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배달 일을 하며 빈민가에서 성장한 게리 스티븐슨은 영국 시티은행에 입사 후 백만장자 트레이더에 올랐지만 세계 금융위기 이후 부의 불평등 해소를 설파하며 금융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영국 씨티은행(Citibank)에서 최연소 수익 1위 트레이더로 이름을 알린 게리 스티븐슨의 회고록 '트레이딩 게임'이 국내에 출간됐다. 빈민가 출신 청년이 글로벌 금융의 중심부로 진입해 막대한 부를 거머쥐고, 그 과정에서 마주한 시스템의 실체와 도덕적 균열을 기록한 책이다.
저자 게리 스티븐슨은 런던 이스트엔드의 저소득층 가정에서 성장했다. 학창 시절 신문 배달과 육체노동으로 생계를 보탰고, 수학적 재능을 발판 삼아 런던정치경제대(LSE)에 진학했다. 이후 씨티은행이 주최한 '트레이딩 게임'에서 우승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에 입성한다.
책은 트레이딩 플로어 내부의 작동 방식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하루 수십조 달러가 오가는 공간에서 트레이더들은 단순한 '투자자'가 아니라, 자신의 판단에 돈과 명성, 경력을 동시에 거는 존재로 등장한다. 저자는 이 세계를 포커 게임에 비유하며 수학적 계산과 심리전, 블러핑이 어떻게 금융 거래로 전환되는지를 체험담 중심으로 풀어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책의 중요한 전환점이다. 스티븐슨은 저금리 정책과 자산 가격 상승이 부유층에 유리하게 작동하며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삶이 구조적으로 붕괴될 것이라 예측한다. 그는 이 '불평등의 심화'에 베팅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지만, 동시에 수백만 명의 빈곤이 자신의 성과와 연결돼 있다는 사실 앞에서 깊은 윤리적 갈등을 겪는다.
사이드웨이 제공책은 금융 시스템을 고발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저자는 트레이딩이 개인의 정신과 인간관계를 어떻게 잠식하는지, 성과와 보상에 대한 집착이 어떻게 사람을 고립시키는지를 솔직하게 기록한다. 결국 그는 씨티은행을 떠나 금융권과 법적 분쟁을 벌인 뒤, 시스템의 내부자가 아닌 외부자로서 금융을 바라보는 선택을 한다.
'트레이딩 게임'은 성공담이나 투자 지침서와는 거리가 멀다. 저자는 자신이 게임에서 이겼음을 인정하면서도, 그 승리가 사회 전체에 어떤 의미를 남겼는지 끝까지 질문한다. 돈과 성취의 서사 뒤에 숨은 불평등의 구조, 그리고 그 구조 안에서 개인이 감당해야 할 책임을 독자에게 되묻는다.
게리 스티븐슨 지음 | 강인선 옮김 | 사이드웨이 | 53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