의 추정 방식을 적용하면 한국에 약 7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연합뉴스2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는 경계선 지능인의 규모를 보여주는 공식 통계가 없다. 다만 AAIDD의 추정 방식을 적용하면 한국에 약 7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연합뉴스
    ▶ 글 싣는 순서
    ①"윈도 95처럼 버퍼링이"…일할수록 밀려난 청년
    ②"멀쩡한데요"…서류와 눈앞이 다른 아이의 엄마
    ③"장애인 등록증 있어요?"…범죄 사각지대 놓인 사람들
    ③장애도 비장애도 아닌 '700만'…'경계선 지능인'의 공백
    (계속)

    '경계선 지능인'(느린학습자)은 현행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일반적으로 지능지수(IQ) 71~84 구간에 해당하는 이들은 70 이하의 지적장애와 85 이상 평균 범주의 '경계'에 있다는 뜻에서 붙은 이름이다.

    이들은 일상생활에는 큰 어려움이 없지만, 학습 속도와 환경 적응이 또래보다 느리다. 정해진 업무를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일은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상황 변화에 맞춰 즉각 대응하는 데에는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2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는 경계선 지능인의 규모를 보여주는 공식 통계가 없다. 다만 미국 지적·발달장애학회(AAIDD)의 추정 방식을 적용하면 전체 인구의 약 13.59%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를 한국 인구에 대입하면 약 700만 명에 이른다.

    문제는 경계선 지능인이 법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각종 복지 제도에서도 사실상 배제돼 있다. 장애인 고용의무제에 따라 상시근로자 50명 이상 사업장은 민간기업의 경우 3.1%, 공공기관은 3.8% 이상 장애인을 고용해야 하지만, 경계선 지능인은 이 기준에 포함되지 않는다. 장애인 일자리에도 지원할 수 없다.

    지원 체계가 없다 보니, 필요한 지원을 받을 방법이 마땅치 않은 일부 부모가 자녀의 심리검사 결과를 낮춰 장애인 등록을 검토하거나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느린학습자시민회 조윤경 사무총장(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장)은 "기능을 낮춰 장애 등록을 통해 지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며 "아이들 입장에서는 '어렸을 때는 잘하라고 하더니, 지금은 왜 못하라고 하냐'며 부모와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학업 지원은 일부뿐…청년기 이후는 공백

    현재는 기초학력보장법, 초·중등교육법, 학생맞춤통합지원법 등에 따라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돕는 지원이 일부 이뤄지고 있다. 다만 이는 경계선 지능인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지원이라기보다, 학업 부진 등 문제가 드러났을 때 사후적으로 지원 대상에 포함되는 구조다.

    이마저도 사각지대가 있다. 경계선 지능 아동이 학습장애 등으로 특수교육 대상자가 되면 기초학력보장법에 따른 지원에서는 제외된다. 중복 지원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지원 범위가 학업에 치우쳐 있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정서, 사회성, 진로, 취업 등 학습 외 영역에 대한 지원은 사실상 부족하다. 특히 학령기를 지나 청년기에 접어든 경계선 지능인에 대해서는 취업을 비롯한 지원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지자체 차원에서 조례 제정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경계선 지능인·느린학습자 지원 조례는 147개로 집계됐다. 다만 경인교대 이대식 교수는 "대부분 최근 2~3년 안에 만들어진 것"이라며 "조례는 법보다 효력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국회 법안 계류 중…대상 규모·판단 기준 등 걸림돌

    지난해 11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경계선지능인 지원 관련 법안에 대한 공청회. 연합뉴스지난해 11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경계선지능인 지원 관련 법안에 대한 공청회. 연합뉴스
    국회에는 경계선 지능인 또는 느린학습자 지원과 관련한 법안 11개가 계류 중이지만, 아직 상임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했다. 이들 법안은 경계선 지능인을 제도적으로 규정하고, 취업 등을 포함한 지원 방안을 담고 있다.

    입법이 지연되는 이유로는 우선 정확한 대상자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 꼽힌다. 현재 등록장애인은 약 260만 명으로 집계되는데, 경계선 지능인은 700만 명으로 추산된다. 학령기로 좁혀도 특수교육 대상자가 약 12만 명 수준인 데 비해, 학령기 경계선 지능인은 70만 명 안팎으로 추정된다.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지능지수는 검사 당일의 컨디션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경계 설정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주무 부처를 정리하는 문제도 남아 있다. 학령기 학습 지원은 교육부, 청년기 지원은 복지부, 취업 지원은 고용노동부와 맞물려 있어 부처 간 역할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부 관계자는 "경계선 지능인을 장애인으로 등록하는 방향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라며 "취업이나 학업 등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체계를 만드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올해 상반기 경계선 지능인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조기 지원이 더 효율"…노동시장 안착 중요

    전문가들은 기존 장애인 복지 체계를 단순 적용하기보다, 경계선 지능인의 특성에 맞는 별도의 지원 체계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윤경 사무총장은 "어떤 업무에 적응하는 데 발달장애인의 경우 1년이 걸린다면, 경계선 지능인은 약 6개월 수준"이라며 "복지 중심의 일방적 지원보다 취업 지원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계선 지능인에게 조기에 필요한 지원을 제공해 노동시장에 안착하도록 돕는 것이, 사후적으로 더 큰 공적 지원이 필요해지는 상황을 줄인다는 점에서도 경제적으로 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대식 교수는 "이들에게 적절한 지원이 제공되지 않으면 결국 장애 영역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진다"며 "경제적 측면에서도 이들이 직접 일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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