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서울 도봉구 재활용 선별장에 쓰레기들이 쌓여있다. 연합뉴스기후에너지환경부와 서울시·경기도·인천시가 현재 수도권에 건설을 추진 중인 신규 공공소각장 27개의 2030년 준공을 목표로 사업 기간을 단축하기로 했다. 전처리시설을 확대 보급해 재활용률을 높이고, 폐기물 원천 감량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올해부터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가 실시됐지만, 지역 내 공공소각장이 충분하지 않은 탓에 수도권 쓰레기 일부가 충청권 등 민간소각장으로 넘어가면서 지역 갈등이 심화하자 정부가 긴급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다만 공공소각장이 완공되기 전까지는 수도권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자체 처리하는 '지산지소' 원칙을 지키기 어려운 만큼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공공소각장 늘리고 전처리시설 보급…원천 감량도 추진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기후부와 수도권 3개 시·도 간 직매립 금지 제도 안정 이행 방안 논의 결과를 발표했다.
김 장관은 "현재 수도권에 27개 공공소각시설 확충 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나, 현재의 속도로는 생활폐기물 처리를 장기간 민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공공소각시설 설치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는 동시에 전처리시설 보급 확대로 소각량을 줄여 생활폐기물이 발생지 인근 공공시설에서 안정적으로 처리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우선 입지 선정부터 준공까지 통상 12년가량 걸리는 공공소각시설 사업 기간을 최대 3년 6개월 단축하기로 했다. 기존 140개월에서 최대 98개월까지 줄어든다. 주민협의체 의결만으로도 입지 결정을 가능하게 해 위원회 재구성에 드는 시간을 줄이고, 시설 설계와 인허가 절차를 병행하는 등 행정 절차 소요 기간을 단축할 방침이다.
소각량을 줄이고 재활용량을 늘릴 수 있는 전처리시설 보급도 확대한다. 강원 고성군에서 공공 전처리시설을 시범 운영한 결과 재활용 가능 자원 회수율이 35% 이상으로 확인됐으며, 이를 수도권에 적용하면 비슷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생활폐기물 원천 감량 정책도 추진한다. 수도권 주민 1인당 연간 종량제봉투 사용량을 매년 전년 대비 1개씩 줄여 2030년에는 2025년 대비 생활폐기물 발생량을 8% 감축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수도권 지자체가 다음 달까지 구체적인 이행 계획을 수립하면, 기후부는 이행 상황을 점검해 감량 우수 지자체에 포상 등 인센티브를 부여할 예정이다.
기후부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는 공공소각시설 정비 기간 중 시설 간 교차 처리 등 수도권 내 여유 용량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부득이한 경우 예외적으로 직매립을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또 충청 등 일부 지역에 위탁 물량이 편중되지 않도록 관련 업계에 공동도급 계약 업체 간 물량 조정을 제안하기로 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1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수도권 3개 시·도와의 수도권 직매립 금지 제도 안정적 이행 방안 논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제공 방법 없는 수도권 쓰레기 대란…2030년부터 전국 직매립 금지
이번 대책이 당장 수도권 쓰레기 대란을 해소할 해법은 아니다. 12년이 소요되는 사업 기간 중 3년 6개월을 단축하겠다는 계획의 실효성 역시 장담하기 어렵다. 당초 2021년 7월 확정된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제도 시행을 앞두고 지난 5년간 정부와 수도권 지자체의 준비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2021년 당시 환경부와 3개 시·도가 합의한 원칙은 직매립 금지였지, 반드시 해당 지역에서 처리한다는 내용까지 협의한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제도 시행을 연기하지 않은 배경에 대해서는 "27개 공공소각장이 완공되지 않은 상황에서 2026년 1월 1일부터 직매립 금지를 시행할지, 연기할지를 두고 3개 시·도 간 입장 차이가 있었다"며 "서울과 경기도는 시행 연기를 주장한 반면, 소각시설을 보유한 인천시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기후부에 따르면 인천에는 공공소각장 10곳(일일 처리용량 998톤)과 민간소각장 6곳(607톤)이 있고, 경기도에는 공공 26곳(5054톤)과 민간 16곳(2045톤)이 있다. 서울시는 민간소각장이 없고 공공소각장 5곳(2898톤)만 운영 중이어서 서울의 처리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
서울시는 마포구 상암동 옛 자원회수시설 부지에 공공소각장 건립을 추진했으나 주민 반대에 부딪혀 사업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기존 공공소각장은 마포 상암동, 양천 목동, 노원 상계동, 강남 일원동, 은평 진관동에 각각 위치해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2023년 마포구 주민 등 1684명이 서울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소각장 입지 결정 취소' 소송에서 주민 측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김 장관은 "소각장 건립은 지방정부의 고유 사무이며 중앙정부는 재정·행정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면서도 "어느 지역이든 소각장을 유치하려는 주민은 많지 않은 만큼, 적정 입지를 선정하고 주민 피해 지원을 병행하면서 공공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종량제봉투를 개봉해 보면 대략 30~45%가량은 소각하지 않고 재활용 할 수 있는 물품이 포함돼 있다"며 "수도권 뿐만 아니라 2030년까지 전국적으로 직매립 금지가 시행되는 과정에서 소각 총량을 줄일 수 있도록 중앙정부가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말했다.
그러면서 "국민 여러분도 일상에서 폐기물 감량과 분리배출에 적극 동참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