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출판 제공
스무 살에 읽은 책 한 권이 인생을 어디까지 데려갈 수 있을까. '스무 살의 독서 노트'는 이 단순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노영민, 정근식, 김부겸을 각자의 자리에서 한국 사회를 살아온 20명의 필자는 저마다 스무 살 시절을 다시 불러내, 그때 처음 만났던 책과 이후 50년의 삶을 한 호흡으로 엮어낸다. 이 책은 서평집이라기보다, 책을 매개로 한 삶의 기록에 가깝다.
1970~80년대 대학 캠퍼스에서 독서는 취미가 아니었다. 금서 목록에 오르거나 검열을 피해 은밀히 읽어야 했던 책들은 지식을 넘어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나침반이었다. 저자들은 당시 읽었던 '운동권 필독서'를 다시 펼치며, 그 책들이 자신에게 던졌던 질문과 그 질문에 답하려 애써온 시간을 솔직하게 되짚는다. 민주주의, 자유, 인간의 존엄 같은 단어들은 책 속 문장이 아니라 현실의 과제가 되었고 독서는 곧 선택이었다.
책 속에서 필자들은 자신을 미화하지 않는다. 흔들렸던 순간, 과장되었던 열정, 지금 다시 읽으며 느끼는 거리감까지 그대로 드러낸다. 최인훈의 '광장'을 통해 분단 현실을 처음 자각했던 기억, 파울루 프레이리의 '페다고지'를 읽으며 침묵이 어떻게 권력이 되는지를 깨달았던 순간, 조영래의 '전태일평전'을 통해 한 개인의 삶이 사회 전체를 흔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경험들이 담담하게 이어진다. 책은 늘 정답을 주지 않았지만, 최소한 질문을 피하지 않게 만들었다는 고백이 반복된다.
50년이 흐른 뒤 다시 읽은 책들은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젊은 날에는 투쟁의 언어로 읽혔던 문장들이, 이제는 책임과 성찰의 언어로 다가온다. 저자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사회의 문제들 앞에서, 과거의 독서가 충분했는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 질문은 회고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로 이어진다. 독재는 사라졌지만, 불평등과 침묵은 다른 모습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그 시절 이야기'에 갇히지 않기 때문이다. '스무 살의 독서 노트'는 한 세대의 기억을 기록하면서도, 지금의 독자에게 자연스럽게 질문을 건넨다. 우리는 어떤 책을 읽으며 스무 살을 통과했고, 그 책은 지금의 우리를 어디로 이끌고 있는가.
'스무 살의 독서 노트'는 독서가 세상을 직접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사람을 바꾸고, 그 사람이 다시 시대를 건너가게 만든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노영민·정근식·김부겸 외 지음| 윤출판 | 37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