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박수현 수석대변인과 대화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취임 6개월 만에 사면초가에 몰렸다.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제안 이후 당 내 갈등이 분출된 데 이어 전준철 특검 후보자 추천 논란까지 겹치면서 입지가 대폭 좁아진 모양새다.
청와대와의 엇박자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잇따르는 가운데, 10일 열리는 의원총회가 정 대표 리더십의 시험대로 작용할 전망이다.
민주당은 이날 의총에서 합당 관련 입장을 최종 정리하고 이를 혁신당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로써 지난달 22일 정 대표의 제안으로 시작된 합당 논의도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정 대표의 의지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든 합당 논의에 물꼬를 틀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당 내 갈등이 확산하면서 정면돌파는 사실상 쉽지 않은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운데),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오른쪽), 한병도 원내대표가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6 지방선거 승리 여성 결의대회 도중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특히 2차 종합특검 후보로 전준철 변호사를 추천한 일이 결정타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민주당과 지지층이 '정치검찰의 조작기소'로 규정하는 쌍방울 관련 사건에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변호를 맡았다.
이 사건에서 김 전 회장이 검찰 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내놨다고 알려지면서, 전 변호사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대통령이 전 변호사 추천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낸 배경이다.
안팎의 비판은 거셌다. 친명계 최대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정 대표를 겨냥해 '집권 야당'이라고 규정하며 "민주당 지도부는 탈선한 당권 기관차의 폭주를 멈추고 국정을 책임지는 여당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당권파'이자 전 변호사를 추천한 이성윤 최고위원을 향해서는 최고위원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반대파의 공세에 아랑곳 않던 정 대표의 태도도 전 변호사 추천 논란 이후 저자세로 돌아섰다. 정 대표는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현재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최종 책임은 당 대표인 제게 있다. (전준철) 특검 추천도 마찬가지"라며 "대통령께 누를 끼쳐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앞서 공개된 '합당 절차 및 추진 일정 검토(안)'이라는 제목의 대외비 문건도 운신의 폭을 좁혔다. 해당 문건에는 혁신당에 지명직 최고위원을 배분하는 등 당원들의 반발을 사기 쉬운 내용이 여럿 포함됐다. 문건이 공개되자 합당에 반대해 온 이언주·황명선·강득구 등 최고위원 3명은 정 대표를 겨냥한 공세 수위를 최대로 끌어올렸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당청 간 이상 기류가 계속되는 상황에 악재마저 연달아 겹치면서 정 대표가 당초의 합당 구상에서 선회할 것이라는 시각이 적잖다.
즉, 친명계가 반대하는 '지방선거 이전 합당'을 무리하게 밀어붙이기 보다는 '지방선거 이후 합당'을 제안하면서 일종의 출구를 모색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합당과 관련해 여러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정 대표가 한 발 물러서기로 한 것으로 안다"며 "'전 당원 투표'까지도 가지 않을 것 같다. 의원총회 이후 최고위에서 '지선 이후 합당' 수순을 밟는 식으로, 이번 논의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