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미국의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연루된 피터 맨덜슨(72) 전 영국 산업장관이 상원의원직 사의를 표했다.
마이클 포사이스 영국 상원의장은 3일(현지시간) 상원에서 "오늘 상원 사무처장이 맨덜슨 경으로부터 공공의 이익과 상원의 편의를 위해 2월 4일 자로 상원의원에서 사퇴하고자 한다는 의사를 통지받았음을 상원에 알린다"고 밝혔다.
앞서 토니 블레어·고든 브라운 정부에서 주요 부처 장관 등 요직을 거친 맨덜슨은 과거 엡스타인과 친분이 깊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이로 인해 지난해 키어 스타머 정부의 미국 주재 대사로 재임하던 중 경질되기도 했다.
미 법무부가 최근 추가로 공개한 '엡스타인 파일'에 따르면 맨덜슨은 엡스타인으로부터 2000년대 초반 7만 5천 달러(약 1억 원)를 송금받은 것으로 의심된다. 이같은 의혹이 일자, 맨덜슨은 지난 1일 송금에 대해선 전혀 모르겠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노동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탈당했다.
하지만 이후, 그가 산업장관 시절 고든 브라운 정부의 금융위기 대응 경제정책안이 담긴 이메일을 엡스타인에게 그대로 전달하는 등 내부 정보를 유출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자 상원에서도 물러나야 한다는 압박이 커졌다.
실제로 경찰은 2일 맨덜슨의 '공직 중 부정행위' 의혹 관련 정보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내각부는 엡스타인 문건을 일부 살펴본 결과, 시장에 민감할 수 있는 정보가 포함됐고 공무상 안전조치가 지켜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어 자료를 경찰에 제출했다고 전했다.
스타머 총리도 3일 각료회의에서 맨덜슨 전 장관이 나라를 실망시켰다면서, 이번 사태에 빠른 대응을 주문했다고 총리실이 전했다.
맨덜슨은 1992~2004년 하원의원을 지냈고, 2008년 내각에 다시 기용될 때 남작 작위를 받아 종신 귀족이 되면서 상원의원이 됐다. 의회 도서관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상원개편법에 따라 종신 귀족이 상원에서 사퇴하는 것은 가능해졌으나, 작위 자체는 포기될 수 없고 입법 절차에 따른 박탈만 가능하다.
총리실은 맨덜슨의 작위 박탈을 위한 법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