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박종민 기자20일 가까이 끌었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간 합당 논의가 잇따른 잡음 속에 결국 멈춰섰다. 지방선거 이후 다시 합당 논의를 이어간다지만, 한번 꺼진 동력이 살아날지는 미지수다.
합당에 불씨를 댕긴 정청래 대표로서는 리더십에 상처가 불가피해졌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할 당대표가 자기 정치를 앞세우려다 되려 당내 분열과 갈등의 골만 깊어지게 만들었다는 비판도 따라붙는다.
민주당은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6·3 지방선거 전 혁신당과의 합당 추진은 사실상 힘들다고 보고, 논의를 잠정 중단하기로 결론지었다. 이날 먼저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당장의 합당은 어렵다는 데에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한다.
정청래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이후 "더 이상의 혼란은 막아야 한다는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였다"며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다. 통합을 통한 상승작용에도 어려움이 생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은 다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혁신당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최고위 논의로 민주당과 혁신당의 합당 추진은 정 대표가 제안한 지 19일 만에 일단락됐다. 정 대표는 지난달 2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혁신당이 "원팀으로 뛰어야 한다"며 합당 논의를 공식화했다.
정 대표의 제안 이후 당내 반발이 곳곳에서 이어졌다. 이언주·황명선·강득구 등 최고위원 3명은 공개석상에서 정 대표의 정치 잇속을 의심하며 반대 목소리를 쏟아냈다. 친명계 최대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도 비판에 가세했다.
여론이 악화하는 가운데 악재도 겹쳤다. 혁신당과의 합당 실행 계획이 담긴 대외비 문건이 공개되면서 당내 갈등에 기름을 부었다. 정 대표가 문건 유출 경위를 엄정 조사하도록 지시했지만 '합당 밀약설'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여기에 당에서 특검 후보로 추천한 전준철 변호사를 이재명 대통령이 가로막으면서 당·청 간 파열음마저 표출됐다. 운신의 폭이 좁아진 정 대표는 "대통령께 누를 끼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고, 결국 합당의 동력까지 잃게 됐다.
합당 논의 불발로 정 대표의 리더십은 크게 흔들리는 모양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워낙에 많은 잡음이 터져나온 데다 청와대와의 엇박자까지 노출됐다"며 "이제 의원들이 정 대표 체제에 마냥 순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계파 갈등이 표면화됐다는 지점에서 정 대표의 책임론도 제기된다. 당대표로서 분열을 초래한 데에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요구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안팎의 마찰을 빚었다는 점에서 책임론은 더욱 확산하는 분위기다.
정 대표는 혁신당과의 통합을 위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방선거 이후 논의를 재개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도 추진력을 얻을지는 불투명하다.
한 민주당 의원은 "정 대표가 내건 합당의 명분은 지방선거 승리였다"며 "선거 이후에는 다른 명분을 내놔야 할텐데 당내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선거 이후 또다시 합당을 밀어붙이면 결국 지방선거 승리는 명분에 불과했고 진짜 의도는 8월 전당대회에서의 연임이었음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며 "선거 이후 합당 논의를 재개해도 잡음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혁신당은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민주당의 합당 논의 중단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